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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진단은 파노라마, 치료는 추나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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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진단은 파노라마, 치료는 추나요법?”
  • 정동훈기자
  • 승인 2015.01.08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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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역침범② -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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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24일 턱관절 치료를 전문으로 한다는 00한의원에 환자가 찾아왔다.
턱관절이 아파 찾아온 환자에게 한의원에서는 문진을 작성하게 하게하고 이후 파노라마를 촬영하도록 권했다. 방사선촬영장치를 통해 한의학과 융합시켜 제대로 된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심각한 턱관절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에게 한의사는 파노라마 촬영 진단과 함께 치료로 정함추나요법, 한약, 동작침법, 족부교정구, 물리치료, 운동요법을 시행토록 했다. 한의사가 말한 치료기간은 최소 6개월.

비록 가상의 일이지만 한의계의 치과 영역 침범이 날이 갈수록 도를 넘어가고 있는 현실에서 설상가상으로 정부가 한의사들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추진하고 있어 이 같은 일의 현실화가 우려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8일 경제단체 부단체장과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차관이 참여하는 규제기요틴 ‘민관 합동회의’를 개최해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및 보험적용 확대’를 추진하기로 확정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위해 △한, 양방 이원화체계의 특성과 국민의 요구,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지침 마련 △2015년 상반기까지 의료기기별 유권해석을 통해 한의사가 사용할 수 있는 진단, 검사기기 명확화 등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한의사들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및 보험적용 확대가 가시화되자 의료계는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한방과 현대의학이 이원화돼 있는 국내 의료체계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잘못된 의료기기의 사용으로 오히려 국민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며 즉각 반발에 나섰다. 그러나 치과계 단체들은 너무나 조용한 상황이다.

개원가에서는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한의사들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이 허용된다면 한의원의 치과계 영역 침범이 더욱 거세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턱관절장애는 교합과의 원인관계를 살펴보고, 교합장치 사용여부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치과의사의 진찰이 필요하지만 이를 환자들이 아는 경우는 드물다.

현재 포털에 등록된 턱관절 치료 한의원만 해도 100여 곳. 한의사의 엑스레이 촬영이 허용될 경우 ‘턱관절 진단은 턱관절 엑스레이로 감별해주는 한의원에서’를 내세워 치과의료 영역을 잠식해 나갈 수도 있다.

특히 한의학에서 생각하는 장기와 해부학적 장기는 기준조차 다르고, 해부학적 지식이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진단내용을 보고 병증을 진단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척추치료로 유명한 ○○한방병원에서 지난해 3월 출간한 턱관절장애 관련 책에는 턱관절장애가 생기는 이유로 ‘근본적으로는 정기가 약해졌기 때문’이라는 식의 과학과 동떨어진 한의학적 진단을 내세운다.

△○○한방병원에서 지난해 3월 출간한 턱관절장애 관련 책

이런 진단은 한의원이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한다고 해도 확인이 불가능하다. 현대 의료기기는 한의학적 진단과 치료에 아무런 효용이 없는 것이다.

한의대 교육과정에서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통한 진단 교육은 미흡하다 못해 전무한 실정이다.

그러나 파노라마 및 CT 등을 활용하는 치과의사나 의사들은 6년간의 의학교육을 받고 일부는 여기에 더해 수년 동안 수련의와 전공의 과정에서 경험을 쌓은 후 최근에는 전문의까지 배출한다. 

판독이 어려운 구강질환을 한의사가 못보고 지나쳐 병을 키우는 등 오진으로 인한 폐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영상치의학회장을 맡고 있는 황의환(경희대치전원 구강악안면방사선학교실) 교수는 “방사선진단기기는 현대적 의학지식을 필요로 하는 장비로 단순하게 어떤 것을 배웠다고 할 수 있는 장비가 아니다. 치과의사가 진단과 관련해 배우는 교육 기간만으로도 이론과 임상을 합쳐 6~10년을 요구할 정도”라며 “방사선 촬영에 대해 배우는 간호사나 방사선사, 물리치료사도 의사나 치과의사와 같은 전문성은 쌓을 수가 없기에 독립적인 진단은 할 수 없다.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은 환자들에게는 불필요한 진단비용과 오진의 위험성을 안겨주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처럼 위험하고 애초 필요성이 의심스러운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에 드는 비용은 온전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한의사들은 스스로의 능력과 전공을 직시해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의 경계를 설정할 줄 알아야 한다.

정부 또한 국민건강과 국가 의료체계 발전을 위한 바람직한 방안이 무엇인지 의료계와 함께 고민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대한치과의사협회에서도 한의사들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마땅히 경계하고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

▲ 이미 엑스레이 및 레이저 기기를 사용해 환자를 치료한다는 한의원도 있다.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홍보하고 있다.

▲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나타날 수 있는 턱관절 장애를 치료한다는 00한의원

▲ 턱관절장애치료만 10년간 6만 건을 했다고 홍보하는 00한의원


  
 

정부의 규제기요틴 추진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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