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0여 년 정도 개원의로서 진료하고 있는 원장입니다. 또한 폐업위기에 놓여있던 후배를 도운 것을 계기로 여러 원장님들을 돕고 있는 원장이기도 합니다. 많은 동료 치과원장들이 이러한 경영적 어려움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필자에게 고민상담을 합니다.
모든 개원가의 원장님들이 어려움을 느끼시는 부분은 비슷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많은 원장님들이 문의하셨던 부분에 대해 약10회 정도의 칼럼으로 원장님들을 만나뵙고자 합니다.
원장님들이 느끼듯 치과 간의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큰 규모와 저수가로 무장한 신규 치과들이 내 치과 옆에 계속해서 개원하고 신환은 점점 줄어드는데 어떻게 해야할 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마케팅비를 늘려보지만 나가는 비용 대비 신환이 많이 늘어나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수가를 낮춰봐야 하나 고민되지만, 수가를 낮췄다가 전체 매출이 오히려 줄어드는 것은 아닐까 불안하기만 합니다.
치과경영이 어려워진 것은 여러가지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고 그 해결 방법도 다양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소개환자를 늘리는 데 우선적으로 집중할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말이 쉽지 어떻게 소개환자를 늘릴 수 있을까요? 소개 환자를 늘리는 것은 모든 개원의가 원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맞습니다. 소개환자가 많은 치과는 어느날 뚝딱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우선 소개환자가 많기 위해서는 기존에 치료했던 환자가 우리 치과에 만족해야 합니다. 하지만 소개가 이루어지려면 적당한 만족으로는 부족합니다. 소개를 했다가 상대방이 치과에 만족하지 못할 경우 중간에서 곤란한 상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소개환자를 늘리려면 환자가 우리 치과에 매우 만족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얼마 전 까지도 경영학에서 customer satisfaction 즉 고객만족 경영에 대한 것이 주요 관심사였습니다. 고객 만족이 매출의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경영 이론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치과계도 단순한 customer satisfaction을 넘어 customer experience에 집중하는 쪽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습니다.
Customer Experience란 고객의 작은 만족스러운 경험들이 쌓여 큰 만족으로 이어지며, 이를 통해 충성고객(Customer Loyalty)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경영 이론입니다.
저는 의료 경영 영역에서도 단순한 만족(satisfaction)을 넘어선 경영 개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이것을 Patient Experience (PTX) 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많은 의료 영역이 있지만 치과에서 PTX가 특별히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PTX에 대해서는 지속되는 칼럼에서 계속해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치과 치료만이 가지고 있는 몇 가지 특성 때문입니다. 치과는 다음과 같은 독특한 특성이 있습니다.
첫번째, 치과 치료는 인간에게 치명적이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는 그동안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릅니다. 치과 치료는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지 않고 대부분이 만성질환이기 때문에 방치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가벼운 감기에 걸렸을 때 좋을 병원을 찾기 위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쓰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가 아플 때, 우리는 동네치과에서도 어디를 가야 하나, 어느 치과가 좋은가 검색하고 주변 지인에게 물어보고 인터넷 후기를 찾아봅니다.
왜 그럴까요?
필자가 별도로 연구해 본 결과, 치과 치료는 진화론적인 입장에서 볼 때 인간에게 치명적인 치료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우리는 밥을 먹지 못하면 생존하기 어렵습니다. 또 치아로 인해 발음이 부정확해질 경우 의사소통에 장애가 생기며 이 또한 인간의 생존에 영향을 줍니다.
심미적인 부분도 마찬가지입니다. 현대사회에서 치아의 심미성은 그 사람의 사회생활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이 또한 인간의 생존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치과 치료는 잘못되면 우리의 생존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치과를 찾을 때 더 많은 부분들을 비교하고 판단하려 합니다. 이러한 본능은 우리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에 새겨져 있습니다.
두번째, 치과치료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치과 치료는 우리에게 치명적이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래서 환자는 치료 결과에 민감합니다. 하지만 환자는 치료가 잘 되었는지 잘 되지 못했는지 알기어렵습니다. 입안은 거울로 들여다 보아도 잘 보이지 않는 데다 치의학 지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치료가 잘 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치료를 시험삼아 받아보는 방법이라도 있으면 참 좋겠는데 의료 서비스의 특성상 그렇게 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환자는 의사의 설명 내용, 의사의 태도, 치과의 분위기, 직원들의 친절도 등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밖에 치과의사의 실력을 알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환자는 근본적으로 불안해 합니다.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일 때 인간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정보를 더 많이 받아 들이려고 노력합니다. 의사의 자신감 없는 눈빛, 직원의 무성의한 태도는 불안하고 민감해져 있는 환자에게는 매우 크게 느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세번째, 치과간의 과잉 마케팅 경쟁으로 너무나도 많은 정보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잭트라우트와 앨리스가 저술한 ‘포지셔닝’에 따르면 마케팅이 과열되어 정보가 너무 넘쳐나면 사람들은 이성적인 판단에서 벗어나, 오히려 직관적인 느낌으로 구매 결정을 한다고 합니다.
인터넷을 켜고 주변 치과들의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면 모든 치과들이 자신들이 최고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마케팅은 노이즈에 해당합니다.
모든 치과가 최고라고 주장하는 마케팅 노이즈가 커진 상황에서 환자들은 객관적 정보를 비교해서 판단하는 데 피로감을 느낍니다.
결국 환자들은 본인들의 느낌과 직감에 따라 치과를 결정하게 됩니다. 치과가 가진 이러한 특성들은 진화심리학에서 그 과학적 근거를 찾을 수 있습니다. 필자의 저서 ‘환자의 표정을 읽는 치과의사’에 그 원리에 대해 자세하게 기술하여 놓았으니 궁금한 분들은 찾아보시는 것도 도움이 될 듯합니다.
이 칼럼 시리즈에서는 PTX(Patient Expeience)를 증대시키는 구체적인 방법들에 대해 자세하게 다루어 볼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너무 원론적이고 딱딱한 내용을 다루어 실제 경영과 PTX가 어떻게 연관이 있는지 잘 와닿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당장 이번달 월급 주기도 빠듯해 스트레스를 받는데 너무 고상한 이야기만 하는 것 같을 수도 있습니다.
이후 시리즈에서는 이론적인 내용과 함께 실제 많은 치과에서 응용할 수 있는 다양하고 구체적인 방법들을 같이 전달할 예정입니다.
간단하게는 데스크의 응대방식부터 컴플레인 환자의 관리까지 우리가 치과에서 겪게 되는 다양한 상황들을 다루어 볼 예정입니다. 구체적인 방법들을 알려주었을 때, 꼭 들어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좋은지는 알겠는데 직원들이 하기 싫어해요, 원장 혼자서는 못하는거 아닌가요?’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입니다. 결론적으로 원장 혼자서 환자의 PTX를 개선시키기 위해 모든 것을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원장이 환자에게 전달하는 많은 것들이 환자의 불안감을 줄이고 신뢰도를 높여 치과 만족도를 높이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PTX증대 활동에 소극적인 직원들을 동기부여하는 몇가지 방법까지 같이 다루어 보고자 합니다. 원장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디원치과컨설팅 정영욱 원장 (dreamaker06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