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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권 원장의 데자뷰] 초밥으로 보는 세상: 원산지의 미스테리(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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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권 원장의 데자뷰] 초밥으로 보는 세상: 원산지의 미스테리(上)
  • 차상권 원장
  • 승인 2013.08.05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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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 가보았을 생선 초밥집. 어느 곳이든 제일 값나가는 초밥은 참치대뱃살(오도로)이다. 보통 초밥 한 조각에 5천원에서 1만원까지 가격이 매겨진다.
누구나 이 비싼 참치 한 조각을 보면서 혹시 이런 생각을 해보진 않았을까? 이 참치 뱃살은 어디에서 왔을까? 제주도? 아님 스페인산 양식? 뉴욕산 참다랑어?
오늘날 어떤 재료나 음식이든 소위 ‘원산지 표기’는 거의 보편화돼 있다. 다양한 수준의 원산지 공급이 이루어지며, 구분이 쉽지 않은 이 시대에 소비자들이 점점 이에 대해 불안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세한 설명이 뒤따르게 된다.
제주도 흑돼지, 영광산 조기, 장호원 복숭아 등 그러면서도 유명한 원산지는 곧 브랜드 그 자체가 되어 값어치를 올리게 된다. 이젠 언제 만들어졌는지도 표시한다. 예전엔 먹을 수 있는 기한만 표시되었지만 모 우유회사처럼 이젠 언제 만들어졌는지도 표기된다. 다 같은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먹는 이 비싼 초밥은 ‘누가, 언제, 어디서’ 만들었는지에 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로 소비자들 앞에 나타난다. 소비자들도 이에 대해 별로 물어보지 않는다.
저널리스트 사샤 아이센버그가가 쓴 ‘스시 이코노미’는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2년간 5개 대륙 14개 국가를 취재했다. 이 책에선 초밥이 어떻게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게 되었는지, 1960년대까지 고양이 사료로 밖에 쓰이지 않던 참치가 어떻게 최고급 요리가 되었는지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스시 시스템’(어업의 발전, 물류 산업, 항공 산업, 이민 정책 등의 복합적 연관성에 의한 산물이라고 한다)에 대한 날카로운 고찰을 보여주고 있다.

 

 

스시의 유래
일본의 대표 음식이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인기 있는 스시(생선초밥)의 시작은 바다에서 나는 생선이 아니라 민물고기였다고 한다. 17세기 시대에 시작된 ‘나레스시’가 그것인데, 붕어나 은어 같은 민물고기들을 밥과 함께 소금에 절인 뒤 무거운 돌로 눌러서 한 달 이상 발효시켜 길거리 간식거리로 먹던 음식이다. 옛날 표 ‘길거리 패스트푸드’이며, 우리나라의 ‘가자미 식혜’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가 먹는 스시는 1820년대 요리사 하나야 요헤이가 처음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그가 처음으로 밥을 식초로 비빈 뒤 손으로 뭉쳐서 그 위에 생선조각을 얹는 오늘날 초밥을 만들어 냈다고 한다

 

스시의 세계화
음식의 세계화라면 맥도널드, 코카콜라 등의 다국적 기업의 세계 진출 전략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흔하지만 생선 초밥은 이와 다른 경로로 세계화를 이루게 되는데, 저자는 세계화에 가장 공헌한 나라는 일본이 아니라 미국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캘리포니아의 일본인 정착촌 ‘리틀 도쿄’에 출장 온 일본 비즈니스맨의 선호로 시작된 생선 초밥은 점차 유통업자들에 의해 미국 전역에 유통되었고, 1970년대 미국에서 그때까지만 해도 음식의 대명사 격인 프랑스 요리의 끈적거리는 진한 소스에 대한 반작용으로 단순함의 상징인 생선 초밥의 선호도는 날로 증가하게 된다. 때마침 다이어트에 대한 미 국민 들의 관심의 증가도 초밥의 대중화에 많은 기여를 하게 되었다.
2005년 LA위클리의 식당 평론가인 조너던 골드는 “스시는 로스앤젤레스 요리의 주류에 속하는 게 아니라 주류이다”라고 말했듯이 스시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음식으로 자리 잡게 된다. 지금도 미국에선 매년 만 명의 청년들이 일식 요리사의 길로 들어간다고 할 정도니 말이다.

가장 비싼 음식 중 하나 ‘참치’
생선이기도 하지만 육류의 지방 섞인 고소한 맛까지 두루 갖춘 참치. 무게당 가격으로 따지면 이제 가장 비싼 음식 중 하나인 참치는(참다랑어 한 마리에 1억 원을 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예전엔 스포츠 낚시꾼들이 잡고 나면 사진 한 장 찍고 구덩이에 파묻어 버리거나 고양이 사료로 쓰이던 생선이었다고 한다.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에서 주인공이 사투를 벌이던 생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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