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월한 육아휴직, 장기근속자 혜택 등 복지도 요인
우리 사회에 ‘대(大) 이직 시대’가 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가운데 1년 미만 근속자가 적지 않은 치과 개원가는 이러한 시대적 암초가 찾아온 지 오래다. 이에 각종 제도 활용, 다양한 복지와 교육 지원 등으로 위기에 대응 중인 현 개원가다.
나아가 ‘퇴사’와 ‘근속’ 사이를 갈팡질팡 중인 직원들의 장기근속 유도를 위해서는, 직원의 심리적인 부분을 헤아리면서, 원만한 직장 내 분위기의 조성도 필수라는 것이 현 개원가 원장들의 중론이다.
이를 본지(523호) 설문결과도 뒷받침한다. 치과위생사(215명)에게 ‘퇴사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묻자, ‘직원 간의 관계(99.0%)’가 만장일치에 가깝게 선택됐으며, 3위 역시 인관관계의 영역인 ‘원장과의 관계(91.7%)’로 조사됐다. ‘급여(92.7%)’는 그 사이의 2위였다.
일선 치과 병‧의원 장기근속 직원들의 입장도 위 설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소속된 치과에서 10년 가까이, 또는 이상 근무 중인 치과위생사 3명, 치과기공사 2명은 끈끈한 연대감 속에 근무를 이어가고 있다는 공통된 입장을 본지에 전했다.
다만, 장기근속의 세부적인 이유는 치과 규모 등 근무환경, 맡고 있는 직책, 제공되는 복지 등에 따라 조금씩 달랐다.
김현진(연세미래엔미소치과) 실장은 매출 압박이 적은 점 등을 장기근속 이유로 밝혔다. 그는 “정규직 직원 3명인 이 치과에서 실장을 맡고 있으나, 매출에 대한 압박이 전혀 없다. 또 원장님이 필요한 치료만 해 체어타임도 길지 않다. 이처럼 원장님과 성향이 맞아 심리적으로 편해 지난 2014년 이 치과에 입사 후 9년째 몸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여성이 절대적으로 많은 치과위생사에게는 ‘육아휴직’ 적용 여부도 장기근속에 있어 중요한 요소였다.
이는 상대적으로 직원 수가 많은 병원급 등의 대형 치과에서 조금 더 수월하게 적용 중임을 취재 결과 알 수 있었다.
래영 치과위생사는 허정욱 대표원장을 비롯 원장만 10명인 굿윌치과병원 하단(부산 사하구)에서 15년째 장기근무 중이다.
그는 우선 “급여는 년차와 하는 일에 비해 적다고 생각되는 게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제공받는 복지에 대해서는 “직원 수가 적은 개인 치과보다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받는 게 수월한 편”이라면서 장점으로 꼽았다.
이어, 장기근속 그 자체를 대우하는 치과의 분위기가 곧 지속적인 장기근속자 배출의 중요한 요소임도 확인할 수 있었다.
굿윌치과병원 하단에서 14년째 근무 중인 임채두 치과기공사는 치과 복지에 대해 “규모에 맞춰 여러 혜택이 있지만, 저는 장기근속자에 대한 혜택이 특히 좋다”면서 “3‧5‧10‧15‧20년 등 장기근속 근무자는 휴가, 여행이나 그에 상응하는 금전적인 혜택을 받는다”고 했다.
한편 원장의 진료를 직접 돕는 봉직의(페이닥터)도 치과 내 직원이라고 볼 수 있다. 페이닥터로 활동 중인 A원장(통합치과)에 따르면, 봉직의들의 퇴사는 당연하게도 개원이 목적인 경우가 대다수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개원을 염두에 두지 않은채 파트타임 형태로 근무하는 페이닥터들의 퇴사는 실장 등 직원과 원만하지 않은 관계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그는 “통상 저년차가 많은 페이닥터들은 하루가 다르게 실력이 느는데, 일부 연차 높고 치과 행정의 실권을 쥔 실장 등은 페이닥터가 미숙했던 처음 모습 그대로 머물러 있다고 여기는 듯 하다. 이 점이 갈등의 씨앗이 되곤 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