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젊은 치과의사들이 많이 모여 있는 사이트에 이런 질문이 올라와서, 한동안 인기 순위 1~2위를 다투며 댓글과 댓글이 전쟁을 했다. 글들을 읽으며 세대 간의 갈등 또는 입장이 다른 문제로 여러 생각이 들었고 주위 원장님들과도 한동안 대화거리가 됐다.
화제의 질문은 다음과 같다.
<제목 : 왜 치과의사들은 은퇴를 잘 안 할까요?>
<글 내용>
나이 지긋한 원장님들이 들으시면 새파란 놈이 못하는 소리가 없네 쯔쯧 하시겠지만, 솔직히 지금 직장인 기준 은퇴할 나이가 되신 원장님들은 왕년에 벌 만큼 버셨지 않습니까? 내과나 한의원처럼 나이 먹어도 편하게 할 수 있는 직업도 아니고 몸 망가져 가며 돈 버는 건데 왜 다들 핸드피스를 쉽게 놓지 못하는 걸까요?
뭐가 주된 이유일까요?
전 50살 넘어서까지 침침한 눈으로 핸드피스 잡고 싶진 않은데 다들 대단하신 거 같네요. 뭐 50대는 아직 자식들 대학 보내고 한창이라 쳐도 60~70대 머리 하얗게 샜는데도 주 6일 꼬박꼬박 일하는 분들도 많이 보이는 거 같아요.
여러 생각들이 떠오르지만 무엇보다 글쓴이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들이 앞선다. 의료기관들의 대도시 집중화에 따른 생존 경쟁과 이에 따른 경영상의 어려움도 보이고 젊은 시절에 투자한 노력과 오늘날 보상에 대한 불만족과 좌절마저 느낄 수 있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이러한 불만들이 터져 나오지만, 정부와 시민단체들은 질적인 의료인 수급보다는 산술적인 의료인 공급에 목표를 두고 있어 미래가 더욱더 걱정이 된다.
여기에서 의료인 또는 자영업자의 가치(Value)에 대해 생각해 보고 이들에게 은퇴(Retirement)가 가지는 의미를 정리해 본다(※ 의료 정책 연구소의 자료를 참고했다. 따라서 치과의사들의 현실적인 수치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그리고 N수까지 투자된 시간과 자금은 제외하고, 의대에 입학해 일반 의사면허증을 받을 때까지 평균 6,498만 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전문의 자격증 취득 시까지는 8억 6,700만 원의 기회비용이 필요하다고 한다(출처: 의사 양성 비용 추계 및 공공지원 방안-의료정책 연구소 2020.2). 여기에 의료기관 창업 비용 12억~1억 5,000만 원의 평균치 5억 원을 더하면 대략 14억 원이 기회비용으로 투자된 상태로 개원 1일이 되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생각을 해보자. 35세의 14억이 65세가 돼도 14억의 가치가 있는가?
14억을 금융시장이나 부동산시장에 투자하면 30년이 지난 시점에서 얼마의 가치가 있을까? 14억을 투자해서 의료기관 창업을 시작한다면 ‘사업소득’이 있어야 하고 이는 투자를 해서 얻는 '자산소득'보다 많아야 한다.
그러면 확실한 자산소득보다 불확실한 사업소득이 같은가?
자산소득은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분산과 재투자를 할 수 있으나 사업소득은 위험회피가 불가능한 불확실성을 갖고 있다. 이는 14억의 가치마저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즉 개업하고 1년 후 사망하게 되면 부채만 남게 되는 위험이 있다. 따라서 미래 수익률은 높아야 하고 현존의 가치는 미래가치보다 낮아야 한다.
미래가치(FV)는 투자원금(PV) + 투자원금의 이자(PVr)
FV = PV(1+r)
따라서 투자원금=현재가치=PV=FV/(1+r)
순현재가치(Net Present Value)는 현재가치(PV)에서 투자금액(C)을 뺀 금액이 된다.
NPV = FV/(1+r)-PV=C₁/(1+r)-C
홍길동 원장은 개업 1년 만에 건강상의 이유로 창업한 홍 의원을 5억 원(창업 원금)을 받고 매각한다. 그리고 연봉 1억 5,000만 원을 받고 월급의사의 길을 선택할 때 홍 원장의 순현재가치는?
C = 14억 원,
1년 후 미래가치 C1=1억 5,000만 원 연봉+매각 대금 5억 원=6억 5,000만 원
은행 이자(Cost of Capital) = r = 5%(참고 : 카카오 뱅크 신용대출 금리 연 4.57%)
PV=650,000,000/(1+0.05)= 619,047,6191,400,000,000=-780,952,380
즉, 7억 8,000만 원 손실이 발생한다. 즉 창업 초기 폐업은 큰 손실이 된다.
만일 고금리 시대가 와서 은행 이자가 10%가 되면
PV=650,000,000/(1+0.1)=-809,090,909원으로 손실이 더 늘어난다.
창업 초기 폐업은 무조건 큰 손실이 있다면, 반대로 30년 월 500만 원의 사업소득을 꾸준히 벌었다면 흑자 인생을 살아온 것일까?
기간은 360개월, 연 금리 6%(참고: 우리은행 N일 적금), 월 500만 원의 미래가치와 현재 가치 14억의 자산소득의 미래가치 중 어느 것이 클까? 재무적 계산을 해보면 14억의 30년 후의 미래가치는 연 6% 복리로 계산 시 대략 80억 4,000만 원이 나온다.
그리고 월 8,475,706원의 소득이 자산소득과 사업소득 사이의 손익분기점이 된다.
따라서 월 500만 원의 사업소득은 손실이 나는 경영을 하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만일 15년을 일한다면 월 12,012,322원이 손익분기점이 되고 10년을 일한다면 월 15,851,261원이 손익분기점이 된다고 추정할 수 있다. 반대로 40년 장기 근로를 했다면 월 7,753,845원으로 낮아지는 효과가 있게 된다.
‘의사가 건강해야 환자 병도 고친다’라는 말은 ‘의사가 건강해야 본전을 찾는다’로 볼 수 있다. 물론 재무적인 계산 이외에 다른 가치 투자와 기회 그리고 봉사와 헌신과 같이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여러 가지 삶이 있을 수 있다. 단지 재무적인 상상을 가상의 수치로 계산해 봤다.
어느 조직이나 앞선 선배들이 무너지는 구조에서는 후배들도 살아남기 어려웠다. 사라진 직업 중 ‘버스 안내양’이 있다. 이들은 정류장 안내방송과 하자 벨 그리고 자동문 승하차가 도입되면서 사라지고 말았다. 의료 기술과 인간의 진화에 따라 의료 종사자들도 과거와 같이 살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