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통계지표 결과
코로나19 사태 속 미세하게 움츠렸던 치과 외래 진료비(요양급여비용) 규모가 지난해 껑충 뛰어 5조원을 훌쩍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또 치과 외래 요양급여비용의 1/3가량이 “감기보다 흔한 질병”이라는 ‘치은염 및 치주질환’에 몰려 씁쓸한 ‘국민질환’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치과 외래급여비용 5조 2103억원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2021 진료비 통계지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치과를 포함한 모든 종별 요양기관의 ‘외래(진료) 요양급여비용’ 추이는 2017년(29조 3753억 원)부터 2019년(36조 1952억 원)까지 쭉 상승세를 타다 2020년(36조 974억 원) 주춤한 뒤 이듬해인 2021년(41조 845억 원) 반등하는 모습이었다.
치과 양상도 비슷했다. 전년 대비 약 6400억 원 증가라는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인 2019년(약 4조 8406억 원)을 비롯, 2017년(3조 9505억 원)부터 쭉 증가세에 있던 치과 병‧의원 외래 요양급여비는 2020년(약 4조 8305억 원) 미세한 감소를 겪은 뒤 2021년(약 5조 2103억 원)부터 다시 상승곡선을 찾아갔다<표 1>.
특히 2021년도의 전년 대비 상승폭은 최근 5년 중 가장 컸다. 지난해 모든 종별 의료기관의 외래 요양급여비 총액은 41조 845억 원으로, 2020년의 36조 974억 원 대비 약 13.82% 증가해 반등세로 돌입했다.
이 가운데 치과도 2021년도 외래 요양급여비 규모가 5조원을 돌파(5조 2103억 원)하는 등 전체적인 진료 양상이 회복세를 그렸다. 전년 대비 증가폭은 약 7.21%.
이처럼 치과 진료가 회복세로 돌아선 까닭은 코로나19 장기화로 미뤄둔 진료를 더는 미룰 수 없었던 환자들의 내원에 대한 갈증이 지난해 일부 터져 나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초부터 대대적으로 실시된 전국민 대상 백신 접종을 거쳐 하반기 무렵부터 고조된 ‘위드코로나’ 분위기 등 사회적인 시류를 맞아 그간 미뤄둔 진료를 받자는 심리가 기지개를 켜 통계지표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감염자가 폭증한 2022년 초 데이터가 추가되면 외래요양급여비 총액의 상승세는 또 한 번 변곡점을 맞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치주질환 국민질병화 가속 중
수년간 우리나라 외래 다빈도 질환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치은염 및 치주질환(질병코드 K05)’은 이번 조사 역시 2021년도 외래 다발성 분야 여러 항목 1위에 랭크되며 ‘국민질병화’ 정도를 재차 확인시켰다<표 2>.
우선 치은염 및 치주질환의 2021년도 요양급여비(진료비) 총액이 전년 대비 13.62% 증가한 1조 8003만 9300만원으로, 외래 다발성 질환 요양급여비 분야 1위를 기록했다. 같은 해 치과 병‧의원 외래 요양급여비 총액(약 5조 2227억 원)의 1/3 수준에 육박한다.
해당 분야 2위는 약 1조 401억 원의 ‘본태성(원발성) 고혈압’으로, 치은염 및 치주질환 요양급여비 총액에 약 7602억 원 부족했다. 4위는 ‘치아우식’으로 요양급여비용은 2020년보다 8.71% 오른 약 5757억 원.
또 지난해에만 1764만 1805명이 치은염 및 치주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전체인구(5162만 8117명, 통계청)의 3명 중 1명꼴이다.
이 또한 모든 다빈도 질환 중 1위이며, 2위인 ‘급성 기관지염’ 환자 수와 비교해도 2.4배가량 많았다.
특히 급성 기관지염 환자 수는 2020년(약 1100만 명)에서 2021년(약 741만 명) 사이 상당한 폭으로 줄어든 반면, 치은염 및 치주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2020년 약 1298만 명서 올해 약 1740만 명으로 예년에 비해 대폭 증가해 1‧2위 간 격차가 2배 이상 벌어졌다.
해당 지표들로 산출해본 2021년도 치은염 및 치주질환의 1인당 요양급여비용은 10만 2053원이다.
65세 이상 고령층이 지난해 가장 많은 진료를 받은 외래 다빈도 질병 1위 또한 치은염 및 치주질환으로 나타났다. 2021년도 진료인원은 334만 5482명, 내원일수는 851만 3926일, 요양급여비용은 약 3540억으로 이는 전년 대비 23.28%의 큰 상승폭이다.
또한 고령층에서는 ‘치아 및 지지구조의 기타장애’의 2021년도 요양급여비용 총액이 전년 대비 3.46% 증가된 약 1조 5621억 원으로 파악되며, 외래 다빈도 질병 중 1위를 기록했다. 진료인원은 약 115만 명으로 8위.
이와 관련,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기조삼은 지난 문재의 정부 당시부터 학계를 포함한 치과계 곳곳서 치은염 및 치주질환의 급여 범위 확대 추진에 대한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최근에는 치주질환이 당뇨, 동백경화, 심근경색, 호흡기질환 등과 연관이 있거나 이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도 끊이지 않고 있어 치과계를 넘어 정부 차원의 관련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대두돼온 상황.
이에 복지부는 최근 제2차 구강보건사업계획(2022~2026) 중 ‘일차 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서비스 프로세스 구강질환 확장 모델(안)’을 통해 건강검진 결과 당뇨병 질환 의심자에 병의원 2차 검사 권고, 당뇨 진단 시 치주질환 고위험군으로 치과 방문을 하도록 체계를 마련한 바 있다.
앞으로도 치은염 및 치주질환의 증가세와 그에 따른 우려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치과계를 포함한 의료계, 관련된 정부의 선택에 귀추가 주목된다.
이상연 기자 arirang@dentalarir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