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서점에 가면 간혹 ‘보고 잘하는 법’을 다룬 책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대부분 비슷비슷한 내용을 다루고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크게 관심이 가지 않아 대충 훑어보고 넘어가지만 최근 어느 한 병원의 총괄실장의 고민으로 인해 보고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 총괄실장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보고 하는 것’이라고 한다.
평소 진료 관련해서 상의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되는데 업무 지시를 받고 자료를 준비하고 보고하는 과정은 진료 상의하는 것 이상으로 부담된다고 한다. 한마디로 어떻게 보고를 해야 하는지 요령을 잘 모르겠다고 한다.
보고 잘하는 요령은 시중에 나온 책을 사서 읽고 요령을 하나씩 터득해가면 된다. 그런데 보고 잘하는 것에 대한 총괄실장의 고민만큼 ‘업무 지시 잘 하는 것’에 대한 원장들의 고민은 과연 얼마만큼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필자의 경험으로도 지시를 잘 내리는 상사와 그렇지 못한 상사의 차이는 그 결과에서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음을 느꼈다.
예전에 모 백화점에 근무할 때 어느 팀장은 지시할 때 너무 두리뭉실하게 지시를 해서 팀원들은 항상 팀장의 의중을 헤아리기 위해 갑론을박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팀장 자신도 무엇을 지시한 것인지 잘 모른다’는 자조 섞인 결론에 도달하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무지시에 대한 답은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가급적 많은 예상 질문에 대한 답을 만들고 보고하곤 했다. 그런데 문제는 늘 과한 에너지를 써야 해서 업무 효율이 바닥이라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반면 어느 팀장은 늘 명확하게 업무지시를 했다. 지시를 받은 팀원은 정확한 이해를 하기 때문에 갑론을박을 할 필요가 없었다. 당연히 에너지도 과하게 쓰지 않고도 훨씬 양질의 결과물이 나왔다. 또한 팀장의 업무 지시 스타일이 본이 되어 해당 팀원들에게 자연스럽게 지시와 보고요령이 전승되었다.
보고를 잘하는 것만큼 지시를 잘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업무 지시를 잘하는 상사는 다음 세 가지의 특징을 가진다.
첫째, 지시의 목적과 의도를 먼저 명확히 얘기한다. 일은 목적을 가진다. 목적을 알 때와 알지 못할 때의 직원의 생각의 범위는 크게 차이가 난다. 좀 더 좋은 결과물을 원한다면 목적과 의도를 명확히 밝히는 것이 효율적이고 직원의 동기부여에도 효과적이다.
둘째, 보고의 기한을 정한다. 일에는 우선순위가 있다. 지시를 할 때마다 ‘가급적 빨리’ 보고 하라는 지시는 직원을 혼란스럽게 한다. 기한을 정해주면 직원은 스스로 우선순위를 설정할 수 있다. 때로는 직원에게 보고기한을 정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셋째, 중간보고를 하게 한다. 직원이 알아서 중간보고를 한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직원도 있다. 지시를 할 때 중간보고를 통해 진행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처음부터 중간보고 시기를 정하는 것이 좋다. 중간보고는 서면보다 구두보고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