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치과기공소 유기적 감염관리 필요
코로나19를 겪으며 전 국민적으로 감염관리에 중요성을 깨닫고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환자들의 인식 또한 크게 변화했다. 코로나 펜데믹을 지나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 시대를 맞이했지만 이전에 없던 바이러스 출현에 대한 두려움은 여전히 일상생활에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진료 특성상 비말 전염에 특히 노출될 수 있는 치과계는 특히 최근 3년간 이전 보다 확실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감염관리에 힘써왔다.
보건복지부의 대한치과의사협회는 2020년에 ‘치과감염관리 표준정책 매뉴얼’을 발표하고 감염관리에 더욱 힘쓰고 있다. 이 매뉴얼에는 치과 내 환자에 대한 감염관리 뿐만 아니라 치과 기공물 감염관리에 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치과보철물 제작 감염관리의 기본적인 보호구로는 손 세척 이후 가운과 마스크, 보안경, 장갑 착용을 권장한다. 코로나19 이후 이전보다는 보호구 착용에 대한 인식이 재고되긴 했지만 실제 보철물 제작 환경을 살펴봤을 때 이러한 개인보호구를 모두 착용한 경우는 여전히 찾아보기가 어렵다.
또한 매뉴얼에는 기공소에서 보철물을 진료실로 보낼 때는 낮은 수준~중간 수준의 소독제를 사용하고 소독 방법에 대한 문서를 함께 제공하며 만약 소독에 관한 문서가 제공되지 않을 경우 치과진료실이 최종 소독과정에 대한 책임을 가지고 소독하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실제 보철 제작 임상에서는 치과기공물과 제작과 관련된 인상체나 최종 보철물들은 소독 과정에서 형태의 변형 등에 대한 위험 요소들이 있어 적극적 감염관리에 나서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또한 원래 기공실이나 외부 치과기공소로 인상체가 전달되고, 최종 완성 보철물이 다시 외부에서 진료실로 전달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여타 진료실 내 장비와는 다르게 외부 감염 위험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이다.
소독제·스팀클리너 이용한 소독 일반적
일반적으로 환자의 혈액 또는 분비물로부터 감염원이 전이될 수 있기에 인상체, 교합인기 등을 포함한 구강인상체와 기공물들이 교차 감염의 잠재적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인상체, 보철물 등을 환자 구강에서 빼내는 즉시 혈액이나 유기물질이 건조되기 전 세척과 소독하기를 권장한다.
치과기공소는 보철물 제작 재료 및 각종 장비와 환자 구강 모형을 재현한 모델 등이 있고 일정 규모 이상의 치과기공소는 분업화를 통해 여러 명의 치과기공사가 하나의 치과기공물을 제작해 다양한 장비와 사람에게 노출된다. 결과적으로 환자의 구강 내에 삽입되는 최종보철물을 만드는 곳이지만 상대적으로 감염관리에 취약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
과거에 비해 환경적으로 개선됐으나 여전히 좁은 공간에서 많은 기공사들이 모여 있는 경우들이 많아 기공사 간의 감염이나 바이러스성 감염 등에 노출되어 있어 제작된 보철물의 관리도 필수적이다. 치과기공사들이 글러브를 착용하고 소독제와 스팀클리너 등을 이용해 최대한의 클리닝 작업을 진행하고 개인 작업 장비들을 알코올 솜과 소독제, 스팀클리너 등으로 관리하는 노력울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등장하는 새로운 장비와 소재들 속에서 시간에 쫓겨 여러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다보니 감염관리에 소홀해지는 경우들도 비일비재하다.
치과기공소에 전달 과정 역시 감염 위험
완성된 보철물의 위생 관리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진료실에서 채득한 인상체를 안전하게 기공소로 배송하는 것이다. 인상체가 기공사들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의 감염 우려 또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상체를 진료실 외부로 내보내기 전 우선 세척과 소독을 실시하는데 흐르는 찬물에 타액 등을 완전히 씻은 후 세제를 통해 2차 세척을 실시한다. 그리고 치과기공소는 러버 실리콘베이스의 정밀 인상체와 대합치 등을 작업하기 전 인상체에 소독제를 도포, 바이트는 알콜 소독솜으로 소독 후 작업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소독제의 노출 시간이나 농도 등이 인상체나 석고모형에 외형에 변형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기공소에 따라 오토 클레이브 등을 통해 트레이를 소독하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진료실에서 치과기공소로, 치과기공소에서 진료실로 인상체와 보철물이 오가는 과정에서의 감염관리의 수준은 치과와 기공소 간의 유기적 소통을 통해 그 수준을 정하게 된다.
하지만 기공물 제작 과정의 감염관리는 관리책임자(소장 또는 실장)의 감염관리 경각심의 차이에 따라 천차만별의 형태를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치과기공소의 경우 상대적으로 치과에서 1차 처리를 거친 인상체를 전달받아 혈흔이나 이물질 제거 등의 기본 과정을 거치지만 그보다 적극적인 관리는 책임자의 인식 따라 감염관리를 위한 소독 작업 등의 수준은 달라지게 된다.
디지털 보철 제작, 감염관리에도 영향
최근 10년간 치과기공계의 가장 큰 화두는 ‘보철물 제작의 디지털화’라고 할 수 있다. 치과와 치과기공계 전반에 큰 변화를 일으킨 디지털 장비 대중화는 보철물 제작의 생산성고 편의성에 혁신을 가져왔다. 또한 영향을 끼친 곳이 있으니 바로 ‘감염관리’이다. 기존에는 러버 실리콘 베이스의 인상 체득을 통해 환자의 구강 내에 삽입했던 인상체를 소독 후 기공소나 기공실에 전달하는 식으로 진행해왔던 것이 일반적인 감염관리 방식이었다.
하지만 구강스캐너의 등장과 밀링머신, 3D프린터의 대중화에 힘입어 최근 치과와 치과기공소 간의 환자 데이터는 디지털 데이터 전달로 모양새가 변해가고 있다. 진료실에서 치과기공소로 인상체를 전달하던 과정을 생략하면서 환자의 혈흔이나 이물질로부터 치과기공사가 감염될 수 있는 원인 자체를 차단했다.
물론 여전히 모델 제작 등의 방법들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스캔 데이터를 활용한 보철 제작은 앞으로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이며 현재 디지털 데이터만을 전달받아 보철물을 제작하는 치과기공소들이 전국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구강스캐너의 등장은 편의성 뿐만 아니라 치과기공소 입장에서는 인상체를 통해 전염될 수 있는 바이러스에서 치과기공사들을 한결 자유롭게 했다.
현재 치료 수가와 보철물 제작수가 상황에서는 감염관리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감염관리는 필수적이지만 치과 진료실이나 치과기공소들이 노력에 대한 실질적 인정을 받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적극적 감염관리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려면 감염예방 장비와 재료에 대한 투자가 불가피하지만 이에 대한 노력을 보상 받는 방법이 아직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감염관리는 치과기공소 운영 과정에서 고려대상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적극적 감염관리를 하면서 경제적 보상과 연결할 수 있을까? 헤리치과 엄상호 원장은 “환자들이 위생과 감염관리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적극적 감염관리를 환자들에게 어필하는 것도 치과 마케팅의 일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플라즈마 멸균기와 같은 소독 장비를 활용하거나 개별 멸균소독 후 진공포장된 보철물을 운송하는 방법은 치과기공소가 치과에게, 치과가 환자에게 멸균 위생 상태를 직접 눈으로 보여줘 신뢰도 상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기본적인 소독제와 스팀클리너 등의 활용한 소독과 오토클레이브 등의 장비를 활용한 멸균 과정을 거쳐 더욱 높은 감염관리를 실현해 안전한 보철물 제작과정을 만드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기에 치과와 치과기공소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