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 경제학자 ‘리처드 탈러’는 그의 저서 ‘넛지’에서 “기업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디폴트를 잘 활용해야 한다”라고 했다.
디폴트란 신규 서비스를 출시할 때 고려해야 할 중요개념 중 하나로, 제품 등이 출시될 때 이미 설정돼 있는 기본적인 선택을 말한다. 디폴트는 고객에게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때로는 고객이 원하지 않는 불필요한 선택을 강요하기도 한다.
모바일 폰을 구매하면서 통신사에서 기간 약정을 할 때 기기값 할인을 위해 부가서비스를 일정기간 동안 사용하도록 하는데 대부분의 사용자는 부가서비스 최소 약정 기간이 지난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이를 해지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고객 입장에서는 최소 약정기간이 끝나면 자동으로 해지가 되면 좋겠지만 통신사의 입장에서는 고객이 적극적으로 해지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그런 디폴트를 적용한 것이다.
구독 형태의 서비스의 경우에도 유사한 디폴트 사례가 있다. 인터넷 사이트에 1개월 무료 가입을 하면 한 달 후에 사용자가 해지를 하지 않으면 자동 유료 연장이 되는데 사용자의 선택을 위한 결정을 묻지 않아 소액인 경우에는 무심코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기업에게는 수익창출이지만 고객에게는 불필요한 낭비를 초래한다.
이에 비해 다른 디폴트 사례도 있다. 인터넷 사이트에 회원 가입을 할 때 개인정보를 입력하는 경우 입력창이 자동으로 넘어가는 디폴트는 고객에게는 매우 편리한 기능이라 할 수 있다.
사용자의 불편을 최소화시키는 자동 이동의 디폴트는 비록 사소한 부분이지만 고객의 피드백을 적극 적용해주는 신뢰성 있는 기업으로 인식될 수 있다.
치과의 진료 프로세스도 일종의 디폴트의 개념이 적용된 것이다. 고객의 예약부터 방문, 접수, 대기, 초진, 상담, 진료, 수납, 다음 예약까지 일련의 프로세스는 기본적으로 설정된 과정을 거치게 되고 절차에 의해 진행된다.
일반적인 프로세스는 어느 치과나 동일하지만 중요한 것은 작은 디테일의 차이에서 치과 진료의 질이 결정되기 때문에 그 차이를 디폴트에 포함해 둔다면 타 치과와의 차별화는 확연히 드러나게 되고 좋은 디폴트를 만들게 된다.
좋은 디폴트는 고객과의 접점에서 시작된다. 기본 디폴트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고객으로부터 피드백을 받고 컴플레인을 받거나 개선요청을 받은 경우 이를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
당연한 말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장에서는 컴플레인을 받은 후 적극적으로 개선을 시도하거나 반영하려는 노력이 없는 치과도 많았다. 병원의 제약사항을 이유로 또는 직원의 불편함을 이유로 고객의 의견이 전달되지 않거나 전달되더라도 게을리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기본적인 디폴트는 병원에서 설정한 것이지만 고객의 불만이나 요청사항을 반영한 디폴트는 고객이 만들고 고객과 합의된 디폴트라 할 수 있다. 병원의 성장은 구호가 아니라 이런 작은 차이에서 시작된다. 지금 여러분 병원의 서비스 디폴트는 최선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