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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승한 원장의 잇몸이야기] 임산부 치과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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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승한 원장의 잇몸이야기] 임산부 치과치료
  • 배승한 원장
  • 승인 2023.02.23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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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주과 전문의 닥터배치과 배승한 원장

 

퇴근 후 최대한 빠르게 지하철을 타고 집을 향해 간다. 평소 같으면 저녁 먹고 운동도 하고 집에 가겠지만, 최근에는 그냥 집에 가기 바쁘다. 집에 도착하면 샤워부터 한다.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나에게 묻은 에어로졸과 피와 침으로부터 가능한 빨리 깨끗해지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최대한 빨리 옷을 갈아입고 마루로 달려간다. 그럼 나를 기다리는 아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다. 빨리 따뜻한 분유를 타 애기 입에 꽂는다. 약 30분간 애기 분유를 먹인 뒤에 똥기저귀를 교체한다. 나의 일상이 된 육아. 지금은 이 육아에 적응하고 열심히 애기를 보고 진료하고 두 가지 일만 해도 바쁘다. 마흔이 다 된 나이에 그래도 자녀가 생겨 열심히 키우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육아에 돌입했다는 건, 사실 앞서 약 300일의 임신이라는 기간을 견뎌냈다는 걸 의미한다. 지금 육아를 하는 대다수의 부부들이 별 탈 없이 임신기간을 보냈으리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입덧을 비롯해 아파도 병원에서 약 처방 또한 제대로 받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참을 수 없는 통증 중 하나인 치통을 경험해본 임산부도 있었을 것이라 본다. 임산부충치, 임신 잇몸염증 발생으로 인한 통증은 가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뱃 속의 아이를 생각해 약도 제대로 못 먹고 치과치료도 함부로 받을 수 없다. 정말 임산부에게는 나라에서 큰 상을 줘야 한다. 출산율이 워낙 저조한 대한민국이기에 더욱 큰 보상이 필요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임신 전, 임산부와 약 1년간 함께 지내면서 임산부가 잇몸염증이 잘 생긴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임산부충치 발생 시 고생하는 내용들을 모두 알고 있었기에 미리 배우자의 구강상태에 대해서 어느 정도 준비했었다. 사랑니발치를 미리 하고 애매한 충치는 모두 치료했다. 와이프는 잇몸이 원래 좋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진 않았으나 그래도 칫솔질 교육은 미리 철저히 준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산부의 호르몬변화로 인한 잇몸염증을 직접 옆에서 경험해야만 했다. 양치를 워낙 잘하는 편이였기에 큰 문제는 생기지 않았지만, 호르몬 변화로 인해서 조금만 양치를 안 해도 붓는 증상이 발생해서다.

하지만 치과에 가면 치료를 제대로 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치과치료를 잘못하다가 태아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글을 보는 임산부라면 어떤 시기에 어떤 치료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꼭 인지하고, 임신계획이 있다면 치과치료를 미리 받는 걸 추천 드린다.

임신초기(1~13주)에는 정말 조심해야 한다. 방사선 검사도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고, 응급상황이 아니면 무리한 치과치료는 최대한 피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때 문제가 발생한다면 치과와 산부인과를 방문해서 응급조치 정도로만 해결하는 것이 좋다.

임신중기(14~28주)에는 태아의 성장 및 기관의 성숙이 진행되는 안정적인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이 때는 충치치료와 잇몸치료가 가능하고 국소마취 또한 가능하다. 물론 심한 외과적 치료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임신말기(28주~출산)에는 간단한 치료는 가능하다. 하지만 태아의 크기가 커 체어에 똑바로 누울 경우 양와위저혈압으로 인해 정맥이 압박받을 수 있다. 그러면 심장에 무리가 가해질 수 있어 짧은 시간에 치료받는 걸 권장한다. 치료 의자에 반 정도 기대면 도움이 되고, 엉덩이 밑에는 베개를 놓아두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진통제는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이 추천된다. 섣불리 복용을 권유할 수는 없지만, 그나마 부작용이 적은 편이다. 물론 그에 앞서 치과의사, 산부인과 의사와 충분한 상의 후 처방은 필수다. 

대한민국 임산부들 정말 고생 많다. 저출산으로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두운 요즘, 나라에서 임산부들에게 더욱 많은 혜택을 줘 출산율도 올리고 임산부들도 더 케어받는 시기가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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