나는 병원 관련 종사자이기 때문에 의학 드라마나 의학 영화는 빼놓지 않고 챙겨보게 된다. 배울 부분이 나온다면 교육으로 활용하기도 하고, 공감되는 부분이 나온다면 동료들과 함께 나눠보며 서로를 쓰담쓰담해 주기도 한다.
얼마 전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라는 드라마를 완주했다. 정신병동 간호사들의 이야기를 환자와의 관계적 소통, 의사와 간호사 사이의 소통, 자기 내면과의 소통, 지인들과의 소통 등 다방면으로 보여주며 간호사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요소를 녹여준 듯했다.
웹툰이 원작이라는 것을 감안하고 봐야 하는데 도통 내용에 집중할 수 없었다. 집중하지 못하게 만드는 요소는 바로 간호사들의 ‘멘트’ 때문이었다.
아마 이 칼럼을 읽는 여러분도 늘 하는 말일 수도 있다.
“이쪽으로 오실게요”, “잠시만 기다리실게요”, “쉬고 계실게요”
여러분이 생각하기에 이 말들은 옳은 표현일까? 아니다. 이 표현은 모두 잘못된 표현이다.
문장의 어미에 ‘~게요’가 붙는 상황은 말하는 주체가 ‘나’일 때 사용할 수 있다.
“제가 할게요”, “내가 할게”, “우리가 할게요”
이렇듯 문장 안에 행동하는 주체자는 ‘나’이다. 하지만 위의 병원에서 사용하는 문장들은 상대방의 행동을 표현하는 말로 ‘~게요’가 붙으면 틀린 문장이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바꿔줘야 할까?
“이쪽으로 오실게요”→“이쪽으로 와 주시겠습니까?”, “잠시만 기다리실게요”→“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쉬고 계실게요”→ “쉬고 계시면 됩니다”
물론 이 문장들이 어색하다는 것을 잘 안다. 왜? 안 써 봤으니까. 매일 ‘요, 조’체만 사용하니까. 여성 직군에서는 ‘다, 까’체를 사용하는 것이 참 어색하다.
익숙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간혹 환자들이, 혹은 선배들이 ‘여기 직원들은 친절하긴 한데, 전문적으로 보이진 않아’라는 피드백을 주기도 한다.
말끝마다 “~하구요,~그렇구요~, 그래요” 모두 ‘요’자로 끝나는 말투를 사용하기 때문에 느껴지는 현상이다. 듣는 사람들의 귓가엔 ‘엥엥’거리는 말투로 들리니까...
개선이 필요하다면 가장 좋은 제안은 ‘요, 조’체와 ‘다, 까’체를 말을 할 때 한 문장씩 번갈아가며 사용하는 것이다.
“안녕하십니까!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그렇군요.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괜찮으신가요? 불편하신 점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어떠십니까? 더 궁금한 점이 있나요?”
그리고 우리가 늘 말을 할 때 명심해야 할 것은 글을 쓸 때 맞춤법을 신경 쓰듯, 말하면서 이 말이 올바른 표현인지 신경 쓰자. 선배들도 그렇게 말하니까? 원장님도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항상 문제는 발견한 최초 당사자부터 고쳐 나가야 한다. 환자분들도 올바른 높임말, 표현에 예민하셔서 지적하시는 분들이 있으니 ‘~게요’는 이제 그만! 하는 것으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