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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형 원장의 오늘]후배의 고민이자 우리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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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형 원장의 오늘]후배의 고민이자 우리의 고민
  • 이수형 원장
  • 승인 2013.04.04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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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후배들의 구직난이 심각하다. 요즘 들리는 이야기에 따르면, 실장급 치과위생사보다도 못한 급여를 받고 일하는 후배들도 있다고 한다.

덤핑치과에 지원하는 치의가 많아 그 치과에서 더 이상 치의는 구하지도 않는 정도라고 한다. 한창 꿈을 갖고 사회에 나오는 젊은 치의의 미래가 이렇게 암담했던 적이 있었을까.

한창 국가와 사회를 위해, 주변의 아픈 환자를 위해, 더 나은 치과의사가 될 것을 고민하고 정진해야할 시기에 불확실한 장래와 당장의 생계에 치여 꿈과 패기가 피지도 못하고 꺾이는 느낌이다. 사회 전반적인 전문직의 몰락 혹은 평준화 추세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치과계에서의 후배들의 지위 하락은 그 속도가 너무 빠르고 그 정도는 너무 가혹하다.

단언하건대 현재 젊은 치의들이 처한 상황은 대한민국 역사상 전례가 없는 상황이다. 수도권 개원은 일찌감치 접고 지방을 물색하기도 하고, 아예 답답한 국내에서 해외로 눈을 돌려 고민하는 동기, 후배들도 사석에서 적지 않게 만나게 된다. 더 이상 숨어있는 개원지, 블루오션이 남아 있을까. 개원예정인 치의들의 개원 준비 기간은 갈수록 길어져 6개월은 보통이요, 1년도 길지 않다. 그런 와중에 1년이 지나면 또 800명이 쏟아져 나온다!

젊은 치의들 개개인의 노력으로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까. 결국 보다 근본적인 구조적인 해결책이 요구된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요구하고 달성할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점점 더 가슴이 답답해진다.

치의들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개원의들은 사실 사느라 바쁘다. 나도 개원해보니 이제 알겠다. 하루하루 병원에서 악전고투하고 퇴근해 가정에서 시간을 보내면 하루가 다 간다. 사실 남의 사정에 관심 갖기도 쉽지 않고, 남을 위해 목소리 내고 행동하기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조직화된 힘과 행동력은 각종 동문회, 단체들에 있는데, 이 단체들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려면 개원이 전제조건인 경우가 많다. 개원하지 않은 치의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치의들의 단체는 극소수이고 대개는 젊은 만큼 힘이 없다.

또 하나, 각 단체들에서 발언권을 갖고 힘을 쓰려면 어지간히 연륜이 쌓여야 가능하다. 30대 치의와 5~60대 치의의 고민은 애초에 다를 수밖에 없다. 결국은 개원예정인 후배들의 고충이 ‘남의 고민’이지 ‘내 고민’은 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치대생 정원 감축’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점은 사실 모두가 알고 있으나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다. 지금까지도 못 이뤄냈기 때문에 앞으로도 쉽지 않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일까.

그래서 동문회 혹은 지부나 분회 차원에서 ‘처우가 괜찮은 페이닥터 자리’를 마련해주는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없는 것보다는 물론 낫겠지만 이것도 신규 개원이 암울한 현재 상황에서는 한계가 뚜렷하다. 모름지기 사람에게는 현재의 처우보다도 장래성, 비전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개원의와 개원예정자의 차이는 은행 개원대출 서류 종이 한 장의 차이다. 젊은 치의들에게 지나치게 낮은 처우는 차라리 빨리 개원하도록 결심하게 만드는 중대한 요소다.

치전원이 도입된 초기에 개원가 일부에서는 졸업생들을 기존의 치대생과 치전원생으로 구분지어 대우를 다르게 함으로써 갈등을 야기했었다. 그 당시에도 논쟁이 있었지만 이런 출신에 따른 선 긋기를 통해 800명이 쏟아져 나오는 졸업생의 수를 체감적으로 절반으로 줄이는 심적 효과가 있었다. 이런 ‘타자화 전략’은 인간의 본성이라서 굳이 식민지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당장 국내 사법계의 로스쿨-사법고시 출신간의 갈등에서도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결국 부당한 대우로 인해 치전원생들은 개원으로 더 내몰리게 되었고 부족한 경험과 준비로 개원가가 더 혼란스러워지는 악순환이 있었다.

지금은 그나마도 어려운 상황이다. 개원가에서 소화해 내기에는 졸업생 수가 너무나 커서 편가르고 선 긋는 게 의미가 없는 지경이다. 무슨 심리적, 정치적 전략을 쓰더라도 회피하거나 덮어둘 수가 없기에 이슈가 점점 부상하고 있다. 작년 이맘때쯤과 비교해 봐도 확실히 올해 치과계 신문들에 이 이슈가 더 자주 언급되는 느낌이다. 이 정도 상황이면 한번쯤 치협회관 앞에 모여서 집회도 하고 삭발식이라도 열댓명 할 법도 하건만, 젊은 치의들은 구심점이 없어 여태 목소리를 크게 내지 못했다.

해결되지 못하고 점점 커져가는 갈등은 언젠가는 어떤 식으로는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치의들 사이에 세대간의 격차가 커지고 신규 개원의 진입장벽이 높아질수록 세대간 갈등이 좀 더 본격화 될 우려가 있다. 그러나 내부적인 갈등이 집단 전체의 이익으로 돌아가는 경우는 흔치 않다. 혼란의 시기일수록 우리는 하나로 뭉쳐야 한다. 우리끼리 편가르며 선 긋기를 할 게 아니라, 우리를 다 포함하는 큰 원을 그리고 그 안에 모여 숨을 고르며 결속을 공고히 해나가야 한다. 그리고 너무 늦기 전에 어서 치대 정원을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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