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의 정부를 상대로 한 세 번째 파업이자, 올해 이전의 가장 최근의 파업은 2020년 정부에서 추진한 ‘의대생 수 증원’과 ‘공공의대 설립’에 반대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2020년 당시는 이 글을 읽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다 알던 전대미문의 코로나 팬데믹 시기였고, 이 시기에 당시 집권 여당에 의해, 의사협회와 전혀 상의 없이, 당시 늘어나는 코로나 환자들을 치료할 의료진이 부족하다는 정부 주도의 판단 하에, 일방적으로 향후 10년간 4,000명의 의대생수증원과, 공공의대의 설립이 추진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20년 당시, 정부주도하에 이루어진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 백신의 접종과 코로나 중증 환자들의 치료 등으로 기진맥진하던 의사들은, 이러한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강하게 반발하기 시작했고 말이다. 특히나, 당시 전대미문의 코로나 팬데믹 상황 때문에, 과중한 업무 로딩을 군말없이 감당해야 했던 대학병원 전공의들의 반발이 엄청났다. 가뜩이나,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도 살인적인 근무 시간과 노동에 시달리고 있던 전공의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대학병원 중심으로 이루어진 코로나 중증 환자들의 입원과 치료 때문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상상이상의 업무와 코로나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참아내고 있던 상황에서, 전공의들의 노고를 인정하고 위로해주지는 못할망정, 그들의 의견을 전혀 참고하지 않고 이루어진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은, 전공의들의 강력한 투쟁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필자 역시, 이러한 전공의들의 강력한 투쟁 의지를 당시 대학병원에 교수와 펠로우로 근무하고 있던 동기들, 그리고 전공의로 근무하고 있던 후배들을 통해 생생히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전에 두 번의 파업의 패배로 인해, 정부의 일방적인 의료정책 추진에 맞서는 유일한 방법은 의사집단의 굳건한 단합임을 알게된, 의사 후배들은, 이전의 파업과 달리, 아직 의사가 되지 않은 의대생들까지 국시 거부 및 수업 거부 운동 등을 통해 일치단결해 정부를 상대로 투쟁하기 시작했다.
당시 개업 초년차이던 필자는 이러한 의료계의 단합을 2000년 이후 처음 목격했고, 이번에는 어쩌면 정부를 상대로 한 투쟁에서 처음으로 유의미한 승리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대학병원 교수, 전공의, 개업의, 의대생 등 각자의 처지와 상황이 다른 여러 부류의 의사들이 처음으로 정부를 상대로 단일대오해서 투쟁을 한다면, 절대 이전처럼 정부가 그 뜻을 관철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필자 생각대로 이때의 파업은 2020년 8월초에 시작되었는데, 한 달도 안되어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대학병원의 진료를 실질적으로 지탱하는 전공의들의 부재와 내년도 의사 배출에 필수적인 본과 4학년의 국시 거부 운동은 그 자체로도, 코로나로 인해 대학병원의 전공의 의료 인력이 절실하게 필요한, 정부에게 상당한 부담을 가지게 했기 때문이었다.
필자 역시, 과거와 달리, 의대생-전공의-교수로 이어지는 서로 다른 이해집단의 의사들이 일치단결해서 정부를 상대로 투쟁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번에야말로, 이전 2차례의 큰 투쟁에서 철저하게 실패했던 과거와는 달리, 어느 정도 진일보한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졌었고 말이다.
하지만, 이런 필자의 기대(?)는 전혀 뜻밖의 지점에서 꺾여버리고 말았다. 의협회장이었던 최대집 당시 회장이 전공의협의회의 의견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과 합의안을 구성하고, 투쟁을 종료해버린 사건이 그것이었다.
<6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