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 수술의 빛과 그림자
(Blind technique에 대한 고찰)
개원가의 다양한 디지털 기술이 선보이며 임상 적용에서도 다양한 접근법이 주목받고 있다. 덴탈아리랑은 임상을 연구하는 모임인 DASS와 함께 개원가를 위한 디지털 덴티스트리 특별임상 시리즈를 10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임상특강 디지털 덴티스트리 임상시리즈 with DASS ②
가이드 수술의 빛과 그림자 (Blind technique에 대한 고찰)
수요가 있는 곳엔 공급이 따라가기 마련이고, 공급이 있는 곳엔 언제나 경쟁과 그에 따른 발전이 나타나게 된다. 치과계도 그런 흐름을 거스를 수 없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매년 대도시에서는 치과 관련 세미나 및 박람회가 열리고 새로운 기술과 장비, 재료들이 선보여진다. 진료방식의 큰 틀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은 없지만, 잠깐이라도 방심한 사이에 좋은 재료들과 편리한 기구들이 쏟아지고 있어 놀라울 따름이고, 발전의 간격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예전과 비교하면 수가가 낮아지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치과 진료의 꽃은 임플란트라 말할 수 있다. 진료비도 크지만 그만큼 책임이 많이 따르는 진료이기 때문에 ‘얼마나 임플란트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느냐’가 개원의가 될 수 있는 중요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임플란트 관련 사업은 치과 진료의 어느 영역보다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많은 기술과 재료가 선보이고 있다. 특히 디지털 기술이 접목되면서 임플란트 분야는 더욱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생소했지만 ‘내비게이션 임플란트’라는 단어를 환자들도 쉽게 접할 수 있고, 치과 진료의 디지털화를 급속도로 발전시키는 요소 중 하나이다. 필자는 이 부부에 대해서 좀 더 깊숙이 얘기해보고자 한다.
내비게이션 임플란트 식립(디지털 가이드를 이용한 임플란트 식립)이란?
임플란트 제조 회사마다 가이드의 명칭은 다를 수 있지만 제작 컨셉은 대부분 비슷하다. 우선 3D스캐너와 CT를 통해서 식립 위치의 치조골 상태를 확인하고 임플란트 픽스처의 종류와 위치를 설계한다.
앞의 과정이 끝나면 CAD프로그램(디지털 가이드를 디자인해주는 소프트웨어)을 이용하여 픽스처를 설계한 대로 식립할 수 있게 도와주는 디지털 가이드를 디자인한다. 마지막으로 3D 프린터로 출력하면 모든 과정이 끝나고, 제작한 가이드를 이용해서 임플란트를 식립하면 된다.
디지털 가이드 식립의 장점
가이드 식립의 가장 큰 장점은 정확도이다. 제작 과정에서 ‘모든 조건이 충족’되면 내가 원하는 위치에 그대로 임플란트를 식립할 수 있다. 따라서 수술 난이도의 편차가 완화되고 보철을 올리는 과정까지 모든 과정이 예상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이 점은 단순해 보이지만 많은 장점들을 파생시킨다.
우선 술기에 대한 부담감을 낮출 수 있다. 환자의 뼈 상태에 따라 수술 계획과 난이도는 크게 달라진다. 뿐만 아니라 술자의 컨디션이나 어시스트가 누구냐에 따라서도 임플란트 식립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미세한 식립 깊이나 각도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지는데, 앞서 언급한 요소들이 결과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이드를 통해서 식립 위치와 각도의 오차를 줄여준다면 수술 전·후의 피로도를 상당히 낮출 수 있다.
가이드의 도움으로 식립의 오차가 줄어들다면, 모든 과정이 예상된 범위에서 이루어지게 되고 이것은 곧 효율적인 시간 사용으로 이어진다. 예약시간을 정할 때 수술시간은 비교적 충분한 시간으로 지정해 놓지만 모든 수술이 예상대로 진행되는 건 아니다. 때문에 상황에 따라 수술시간이 길어지는 경우가 생긴다.
치료받는 환자도 고생이지만 다음 순번으로 치료를 기다리는 환자들에게 추가적인 대기시간이 발생하게 된다. 모든 대기는 컴플레인으로 이어지게 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스트레스는 스탭들과 치과의사가 나눠 가져야 한다. 가이드를 사용한다면 많은 부분에서 오차를 줄일 수 있어 진료시간을 잘 조율할 수 있다.
Blind technique의 맹점
디지털 가이드 수술은 잇몸을 절개하지 않고 ‘가이드를 믿고’ 드릴링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Blind technique은 수술시간이 짧아지고, 환자의 통증도 줄어들기 때문에 큰 장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가이드가 ‘충분히 믿을만하다’는 전제의 이야기다. 다른 관점으로 생각하면 가이드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 경우에 이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릴 수 있고, 모든 장점들이 더 큰 단점으로 다가올 수 있다.
전통적인 식립 방식은 매 순간 술자의 판단에 따라서 세세한 부분을 변경할 수 있다. 하지만 가이드는 한번 만들어지면 그 가이드를 이용하는 한 더 이상의 변경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식립 계획이 명확해야 하고, 변수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예측하여 식립 위치를 정해야 한다.
때문에 가이드 수술에 앞서 기본적인 임플란트 대한 충분한 공부와 경험이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만약 식립 계획부터 오류가 생겨 수술 중에 위치를 변경해야 하거나 가이드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나타날 경우, 술자는 모든 것을 해결하고 책임져야 한다. 개원을 빨리하고 싶어서, 매출을 늘리고 싶어서, 기본적인 준비가 되어있지 않고 가이드 수술에만 의존한다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디지털 가이드 제작에는 추가적인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3D 스캐너, CT, CAD프로그램, 3D 프린터가 있어야 기본적인 제작이 가능하기에 디바이스를 구축하는데 초기 비용이 많이 든다. 각각의 장비들은 성능에 따라 데이터 수집력부터 가이드를 출력의 정밀도까지 편차가 있어, 실제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더 커질 수 있다.
또한 디바이스가 갖추어져도 오차를 줄이기 위해 세팅값을 조정해야 하고 능숙하게 다루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을 신경 쓰기가 부담스럽다면 기공사를 고용하거나 업체에 의뢰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 역시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는 부분이며, 그렇다 하더라도 최종적인 책임은 술자에게 있음은 변함이 없다.
선택과 책임은 치과의사의 몫
일부 치과대학에서 교과과정에 들어갈 정도로 ‘디지털 치의학’은 더 이상 혁신적이거나 이질적인 분야가 아니다. 디지털화된 기술을 잘 활용하면 진료에 편리함과 정확성을 얻을 수 있고, 그만큼 술자와 환자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
새로운 기술의 도입은 비용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으나, 잘 쓰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즉, 나에게 최적화된 디지털 환경과 능력이 생길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잘 만들어진 가이드’를 능숙하게 사용하게 되면 식립 위치가 우수해 지고, 보철을 올리는데도 큰 도움이 되어서 임플란트로 인한 문제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임플란트에 대한 기본적인 공부와 경험이 받쳐주지 않으면 반쪽짜리 술기가 되어버릴 수 있다. 가이드가 주는 장점에 익숙해지면 난이도가 높은 임플란트 시술의 부담감이 낮아지고 그것이 전부 나의 실력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편리함은 쉽게 익숙해진다. 그리고 우리를 방심하게 한다. 언젠가 가이드를 사용할 수 없는 환자를 만날 때, 혹은 여러 이유로 식립 도중에 준비된 가이드를 과감히 버려야 할 때가 찾아온다. 파훼법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뿐이다. 언제든지 전통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될 때 우리는 환자 앞에서 무력해질 수 있다.
요즘 자동차 시장은 ‘내비게이션’을 넘어서 ‘자율주행’의 시대이다. 자율주행이 가능하다고 누구에게나 운전을 허락할 순 없다. 안전 때문이다. 나와 다른 사람의 안전을 위해서 기본적인 주행이 가능할 때까지 연습이 필요하다. 치과계에도 언젠가 ‘자율주행’같은 영역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훗날 어떤 기술을 도입하더라도 치과의사는 모든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되고, 반드시 기본기를 가지고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치과의사는 오로지 환자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