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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훈 원장의 원장실 경영학] 가격 유감(遺憾): 착한 가격, 착한 전셋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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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훈 원장의 원장실 경영학] 가격 유감(遺憾): 착한 가격, 착한 전셋집
  • 조정훈 원장
  • 승인 2023.05.04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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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한국 과학기술회관에서는 제89회 대한 치과보철학회 춘계학술대회가 있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열리는 첫 대면 학회라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참석하였다.

20여 년간 빠짐없이 보철학회에 참석하였지만, 올해 학회는 지난 학회와 다른 점들을 찾을 수 있었다. 백발의 참석자들이 다수 참석을 하였고 젊은 교수들의 강의가 대부분을 차지하여 지난 수십 년 강의하신 원로 교수님들의 강의는 보기 어려웠다.

한국의 고령화 시대가 의사들의 학회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들면서도 같이 늙어가는 동료 치과의사들이 고맙기도 하였다. 사실 이 나이에 학회를 가서 뻘쭘하면 어쩌나 걱정하기도 했으니 적어도 눈에 띄는 소수가 아닌 흔한 다수를 만들어 주다니 감사할 일이다.

선후배들과 점심 도시락을 먹으며 나눈 이야기는 일부 치과병원들의 원가 이하의 가격 정책과 불법과 합법 사이의 과대 과장 의료광고에 대한 이야기가 중요 이슈였다.
2021년 4월 금융감독원은 매출액 1조 원이 넘는 국내 식품회사 20여 곳 중 영업이익률이 10%가 넘는 기업은 3곳이라고 발표하였다. 회사 규모에 비해 수익성이 좋지 못하다는 발표를 한 것이다.

매출액 기준 1위는 CJ 제일제당으로 5조 9천808억 원(영업이익 4.8%)이고 2위는 대상으로 2조 6천49억 원(영업이익 5.2%) 3위는 롯데 칠성으로 2조 1천620억 원(영업이익 4.5%)이었다. 그러나 영업이익률 1위는 코카콜라음료로 13.9% 2위는 동서식품 13.8% 3위는 한국 인삼공사 11.9%로 매출 기준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해외 식품회사들과 비교해 보면 스팸을 만드는 Hormel Food.co는 10.06% 초콜릿으로 유명한 Hershey.co는 21.61% 그리고 케첩으로 유명한 kraft Heinz Food.co는 19.15% 정도로 우리나라 식품회사보다 높은 영업이익을 볼 수 있다.

사실 우리나라의 식품업계는 경쟁이 심하고 가격에 대한 소비자의 가격 민감도가 높아 수익성이 나쁘다고 알려져 있다. 결론적으로 2020년 기준으로 CJ 제일제당의 영업이익 2,871억 원(매출 5조 9,800억 원)과 동서식품의 영업이익 2,144억 원 (매출 1조 5,533억 원)이 큰 차이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물론 단기간의 비교이고 회사마다 사정이 있으나 CJ제일제당의 수많은 제품만큼 동서식품의 커피믹스가 엄청난 효자 상품인 것이다.

기업이 유지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수익이 발생 되어야 한다. 기업의 생존을 위한 ‘생존 부등식’은 절대적인 의미가 있으나 사업을 하다 보면 잊기도 쉽다.

제품의 가치가 높다고 생각하여 가격만 높여 놓으면 수요가 없어 안 팔리고 원가 이하로 판매하면 이익이 없어 생존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가격은 항상 가치와 원가 사이에 위치해야 한다. 가격을 결정하는 방법은 3가지로 알려져 있다.

1. 가치 기준 가격 결정: 화물 트럭의 자율주행 장치 가격은 얼마로 결정하면 될까? 최첨단 제품이니 4억? 5억?. 아마도 트럭 운전기사의 연봉이 참고 사항이 되어 결정될 것이다.

2. 경쟁사를 고려한 가격 책정: 경쟁사를 고려해야 하는 제품은 누구나 만들 수 있고 대체품이 많은 제품이 될 것이다. 만일 치과 진료비를 전국 최저가로 결정한다면 이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진료를 한다고 볼 수 있고 전국의 치과병원을 경쟁 상대로 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3. 원가 기준 가격 책정: 기본적으로 원가에 대한 적정이익을 보장해 주는 방식으로 기업 간 거래나 민간 고속도로처럼 공익을 위해 진행하는 사업에서 볼 수 있다.

- Cost plus pricing: 갑과 을이 원가를 서로 알고 협상에 의해 마진을 더 하여 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대기업과 벤더 기업 간 거래에서 볼 수 있다.
- Target return pricing: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는 민간 자본으로 건설되어 신공항하이웨이에서 관리운영권 갖고 30년간 경영하고 있다. 따라서 30년간 건설비와 운영보수 비용을 고려한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다.

의료 서비스는 어떤 가격 정책이 맞을까? 아마도 ‘가치 기준의 가격 결정’이 맞을 것이다. 우선 의사 간의 경험과 실력, 진료팀의 숙련도 그리고 의료시설과 의료기관의 접근성을 고려한 의료 서비스의 가치 총평가를 기초로 합리적인 가격 정책이 필요할 것이다.

‘경쟁사를 고려한 가격 책정’은 모든 의료기관을 경쟁 상대로 만들고 최저가가 최후의 승리자가 될 때까지 다른 모두가 죽어야 하는 모순이 발생한다. 그리고 ‘원가 기준의 가격 책정’은 건강보험의 보험급여가 이에 해당하기 때문에 의료인들은 경험하고 있고 여러 의학적인 단점들을 알고 있다.

그러나 경영학적으로 원가 기준의 가격 책정은 제품 수요에 대한 수요곡선과 한계수익 곡선을 얻지 못하고 이익 극대화나 효용 극대화에 대한 노력보다는 적당한 이익을 달성하려는 수준으로 결정한다는 것이다.

한때 래미네이트와 투명교정으로 유명하던 치과병원이 있었다. 강남 한복판에서 놀랍도록 낮은 ‘착한 가격’을 책정하여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수백억의 연 매출을 올려 다른 의사들의 부러움과 질투를 받았다. 그러나 몇 년을 버티지 못하고 ‘먹튀 치과’로 공중파 9시 뉴스를 장식하며 환자들의 고소와 비난으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

살면서 ‘가격이 착하다’라는 천사(Angel)와 같은 이야기가 또 있을까? ‘싼 게 비지떡’인 이유는 떡집 주인 입장에서 땅 파서 봉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좋은 가격’이란 제대로 평가한 ‘적정 가격’이 맞을 것이다. 이유 없는 바가지도 문제이지만 5년, 10년 다닐 의료기관이 비정상적으로 운영된다면 불안해서 믿을 수 있을까?

언제까지 ‘아기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어른이 되는 과정’은 ‘때’가 되면 알게 되는 것일까? 적정한 가격을 찾는 노력도 결과도 모두 개인의 몫이니 헛똑똑이보다 더 현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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