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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편집자문위원 릴레이 칼럼 ③]이인위미(里仁爲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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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편집자문위원 릴레이 칼럼 ③]이인위미(里仁爲美)
  • 이승종 교수
  • 승인 2014.01.23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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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치과대학 보존학교실 이승종 교수

 

논어 이인편은 인덕(仁德)에 대한 가르침이 많은 장인데 제일 처음에 이인위미(里仁爲美)라는 말이 나온다. 전체 문장은 “이인위미(里仁爲美), 택불처인(擇不處仁), 焉得知(언득지)” 인데 예로부터 학자들 간에 해석이 달랐던 모양이다.

풍속이 인후한 마을에 사는 것이 아름답다고 해석하여 아들을 세 번씩이나 끌고 좋은 동네로 이사를 다닌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를 설명하는 문장으로도 자주 인용되지만 막상 맹자는 里를 처한다는 뜻의 동사로 보아 “인에 처하는 것이 훌륭하다” 즉, “어진 마음에 의지해 사는 것이 아름답다”로 풀이했다고 한다.

무려 1900 여년 전에 중국에서 쓰여진 설문해자(說文解字)에 따르면, 인은 ‘인(人)’과 ‘이(二)’의 두 글자가 합해서 된 것이며, 사람과 사람이 친(親)하다 라는 뜻을 가진다고 한다. 사람이 친해지려면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의 입장을 배려해야한다.

오늘 아침에 출근하다 자동차 라디오에서 들은 “십분만 참지”라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친구와 열흘 전에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주문한 음식이 나오지 않자 이 친구가 불같이 화를 내면서 종업원을 나무랐나보다.

아르바이트생인 종업원은 울면서 갔는데 오히려 친구가 더 마음이 아팠나 보다. 그렇게 죽을 줄 알았으면 십분만 참지 종업원이 무슨 죄가 있다고가 친구에게 하고픈 말이었다. 대공황이 한창인 1930년 중반, 휘오렐로 라과디아 뉴욕시장이 판사시절 뉴욕시의 가장 가난한 지역의 야간법원에 나타났다.

잠시 후 누더기 차림의 할머니가 빵 한 덩어리를 훔친 혐의로 그 앞에 섰는데 그녀는 시장에게 딸의 남편이 집을 버리고 나갔고 딸은 병들고 두 손녀딸이 굶고 있다고 호소했다.

라과디아는 한숨을 짓더니 그 할머니를 향해 10달러 벌금이나 10일 구류형을 내린다. 그러나 판사는 형을 선고하면서 그의 주머니에 손을 넣어 지폐를 한 장 꺼내더니, 그의 중절모에 던져 넣으며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다.
“여기 내가 내는 10달러가 있습니다. 더구나 나는 본 법정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50센트씩의 벌금을 부과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손녀딸이 굶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한 사람이 빵을 훔쳐야만 하는 그런 동네에 여러분들은 살고 있는 탓입니다” 레미제라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

우리는 늘 사람을 만난다. 함께 일하는 직장의 동료들, 친구들, 기타 취미생활을 같이하는 동호인들, 집에 가면 가족들 등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한다.
또 우리를 찾아오는 다양한 환자들을 만난다. 그런데 그 중에 지금까지 교류를 계속하는 사람은 가족 빼고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훨씬 더 좋은 관계를 유지했을 수도 있었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멀어져 간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주변의 사람들이 더 소중해짐을 느낀다.

나에게는 일상적인 환자였던 그 분이 조금만 이야기를 해 보면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인생의 경험과 소설과 같이 수많은 사연을 가진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놀라게 된다.
우리에게 오는 그 많은 사람들이 실은 단순한 endo 환자, filling 환자가 아니라 하나하나의 인격을 가진 인간이고, 그렇게 소중한 이들을 우리가 가까이에서 도와주고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얼마나 큰 축복인가.
새해 벽두부터 의료민영화와 연관되어 의료계가 소란스럽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의료인들은 항상 본연의 업무로 돌아간다.

올 한해 나로 인하여 마음 상하는 일이 없나 주변의 사람을 이해하고 함께 있는 동료를 배려하는 里仁爲美의 仁을 쌓아 내 주변에 더 풍성한 아름다운 사람관계를 만드는 한해가 되기를 빌어본다.

 

 

▲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보존학교실 이승종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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