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피해규제 및 의료분쟁 조정 개정령 등 손보며 속도 조절 중
의대 정원 확대를 놓고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 간 대립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11월 22일 의대 정원 확대 관련해 ‘의료현안협의체’ 제18차 회의를 개최했으나, 의협이 21일 보건복지부의 의대 정원 확대 수요조사 발표에 항의하는 입장을 내놓으며 파행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의협 협상단 양동호(광주광역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 단장은 전날 복지부가 발표한 의대정원 확대 수요조사에 항의하며 “정부가 발표한 의과대학 수요조사는 과학적 근거에 의한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신중한 검토 없이 의대정원 정책을 강행할 경우, 의료계는 최후의 수단을 동반한 강경투쟁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며 모두발언 후 퇴장했다.
복지부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관은 “이번 조사는 의대 정원 증원을 위한 기초조사로, 의학교육점검반을 통해 학교별 계획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동시에 지역별 의료수요와 인프라 상황 등 사회변화와 같은 여러 요인을 고려해 증원 규모를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한 뒤 “필수의료를 살려야 할 정부와 의료계가 소모적 논쟁, 반목과 갈등으로 시간을 보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올해 1월부터 18차례에 걸쳐 의협과 의료현안협의체를 개최해 필수‧지역의료 살리기 및 의사인력 확충을 위해 다각도로 논의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의협이 충분한 논의 없이 퇴장한 점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는 한편, 앞으로도 의협과 필수‧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정책 패키지 마련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의사인력 확충 방안에 대하여 계속 논의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한편 11월 29일 복지부와 의협은 다시 만나 제19차 회의를 개최하고 고위험 고난도 의료행위 등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수가 개선 필요성을 강조해 온 대한의사협회의 의견을 반영하여 필수 지역의료 적정 보상방안을 논의했다.
양 측은 의료계가 최우선 과제로 제시해 온 의료사고 법적부담 완화방안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진행하기로 하고 앞으로 의대정원 논의의 원칙과 기준, 양 측이 생각하는 의사정원에 관한 과학적, 객관적인 데이터를 각자 정리하여 충분히 논의하기로 했다.
정부는 의료계의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및 의료 불균형에 대한 구조적 상황을 전국민적인 관심속에 대대적으로 손보겠다는 심사를 내비치면서도 여러 의료계 현안들을 하나씩 풀어가며 접근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것이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8일 국무회의에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 의결되었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불가항력 분만 의료사고 보상사업에 드는 비용(이하 분담금)을 전액 국가가 부담하도록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됨에 따라 관련 규정을 정비하기 위해 마련됐다.
법률 및 시행령 개정으로 분담금을 전액 국가가 부담함에 따라, 2024년부터는 분만 실적이 있는 의료기관 개설자의 분담금 납부의무가 없어진다.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관은 “불가항력 분만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 책임 강화를 통해 분만 의료기관 감소 현상, 산부인과 전공의 기피현상이 완화되길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향후 의료계 현안 논의를 이끌어갈 의료현안협의체 제 20차 회의는 12월 6일에 개최될 예정이다.
이 같은 정부의 스텐스는 내년초로 예상되는 의대 정원 확대를 발표하기 전에 의료계 현안에 대한 논의와 해법 제시로 의료계 반발을 완화하며 명분을 제시하고 대국민 메시지를 준비하는 전략으로 보인다. 한편 의료계에 이어 치과계도 일부 지방에서의 증원 관련해서 논란이 있었던 만큼 정부의 의대 정원을 위한 접근법을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