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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권 원장의 데자뷰] 초밥으로 보는 세상: 원산지의 미스테리(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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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권 원장의 데자뷰] 초밥으로 보는 세상: 원산지의 미스테리(下)
  • 차상권 원장
  • 승인 2013.08.08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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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람들의 참치 사랑은 매우 유별나다. 세계 최대의 참치 소비국이기도 하다. 자연산 참치뿐만 아니라 양식 참치까지 전 세계의 참치들은 일본으로 향하며, 지중해산 양식 참치의 95%가 일본에서 거래된다고 한다.
무척 상하기 쉬운 참치가 이렇듯 장거리 비행을 하게 된 계기는 1960년대의 일본 전자 제품 등의 수출 호황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일본 제품의 미국 수출이 급증하면서 미국으로 가는 수송 비행기의 화물은 가득했지만 상대적으로 수입량이 적은 일본 사정상 귀국 비행기의 화물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일본 항공(JAL)의 화물 담당 직원 오카자키 아키라는 이러한 운송의 불균형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일본인의 선호도가 높은 미국산 참치의 수입을 계획하게 된다. 하지만 긴 거리의 비행시간 동안 상하기 쉬운 참치의 신선도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비행기로 수산물을 운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인식되었는데, 많은 시행착오 끝에 수산물의 부패, 고기 색깔이 변하는 산화의 문제 등을 급속 저온 기법의 개발과 냉장 컨테이너의 제작 등으로 미국의 참치가 수천 킬로를 건너 일본으로의 수입에 성공하게 된다. 발상의 전환을 통한 창의적 사고의 한 사례라 할 수 있는데, 이를 계기로 많은 수산물이 신선도를 유지한 채 우리들에게 현재까지 널리 제공되고 있다.
 
스시의 장인들
이 책에서 언급되는 생선초밥의 세계화에 공헌한 이들 중 스시를 거의 예술의 경지에 올려 놓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 중 전 세계 대도시에 체인을 가지고 있는 레스토랑 ‘노부’의 주인공 마쓰히사 노부의 스토리는 자신의 업을 대하는 한 사람의 열정의 성취를 보여주고 있어 흥미롭다. 일본에서 5년 동안 가진 허드렛일을 한 후 페루, 알래스카, 그리고 로스앤젤레스까지 자신의 길을 걸어간 이 사람은 ‘스시의 신’으로 불리고 있다고 하며, 이젠 서양인들이 역차별을 겪는 현실에서도 일본어를 익히고 이들의 장인정신을 본받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생선초밥의 장인으로 불리는 분이 있다. 바로 ‘스시 효’의 안효주 쉐프다. 일본 만화 ‘초밥의 달인’에도 이분이 만든 ‘생인삼 초밥’이 인용될 정도로 초밥에 대한 수준을 한 단계 올려놓으신 분으로 평가 받고 있다고 한다.
이 분의 책 ‘안효주-손끝으로 세상과 소통하다’를 보면 좋은 초밥을 만들기 위해 생선뿐만 아니라 초밥에 맞는 최고의 쌀, 그리고 소금, 간장 등 최고의 요리와 재료를 추구하는 저자의 집념과 고객에 대한 배려가 초밥의 맛만큼 진하게 전달이 된다(안효주 선생님이 예전에 권투선수 출신이었다는 내용도 색다르게 느껴진다).

 

‘가치소비’의 한 단면
요즘 공중파 혹은 케이블 TV를 보면 오디션 프로의 성격을 지닌 음식관련 프로들이 많이 방송되고 있다. 또한 수많은 맛 집 소개 프로들-예전의 만화 식객의 드라마 또는 영화 등-소위 웰빙의 시대에 음식이 우리 삶의 질을 높인다는 측면이 점점 더 부각되는 사실은 이제 확고한 인식으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대충 때우는 식사’에서 ‘더 많은 만족을 추구하는 식사’로의 전환이 최근 10년간의 변화로 보여진다. 이른바 ‘가치소비’의 한 단면을 우리는 지금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한 문화의 흐름을 크게 봤을 때 두 가지 경로로 나눌 수 있다. 상류층의 전유물에서 점차 보편성을 갖는 경우와(대표적인 경우가 소위 ‘명품’을 예로 들 수 있다. 상당수의 명품 회사들의 시초는 왕실에 납품하는 업체들이었다. 왕실의 로얄 패밀리들이 쓰던 물품들이 상류층으로 확산되었고, 그리고 이젠 더 많은 사람들이 명품을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하류층의 문화에서 점점 보편화를 가지게 되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재즈, 문신, 힙합, 다수의 스포츠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수백 년 전 길거리 노동자의 허기진 배를 달래주던 스시는 아마도 후자의 영역에 속할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다양한 문화트렌드를 접할 것이다. Top-Down일수도 있고, Bottom-Up의 흐름일 수도 있겠다.
없던 것이 생겨나기도 하지만 과거의 사람들이 남긴 ‘그 무엇’이 여러 단계와 현상을 거쳐 우리의 생활에 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그냥 그 자체를 느끼며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이러한 맥락을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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