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치과영역에서 간장 질환의 중요성
치과임상에서 만성간염이나 간경화와 같은 간장 질환자나 간이식을 받은 환자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이러한 환자들에게 필수적인 주의사항만 잘 지키면 발치나 치주수술, 임플란트 시술 등이 금기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간장 질환자는 먼저 수술 후의 창상치유 지연이나 출혈시간의 연장이 나타날 수 있고 면역기능이 정상인보다 저하되어 있어서 진균, 박테리아, 바이러스 등에 감염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식욕감퇴와 소화 장애로 영양상태도 불량하여 수술 후의 예후 역시 좋지 않을 수 있다. 또한 활동성 간염 환자들은 전염성이 있으므로 의료진이나 다른 환자들의 감염방지를 위해서도 주의가 필요하다.
간장 질환이 있는 환자들에게는 간장에서 대사되는 대부분의 약물들을 사용하지 않아야 하고 부득이 사용한다 하더라도 그 용량을 줄여야 한다. 특히 간독성을 나타내는 약물은 금기이다.
그리고 간이식 환자가 복용하는 면역억제제와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약물과의 병용도 피해야 한다.
각종 간질환의 예방이나 치료를 위해서는 간장 질환을 유발하는 약물이나 간장 질환에 도움을 주는 약물의 종류에 대해서도 알아볼 필요가 있다.
비록 간장 질환이 있는 환자라 하더라도 적절한 약제를 선택하고 바람직한 용량을 사용한다면 임플란트 시술을 포함한 치과수술 후에 환자의 조속한 치유를 도울 뿐만 아니라 간장에도 큰 부담을 주지 않고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한편 치과의사는 전염성이 높은 각종 간염바이러스에 가장 빈번히 접촉되는 직업군중의 하나이다.
치과의사는 환자의 타액이나 혈액과 수시로 접촉하게 되고 호흡기계를 통해 이를 흡입할 수도 있어서 감염될 확률이 타 직군보다 매우 높다. 치과의사 스스로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바이러스성 간염들의 전염경로와 발병과정, 증상이나 예후에 대해서도 숙지할 필요가 있다.
이번 연재에서는 각종 간염이나 지방간, 간 경변 등 치과치료 시에 고려해야 할 간장 질환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B. 간장 질환의 종류
간장 질환은 발병원인에 따라 바이러스에 의한 간염, 유해물질에 의한 간 손상(약물에 의한 간 손상, 알코올성 간질환을 포함), 지방간 및 간경화, 간암 등으로 구분된다.
바이러스에 의한 간염 중 B형과 C형은 심각한 간장 질환으로 유도하는 근본인자라 할 만큼 중요하다.
간염 바이러스는 현재 A, B, C, D 및 E형의 다섯 가지가 알려져 있지만 이들이 나타내는 증상은 거의 대동소이하다.
감염은 체액, 타액, 혈액, 정액, 배변 등 거의 모든 경로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급성간염은 대개 3~4개월이면 완전히 회복되는데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는 만성간염이라고 부른다.
만성간염은 조직소견에 따라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고 같은 만성이라도 종류와 예후가 다르기 때문에 만성간염이 의심되면 꼭 간 조직검사를 해 확진을 받아야 한다.
만성간염은 만성지속성 간염과 만성 활동성간염 등 두 가지로 대별된다. 만성지속성 간염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 치유될 가능성이 크지만, 만성 활동성간염은 잘 낫지 않고 진행하여 흔히 간경변증으로 이행되기 때문에 활동성간염이 지속성간염보다 예후가 더 나쁘다.
실제로 만성 활동성간염이라 생각되어 간 조직검사를 하더라도 30%이상은 이미 간경변증의 초기소견과 함께 나타난다.
만성간염의 가장 흔한 원인은 B형 간염바이러스의 감염이다. 성인이 B형 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급성간염 증세를 거치고 나서 대부분 저절로 잘 낫는다. 그러나 그 중 1~2% 정도의 경우에서 바이러스가 없어지지 않고 그 활동성이 장기화하면서 만성간염으로 진행된다.
만일 갓난아이가 B형간염에 걸리면 90%이상, 소아에게서는 전체의 30%이상이 만성화한다. 즉 어린나이에 B형 간염에 걸릴수록 만성화 율이 높아지는 것이다. 전염성이 매우 높은 B형간염은 활동이 왕성한 30대층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C형 간염 바이러스도 만성간염의 중요한 원인이다.
C형 간염은 B형보다 만성화율이 더 높다. 급성C형 간염의 50~75%가 만성으로 진행되고 만성으로 진행된 C형 간염 중 20%정도는 간경변증으로 악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성C형 간염은 B형과는 달리 40대 후반 이상의 장년층에서 자주 발생한다.
급성간염은 급성 바이러스간염이나 약물유발 간염, 만성간염의 갑작스런 악화, 대사성 간질환, 전신질환에 의한 이차적인 간 기능손상 등에 의해 발생되기 때문에 원인이 되는 질환을 감별진단하기 위해서는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이나 세밀한 병력의 청취가 요구된다.
환자에게 최근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는지, 특별히 새로운 약물을 복용하지는 않았는지, 발열을 동반한 상복부 통증이 있었는지를 물어보는 것은 급성간염을 판단하는데 유용하다. 또한 환자가 알지 못하는 만성 간질환을 진단하기 위해 과거 간 기능검사 소견이나 비장종대 과거력도 확인해 보아야 한다.
일단 혈청학적 검사를 통해 급성 A, B, C형 바이러스 간염에 대한 검사를 시행한 후 특이사항이 없으면 복부초음파를 시행하여 급성간염의 원인이 담도질환과 연관성이 있는지 혹은 환자에게 만성적인 간질환의 증거가 있는지를 판단한다.
그리고 자가면역성 간염에 대한 항체검사를 시행하여 자가면역성 간염이 의심되면 부신피질호르몬제제의 투여를 고려한다.
이상의 검사에서도 원인질환이 불확실하면서 수 주 동안 간 기능 이상이 지속된다면 간 조직검사를 시행하여 간염의 원인진단과 예후, 만성간질환 동반 유무를 파악해야 한다.
급성간염환자에서 황달소견과 응고장애가 있으면 의식장애 여부를 확인하여 급성 간 부전으로 진행될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
급성간부전인 경우 환자는 임상적으로 간성혼수의 첫 단계인 수면장애, 신경질적 반응, 미세한 손 떨림, 시간과 장소에 대한 인지능력의 소실 등을 나타낸다.
급성간염은 그 원인에 따라 간 부전으로 진행되는 시기가 다르다.
급성 A형이나 B형 간염의 경우에는 환자의 절반 이상에서 일주일 내에 간부전이 발생하지만 약물 유발성 간염인 경우에는 주로 일주일 정도 지난 후에 발생된다.
급성간염 환자들에서 급성 간 부전으로의 진행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독립된 예측인자는 황달수치의 증가 및 프로트롬빈 타임의 증가이다. 따라서 환자의 의식이 혼수상태에 이르고 황달 및 혈액응고 수치가 증가되는 상태가 되면 간이식을 고려해야 한다.
대부분의 급성간염은 안정과 휴식, 영양보급, 충분한 수분섭취 이외에 만족할 만한 치료법이 없으며 대부분 저절로 좋아지는 경과를 보인다.
그러나 간염을 일으키는 원인 바이러스들 가운데 급성간염으로만 그치는 A형 및 E형 간염 바이러스와는 달리 C형 간염 바이러스에의 이환은 B형, D형, 그리고 E형 간염과 함께 만성화할 잠재적소지가 크다.
특히 C형 간염은 B형 간염보다는 만성화경향이 훨씬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만성간염은 치료를 위한 약물요법을 꼭 적용해야만 된다. 바이러스성 간염이 만성화로 진행되면 바이러스 그 자체가 감염숙주의 간세포들을 끊임없이 괴롭히면서 결국은 만성간염을 간 경변으로 이끌고 종국에는 간암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