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9 15:27 (월)
[이수형 원장의 오늘] 넘쳐나는 마케팅, 표류하는 이미지
상태바
[이수형 원장의 오늘] 넘쳐나는 마케팅, 표류하는 이미지
  • 이수형 원장
  • 승인 2013.08.29 10: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레스토랑의 음식 메뉴 이름이 설명적일수록 사람들이 더 맛있게 느낀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즉, 단순한 ‘해산물 필레’보다‘즙이 살아있는 이태리풍 필레’가 더 손님의 만족도가 높다는 이야기다.

특히 상품과 서비스 본질의 만족도를 올리기 위해서는 거기에 부가적인 가치를 담아내야 하고, 그것을 고객에게 전달해야 한다. 이것이 이른바 스토리의 필요성이고, 마케팅의 시작이다.

개원난이 심화되면서 특정 치과 술식에 짧고 임팩트 있는 네이밍을 하는 것은 이제 새삼스런 일도 아니다.

그것이 학문적으로 근거가 없거나 의료법상, 혹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지를 따지는 것은 순진한 접근이다. 좀 더 긴 스토리를 위해서는 대기실 한쪽 벽면과 홈페이지를 활용한다. 진료 봉사나 단체 후원 같은 훈훈한 이야기들이 메인에 있고, 직원과의 이벤트, 환자 후기 등이 빈틈을 채운다.

천편일률적인 개원가의 스토리들 사이에서 원장님이 특별한 이력이 있거나 차별화된 포인트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소재로 활용된다.

그러고도 아쉽다면 연예인 치료 후기로 흥미를 유발할 수도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지만 최소한 함께 찍은 사진은 남으니까.
이렇게 공들여 준비한 스토리의 진정성을 전부 도매금으로 넘길 수는 없다. 환자들을 붙잡고 매번 소주 한잔하면서 진심을 토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다만 고객과의 소통 창구가 인터넷과 치과 내부로 한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개원가에서 제시할 수 있는 스토리의 내용과 구성은 필연적으로 취사선택되고 왜곡될 수밖에 없다.
의사가 환자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야 어차피 대동소이하기 마련이고, 넘쳐나는 개원가의 마케팅은 그 내용과 형식 모두 천편일률적인 느낌을 주기까지 한다.

진심의 전달이 제한되고 마케팅의 어법으로 구사된 스토리는 결국 그 세련됨이 제일 중요하게 되는데, 이 부분에서 개별 치과들이 분투해봐야 2013년 현재의 소비자들의 높아진 눈높이에는 어설프고 영세한 수준이다.

골목마다 넘쳐나는 커피집들이 소품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민 감성마케팅을 접할 때 스쳐 지나가는 ‘노력하네’ 정도의 연민과 식상함처럼.

이미 의료가 산업이고, 시장으로써 접근되는 우리 사회에서 마케팅을 죄악시 할 수도 피할 수도 없다. 의료인은 의술로 이야기한다는 식의 논리는 이미 빛이 바랬다. 그렇다. 어차피 해야 한다면 제대로 해야 한다.

개원가에서 쏟아내는 마케팅은 모두가의료 서비스 본질에 기대하는 가장 오래되고 본질적인 핵심 가치를 침식하기 마련이다. 치과의사로서의 전문성과 그에 따른 권위는 배너 광고와 물티슈를 돌리는 만큼 흐려져 간다. 다 알고 있는 주지의 사실이다.
 
문제는 이 상황이 너무 장기간 무방비로 방치되다 보니 치과의사에 관련된 핵심 스토리를 상실하고 모두가 잊어버린 지경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치과의사한테 돈 말고 다른 뭘 바래야 하지?

무릇 특정 직업인이 사건사고를 일으켜서 뉴스에 나오면, 일부가 그런 것이고 다수는 선량하다는 옹호 논리가 나오게 된다. 종교인이든, 교육자이든, 의료인이든 우리는 그 논리에서 해당 직업의 핵심 가치와 핵심 스토리를 발견하게 된다.

낮은 곳에서 봉사하는 종교인, 시골 분교에서 고생하는 선생님, 한평생 헌신하는 의사들. 물론 다 그렇게 살지 않는다는 건 내심 알고 있을지라도.
덤핑치과들이 연일 뉴스에 보도되던 때에 우리는 일부의 문제를 다루면서도 ‘다수의 선량한 치과의사’의 이미지를 확보하지 못했다.

치과의사가 환자에게 뺨을 맞고 투신을 하는 사건이 발생해도 여론의 반응을 보면 그야말로 참담한 수준이다.
잃어버린 우리의 핵심 가치는 잃어버린 우리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누구는 나라를 훔치고도 당당히 살아가는 판에, 왜 우리는 벌지도 못하는 돈 때문에 도둑놈 취급을 받아야 할까.
우리의 가치와 스토리를 재발견하고 재창조해야 할 시점이다. 좀 더 전략적으로 좀 더 거국적으로. 
 

 

 

연세루트치과 이수형 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기술 트렌드
신기술 신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