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세 여자 환자. 모세혈관이 가지를 펴듯 신경관이 가느다랗게 뻗어있다. 현미경 배율을 높여도 나이가 들며 미세해진 신경관을 찾기란 쉽지 않다. 온몸의 촉각을 곤두세워 신경관으로 추정되는 곳을 조금씩 갈아본다. 구멍이 하나 보인다. 같은 작업을 1시간가량 반복한 후에야 신경관 안쪽 곪아있는 조직, 오염 물질을 제거하는 작업이 시작된다.
2006~2016년 근관치료의 경향을 분석한 결과, 이처럼 어려운 근관치료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또한 현재 근관치료의 단계별 성공률이 양호한 수준이지만 점차 떨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임상의 술기 향상은 기본
숙련된 기술을 요하는 근관치료가 증가함에 따라 술기 향상을 위한 임상의 개개인의 노력은 기본이다.
10년간 근관치료의 변화를 분석한 조신연(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교수는 “현재 근관치료 단계별로 성공률이 80%를 상회하며 양호하지만 근관치료 후 5년간 후속치료 발생 비율<표참조>을 보면, 근관치료 성공률이 2007년 91.19%에서 2011년 90.14%로 소폭 감소했다”면서 “재근관치료, 치근단수술 등 처음 이뤄지는 근관치료보다 어려운 이후 단계에 대비할 수 있도록 술기를 향상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한 자연치아를 보존하려는 고령환자들의 치료 경향에 따라 난이도 있는 치료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보존학을 전공한 한 개원의는 “앞으로 석회화가 심한 근관의 치료가 난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임상의는 개인의 능력을 키워 대비해야 한다”며 임상의 노력의 필요성에 동의했지만 “이와 더불어 정책적으로 적절한 보상이 뒷받침돼야 앞으로 계속적인 양질의 진료가 가능할 것”이라며 낮게 책정된 근관치료 보험수가를 지적했다.
보험수가 세분화ㆍ행위재분류 필요
현행 건강보험수가(2018년 3월 기준)는 발수 3790원, 근관세척 1620원(1근관 1회당), 근관확대 3380원(1근관 1회당), 근관와동형성 4940원, 근관성형 3590원(1회), 근관충전은 단순근관충전 4310원, 가압근관충전 7890원으로 단일기준이다.
한 개원의는 “노인층의 비율이 급격히 증가하는 우리나라의 인구 분포를 볼 때 올바른 근관치료를 위해서는 현미경 사용이 점차 늘어나야 하는데 수가가 발목을 잡고 있는 상태”라면서 “난이도에 따른 수가 체계를 마련하거나 현미경, 초음파 등 기구 사용에 따른 수가를 통해 근관치료의 수가를 보다 다양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일 기준으로 모든 근관치료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현행 보험수가를 세분화해야 한다는 것.
대한치과의사협회 마경화 상근보험부회장은 “근관치료 수가가 낮게 책정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치협은 개원가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행위를 재분류하거나 재료값을 반영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면서 “또한 수가행위의 상대가치를 재평가를 하려면 학술적 에비던스가 필요해 보존학회에 연구용역을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행위재분류란 1번 사용할 수 있었던 Ni-Ti 파일 사용을 2번으로 하거나 근관측정은 1번, 근관확대는 2번 보험이 적용되는 것을 근관확대 시 근관측정을 1번 더 할 수 있게 하는 등 행위를 구체적으로 나누는 방법을 의미한다.
잔존치아의 개수와 노년기의 치매 발생의 연관성에 대한 많은 연구들이 끊임없이 발표되고,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을 앞두고 자연치아를 보존하려는 사회적 욕구가 거세지고 있다. 임상적 수준을 향상시키는 치과계의 부단한 노력과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으로 국민구강건강 향상은 물론 삶의 질을 높이고, 근관치료의 후속치료를 줄여 궁극적으로 국민 개인과 공단의 의료비 경감으로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