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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 교수의 칼럼]敏而好學不恥下問(민이호학불치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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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 교수의 칼럼]敏而好學不恥下問(민이호학불치불문)
  • 이승종 교수
  • 승인 2016.12.08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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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옛날 중국 춘추시대에 위나라 대부 공어孔 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매우 학문을 좋아해서 위나라의 군주는 공어가 세상을 떠나자 ‘문文’이라는 시호를 내려주었다. 공어를 별 볼일 없는 사람으로 치부하고 있었던 공자의 수제자 자공이 이를 못마땅하게 여겨 그가 왜 ‘문’이라는 시호를 받게 되었는가 연유를 공자에게 묻자, 공자는 “敏而好學 不恥下問 즉, 그는 총명 하면서 배움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무엇 보다 모르는 것을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공어는 가히 학문의 기본이 되어있는 사람이라 부를 만 하다”라고 대답 했다고 한다.

아랫 사람에게 모르는 것을 묻는 것은 사실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묻는 것은 고사하고 아랫 사람들한테서 어려운 질문을 받았을 때 모른다고 대답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학교에서 학생들과 생활 하다 보면 늘 이런 저런 설명해 주어야 하는데, 가끔 대답이 궁해질 때가 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까 그럴 때는 잘 모르겠다고 하는 것이 상책이다. 지금도 옛날 제자들과 옛날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내가 잘나게 행동한 것 보다는 내가 모른다고 대답을 했을 때가 제일 기억에 남았다고 한다. 그것은 꼭 ‘선생인데 그런 것도 모르나’라는 것 때문은 아닌 것 같고,‘아, 선생도 모르는 것이 있구나’라는 데서 오는 일종의 인간적인 동류의식일 것이다.

물론 공자의 가르침은 이런 인간적인 차원보다는 훨씬 다른 차원의 이야기 이겠지만, 어쨌든 사람들은 뛰어나게 잘난 사람 보다는 솔직하게 자기의 치부를 인정하는 사람에게서 친근감을 느끼게 된다.

우리 레지덴트들은 학기에 한 두번씩 영어로 발표를 하게 되어있는데, 기중에는 외국생활을 많이 해서 제법 발음이 원어민 수준인 친구들도 많다. 반면 영어가 서투른 사람들은 주눅이 들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외국에서 태어난 사람이 아니라면 아무리 영어를 잘 한다고 하더라도 어색한 게 사실인데 발음만 굴리면서 빨리만 말한다고 되겠는가. 그것은 마치 갓쓰고 자전거 타는 것과 같은 모양이다. 그럴 때 마다 나는 학생들에게 외국인으로써의 영어를 요구한다. 외국학회에 나가서 발표를 해보면 유창한 영어 보다는 우리가 중고등학교 때 ‘I am a boy, you’re are a girl’ 하고 배웠듯이 모든 발음을 또박또박하게 문법에 맞게 말해야 품위도 있고 대접도 받는다.

이는 나는 ‘외국인이요 그러기 때문에 원어민 같은 영어는 할 수가 없는 사람입니다’ 를 선언하는 것이다.

진료실에서도 매일 많은 환자들과 대화를 하면서 간혹 내과와 관련되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들을 받곤 한다.


요즘은 인터넷 정보 홍수시대에 살아서 그런지 많은 환자들이 엄청난 의학상식을 가지고 내원을 한다. 내가 보는 환자들은 대개 여러 가지 신체적인 질병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내려 받은 자료를 A4 용지로 수십 장씩 들이밀면서 의학과 관련된 도저히 듣도 보도 못한 질문을 해댄다. 이럴 때 본과에서 배운 어줍짢은 의학지식을 가지고 대꾸를 하려다 보면 점점 더 꼬이게 된다.

그럴 때 정답은 역시 ‘미안하지만, 나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른 전문가한테 한번 문의해 보겠습니다’이다. 명색이 대학병원 교수로 있는데, 환자들의 질문에 모른다고 하는 것은 매우 수치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모를 때 모른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사실은 많이 아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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