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계는 우려 속 일단 관망 자세
최근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 사용은 위법이 아니다’는 법원 판결 후 의료계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를 기대해온 한의사협회는 “정의로운 판결”이라며 반겼으나, 반대 입장인 의사협회 등은 “국민건강에 위협”을 주장하며 지속적인 반발을 예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치과계는 우려감을 품은 채 일단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12월 2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의사 A씨(피고)의 상고심서 벌금(80만 원)을 선고한 원심(1‧2심)을 파기 환송시켰다. A씨의 초음파 기기 사용이 면허 외적인 의료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
그러자 곧 의료 단체들의 비판이 빗발쳤다. 지난달 26~30일 간, 대한의사협회(의협)를 비롯한 의료계 단체들이 기자회견, 시위, 잇단 성명발표 등으로 이번 판결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동조하는 의료인들은 초음파 기기를 다루는 한의사의 역량에 대한 의문을 제기 중이다. 그 근거로 A씨가 이번 재판소송의 원고인 B씨(원고)에게 2010년 3월~2012년 6월, 2년 넘게 총 68회의 초음파 검사를 사용하면서도 B씨의 자궁내막암 2기를 제때 진단하지 못해 놓친 점을 들며 비판했다.
반면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는 충분한 교육을 받은 숙련된 이들이 초음파 기기를 사용한다면 의료계가 지적하는 ‘한의사의 역량’ 대목도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계묘년(2023년)을 “한의사의 현대 진단기기 활용 초석을 다지는 해로 만들자”면서 이번 판결에 대환영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모 치과 C원장은 “이번 판결은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합헌 여부를 알려준 것이지, 진단 못한 행위에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풀이하며 “최신 의학 장비 중 초음파 진단기기는 누가 어떻게 장비를 리딩해 사용하는가가 중요해 교육‧트레이닝이 꼭 필요한데, 모든 한의사가 가능할지는 의문”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러한 갈등 구도를 두고 “과거부터 이어져 온 진료영역을 둔 헤게모니 싸움의 연장선”이란 의료계의 시각도 적잖다.
크게 보면, 양학과 한의학(동양학)이 대립해 진료(진단-검사-치료) 중 사용 가능한 의학 장비의 허용범위를 놓고 갈등 중인 형국인데, 의협 측 단체들은 진료 시 상대적으로 초음파 진단기, 엑스레이, CT, MRI 등 장비 활용도가 높은 과목이 포진해 있어 이번 판결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 가운데 치과계서 포착되는 뚜렷한 움직임은 아직 미비한 상태다. 다만, 최신 의학 장비 활용비율이 높은 진료과목 개원의 등을 중심으로 여러 우려감이 팽배해져 가고 있다.
구강내과 전문의 D원장은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해 “한의원에서 세팔로(Cephalo)나 파노라마도 찍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는데, 그러면 구강내과와 한의원이 아무런 차이가 없어지는 셈”이라고 성토했다.
모 치과 E원장은 일부 한의원의 진료 행태를 짚었다. 그는 “최근 일부 한의원서 진료 시 턱관절 장애‧통증 등을 비롯, 치주질환의 원인인 구취 등을 다루는 경우가 발견되는데, 그럴 경우 파노라마 촬영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 치과계에선 이 점을 문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한방 진료 시 여러 최신 의료장비의 급여화 여부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추가로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