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실의 갤러리
갤러리에 걸려있는 그림 밑에는 작품설명이 붙어 있다. 작품설명엔 보통 작가 이름과 제목, 그림을 그린 년도가 쓰여 있다. 그림을 감상할 때 개인적으로 이맛살을 찌푸리는 경우가 있는데 제목에 ‘무제’라고 쓰여 있을 때다. 더 황당한 경우는 작품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는 경우다. 그림도 중요하지만 그림의 제목과 설명도 매우 중요한 작품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우리 병원에도 갤러리가 있다. 바로 ‘대기실’과 ‘상담실’이 병원의 갤러리다. 이곳에는 액자들이 걸려 있는데 액자 안에는 보통 영어로 글씨가 씌어 있다. 이 액자들은 가장 잘 보이는 곳에서 멋진 조명을 받으며 환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환자들은 이 액자들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이것은 무엇인가?
이 액자들의 정체는 병원 원장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환자들에게 더 좋은 진료를 하기 위해 공부한 것을 증명하는 Certificate이다. 원장에게는 매우 소중한 기록이자 발자취다. 그래서 원장의 노력과 실력을 병원에 오는 환자들에게 알려 주기 위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멋진 조명으로 전시된 것이다.
그런데 갤러리에 전시된 추상화에 제목이 없는 그림 앞에서 ‘이것은 무엇이지?’라는 관객과 병원 액자를 바라보며 환자가 갸우뚱하는 모습은 흡사하지 않을까? 혹시 이 액자들이 무엇인지 데스크 스탭에게 물어본 환자가 있다면 우리 스탭은 어떻게 설명했을까?
스탭들도 Certificate의 의미를 모르고 있다면, 우리병원에 이 액자를 비치한 정확한 이유를 꼭 알아야 할 환자들에게 전하지 못하는 결과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친절한 설명이 곧 신뢰
기업체 전시장이나 쇼룸을 가보면 작은 제품 또는 벽에 붙어있는 사진 하나에도 설명이 붙어있다. 게다가 도우미도 항시 대기하고 있으며, 궁금한 점에 대해 추가설명까지 잘 해준다. 최근 대형전시관에는 휴대용기기에 작품설명을 넣어 작품 앞에 가면 자동으로 들려주는 서비스를 한다. 때문에 더 집중할 수 있고, 더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된다. 관심과 집중은 그 작품이나 상품에 대한 신뢰로 발전되는 초석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Certificate 액자 밑에 간략한 설명을 부착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이유로 이 과정을 수료했고, 현재 환자분들의 치료에 이렇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내용이나, ‘언제 어디서 무슨 과정을 수료한 증명서이다’ 정도만이라도 잘 보이게 부착해보자.
그럼 환자들은 일단 궁금증을 해결하고, ‘아~ 이 원장님은 이런 공부를 했구나’라는 생각을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동안 가지게 될 것이다. 환자들이 그런 생각을 갖게 된다는 것은 이미 관심이 높아졌고, 신뢰를 가질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다.
Certificate가 가진 그 가치를 꼭 알아야 할 대상에게 알리지 않는다면 힘들게 우리병원을 찾아온 환자를 위한 준비가 소홀한 것이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며 안 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