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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진상’에 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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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진상’에 대한 고찰
  • 김남윤 대한치주과학회 공보이사
  • 승인 2013.09.05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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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글을 쓰게 되어 ‘진상’이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화들짝 놀랄 동료치의나 감정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심려를 끼치게 되어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하지만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고, 손자병법에도 나오지 않았나?

우리가 ‘진상’에 대해 지금까지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것은 제대로 알지 못한 것에서 기인했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 확실하게 학습하여 진상예방을 하거나 진상퇴치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으로 이 글을 이어나가 본다.

원래 ‘진상(進上)’이라고 하는 것은 국왕에 대한 지방관의 의례적인 헌납을 의미한다. 국가의 절일과 경사 때 왕에게 축하의 뜻으로 토산물을 바치는 일이며, 예헌(禮獻)이라고도 한다.
이처럼 좋은 뜻의 단어에 부정적인 뉘앙스가 심해진 이유는 진상하는 과정에 있어서 관리의 협잡이나 뇌물, 착복 등의 민폐가 심했기 때문이다.

또한 지방관의 출세에 대한 욕심으로 과한 진상이 민간의 반발을 불러왔기 때문에, 일부러 좋지 않은 물건을 진상하여 진상이 안 좋은 것이라는 의미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
그 이후에는 진상이 여러 의미로 쓰였는데, 차마 눈 뜨고 봐주기 어려운 광경, 즉 꼴불견을 이를 때 쓰며, 유래는 進上에서 유래된 발음과 동일하며, 허름하고 나쁜 것이나 그런 물건을 속되게 일컫는 말로 쓰였다.

농공상 체계가 확립된 조선시대에는 교양 수준이 낮은 상인들을 상놈(쌍놈)이라 부르며 천시하는 경향이 강했으며, 특히 막돼먹은 사람을 진짜배기 상놈이라는 뜻의 ‘진상(眞商)’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요즘 우리가 쓰는 진상이라는 단어는 아마도 이 뜻에 가까운 단어가 아닌가 짐작한다. 현재는 손님이 아닌 ‘손놈(?)’이나 ‘블랙 컨슈머’, ‘상진이’ 등 손님인 것을 빙자해서 각종 해악을 끼치는 자들을 지칭하는 단어로도 쓰인다.

원래는 진상손님이었으나 단어가 길었던 탓인지 ‘상진이’와 같이 당사자가 그냥 듣기만 해서는 잘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려고 했는지, 진상이라는 단어로 고정되었다.
치과에서 진상의 시작은 교육 수준이 높고, 경제력이 어느 정도 있으면서 시시비비를 따지기를 좋아하는 부류였지만, 현재는 대한민국 전체가 ‘진상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특정한 세대를 언급하고 싶지 않지만(모두가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대략 1978년생부터 1983년생까지의 진상이 특히 심하다. 이들의 특징은 남이 손해를 보더라도 나만 피해보지 않으면 된다는 의식이 지배적이다. 가격에 민감한 정도를 넘어서 목숨을 걸 정도다.

그 이유를 면밀히 검토해보니, 그 세대가 정서에 예민한 사춘기였을 무렵,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로 IMF 구제금융 하에 온 국민이 고통 받고 있던 시기였다. 주변에 사업실패를 한 사람들, 금 모으기로 자신의 돌 반지와 같은 금붙이들이 팔려나가는 것을 직접 체험했던 세대다.

또한 어르신들의 경우가 진상으로 돌변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전적으로 소통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오랜 세월을 가족 부양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왔던 그들은 당신만의 견고한 삶의 틀을 만들게 되었는데, 그 틀을 벗어난 생각과 행위는 모두 가족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단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젊은 진상은 말로 피곤하게 만들지만, 어르신들은 공격적 성향으로 신체적 위협에 직면할 수도 있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같은 치료계획을 무한반복하며 설명해야 할 때나, 노골적으로 터무니 없는 가격을 제시하는 진상환자는 개원 연차에 따라 점점 웃으며 넘기게 된다. 진짜 심각한 진상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으로 어이없는 민원을 제기하고, 진료실과 대기실을 고성으로 마비시키며 심지어 진료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사실 이런 진상은 우리가 괴물의 모습으로 키워 나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물리력을 행사하는 일은 반드시 심판 받는다는 사실을 일깨워 두 번 다시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치료에 대한 사전 설명과 주의, 치료계획과 진료비에 대한 것은 서면으로 확실히 해두는 것이 중요한 예방법이다.

목소리만 크면 대우받고, 금전만능주의에 기인한 진상들은 성실하고 선한 다른 사람들의 몸과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다.
심지어 진상공화국을 떠나 이민 가겠다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대로 간다면 대한민국에 미래가 없다.

전문가에 대한 신뢰와 존경심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부터 달라져야 한다. 동료치의들이 어떻게 되든 나만 잘살고 볼 일이라고 생각하며 환자 보는 치의들. 당신들도 진상공화국의 일원이다.

참조- 위키디피아, 엔하위키


대한치주과학회 김남윤 공보이사

 

김남윤 대한치주과학회 공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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