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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형 원장의 오늘] 마이클 포터의 5가지 힘과 치과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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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형 원장의 오늘] 마이클 포터의 5가지 힘과 치과의 미래
  • 이수형 원장
  • 승인 2013.10.10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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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는 의료인으로서 국민의 구강보건을 위해 헌신하는 숭고한 직업이다. 하지만 막상 개업을 하고 나서 생활인으로서 개원의가 돼버리면 우리 직업의 본질적 가치를 되새길 겨를이 없다.

그저 하루하루 정글 같은 전쟁터를 헤쳐 나가야 하는 경영자로서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아니 외줄타기를 한다고 보는 게 더 옳을 것이다.

치과의사라는 직업은 숭고하나 개별 치과는 자영업이다. 의학의 숭고함과는 별개로 사업주의 노동력을 전제로 하는 사업체로서 치과는 자영업으로 봐도 무방하다. 경영분석을 했을 때 자영업은 기본적으로 점주의 인건비를 제하고도 투자금액에 대한 수익이 나와야 한다. 인건비만 간신히 건지거나 그마저도 안 나온다면 수억을 투자해서 사업을 계속해야할 최소한의 경제적 타당성이 없는 셈이다. 하지만 실제 개원가에서는 적자가 나더라도 쉽사리 문 닫지 못한다. 바로 철수장벽 때문이다.

진입장벽에 대응되는 개념인 철수장벽은 이미 진출해 있는 분야에서 발을 빼지 못하게 하는 요인들을 말한다.
특정산업에서 진입장벽이 낮고 철수장벽이 높을수록 경쟁은 심화되고 발을 빼지도 못하는 최악의 상황에 놓이게 된다. 우리의 진입장벽이 면허와 창업자금, 한정된 입지라면 철수장벽은 기기설비들, 남은 대출, 리스, 진행 중인 환자, 대안의 부재를 꼽을 수 있다.

매년 증가하는 치과의사의 수와 저금리의 개원대출, 무너진 입지선정으로 개원가에 대한 진입장벽은 허물어진지 오래다. 오로지 개원가에 뛰어들 담대함과 용기만이 진입장벽으로 남아있다.
반면 철수장벽은 점점 더 높아지고 견고해진다. 늘어난 개업자금은 고스란히 부담으로 되돌아오며, 한번 차리면 쉽사리 관두거나 옮길 수 없다. 무엇보다 대안의 부재가 치명적이다.

낮은 진입장벽과 높은 철수장벽으로 치과계는 경쟁이 심화되어 산업 자체의 경제적 타당성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다. 상황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배운 거라곤 치과질이다. 다들 치과의사로 살아온 게 몇 년인데 그걸 관두고 대체 다른 뭘 할 수 있을지.

철수장벽을 경영에서 중요한 키워드로 활용한 것으로 주로 마이클 포터를 꼽는다. 기업 경영전략의 대가인 포터는 한 기업이 해당 산업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수익을 올리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5가지 힘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잠재적 신규 진입자, 기존시장 내 경쟁자, 구매자의 협상력, 공급자의 협상력, 대체품의 대체력이라는 5가지 요소를 고려하여 산업 내에서의 경쟁력을 강화시켜 수익을 내야하는 것이다.

전문직단체가 개입할 수 있는 것은 잠재적 신규 진입자와 내부 경쟁 2가지에 주로 한정되기 마련이고, 전통적으로 이를 조절하면 나머지 3가지 요소는 알아서 따라왔고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치과계는 ‘내부 경쟁’을 조절하는데 실패해 도미노처럼 많은 문제가 파생되었다. 초기에 몇몇의 치과에 한정되었던 덤핑수가 문제는 이제 치과계 전반에 가격하향을 야기했다.

이미 교실 붕괴가 일어났는데 소수의 문제아를 골라내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덤핑수가에 대한 치협의 대책은 사실상 실패했다. 과도한 내부 경쟁으로 ‘구매자의 협상력’이 증가되어 환자는 치과를 쇼핑하고 최저가 입찰하듯 골라 다닌다. 또한 ‘공급자와의 협상력’도 증가하여 미디어에 자기네 제품을 쓰는 치과를 골라 선택하라고 광고하기도 한다. 그 와중에 ‘대체품’에 해당하는 의사, 한의사와 영역 다툼으로 차별화된 전문영역을 지키기도 쉽지 않았다.

‘잠재적 신규 진입자’를 조절하는 것은 더는 미룰 수 없으며, 현재가 필수적인 시점이다. 치대 정원 및 국가고시 합격자 수를 조절하는 데에도 실패한다면, 개원가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 개원의에게 영향을 미치는 5가지 요소 모두가 빨간 불이 들어오게 되는 셈이다.

치과의사의 적정 수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점점 더 많은 개원의들이 경영난에 처하게 될 것이다. 과거의 영광은 재현되기 어렵고, 치열해지는 경쟁으로 치과계가 본격적으로 쇠퇴기로 접어들기 시작한다면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바라볼 때 진지하게 철수를 고려해야할 시점이 머지않아 보인다.

가을 날씨가 청명한데 커피한잔을 들고 잠시 생각해본다. 배운 거라곤 오로지 치과질인데 어찌하란 말이냐. 머릿속은 복잡하고 그저 커피는 쓰다.

연세루트치과 이수형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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