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료기관에는 치과수관관리라는 독특한 감염관리 영역이 있다. 치과수관에 물 때 같은 것이 잘 낀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잘 알려져 있었지만 본격적인 감염관리 대상으로 다루어진 것은 1990년대 이후다. 치과진료수로부터 유래된 감염환자와 사망자가 보고되면서다.
치과수관관리는 수질검사, 수관소독, 물빼기 등을 포함하며 수관관리의 목적은 적합한 치과진료수를 사용하기 위한 것이다.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일상의 진료에서 사용하는 물 즉 치과진료수로는 환경부의 먹는 물 규제 기준에 적합한 물을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먹는 물 기준을 충족하려면 50여 가지가 넘는 항목의 적합성 검사를 필요로 하는데 편의상 일반세균검사를 지표검사로 활용하고 있다.
통상 일반세균검사 결과 적합 판정을 받으면 치과진료수로도 적합하다는 의미다.
만일 일반세균검사 결과 부적합 판정이 나오면 즉시 수관소독을 하여야 한다. 화학적 소독제나 세척제를 이용하여 치과 수관에 침착되어 있는 바이오필름을 제거하는 것을 수관소독 또는 수관세척이라고 한다.
치과 수관에 침착된 바이오필름은 부유미생물의 공급원이자 저장고 역할을 하므로 악화된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수관소독이 필수적이다.
수관소독을 하면 수관내 바이오필름이 대부분 제거되지만 일부는 불활성화된 상태로 남아있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불활성화된 바이오필름은 재활성화되고 추가로 바이오필름이 침착되면서 다시 수질을 악화시킨다. 주기적인 일반세균검사와 수관소독이 필요한 이유다.
치과수관내에 바이오필름이 쉽게 생기고 재활성화가 잘 되는 이유는 치과수관이 가늘기도 하지만 수관내 물이 장시간 고여 있기 때문이다. 심야에 12시간 이상 고여 있던 물, 특히 주말이나 연휴라면 바이오필름에 의한 수질 오염이 심각한 수준으로 진행될 수 있다.
치과기구는 사용하기 전에 매번 멸균하거나 소독을 하지만 유닛체어의 수관을 매번 소독할 수는 없다. 그래서 현실적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진료를 시작하기 전에 항상 모든 유닛 수관에서 물빼기를 하라는 것이다. 혹시 있을 수도 있는 고인물의 부유미생물을 밖으로 배출하고 안전하고 깨끗한 물로 수관을 채워 치과진료수로 사용하자는 것이다.
바이오필름에 의해 치과진료수의 수질이 악화되더라도 진료전에 물빼기를 해 주면 어느정도 수질이 개선되고 진료수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물빼기를 하여도 일반세균검사 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다면 수관소독을 진행하여야 한다는 것이 치과수관관리의 요지다.
드디어 대한치과감염학회가 대한치의학회 분과학회로 인준되었다. 축하드린다. 차재에 두 가지 정도의 사업을 제안해 본다.
하나, <아침에 하는 유닛체어 물빼기> 캠페인
다시 반복하지만 치과기구를 사용하기 전에 멸균이나 소독을 하는 것처럼 유닛체어를 사용하기 전에는 물빼기를 해 주어야 한다. 가령 장기간의 여름휴가가 끝나 진료를 시작하기 전에 수관소독을 하지는 못하더라도 물빼기는 이루어져야 한다.
유닛수관을 안전하고 깨끗한 물로 행구지 않고 진료를 시작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평소에는 의외로 물빼기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효율적인 물빼기 요령을 잘 모르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아침에 하는 유닛체어 물빼기> 캠페인을 제안한다. 물빼기 실태를 조사하고 물빼기 요령을 교육하고, 물빼기를 권장하는 캠페인을 대한치과감염학회가 주도적으로 벌였으면 한다.
둘, 실정에 맞는 <일반세균검사 표준모델> 개발
일반세균검사(이하 수질검사)를 하려면 통상적인 방법으로 수관에서 채수한 검사시료를 먹는물 수질검사기관에 의뢰한 후 검사성적서를 교부받으면 된다. 그러나 좀 더 구체적인 사항들은 의료기관마다 제각각이다.
수질검사를 언제 할 것인가? 가령 수관소독 전에 수질검사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수관소독 후 일정 시간이 경과한 후에 수질검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수질검사 주기도 격주로 하는 기관이 있는 반면 매달 또는 분기별로 검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검사를 위한 시료도 모든 유닛수관에서 각각 시료를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체어당 혼합시료 하나를 만들어 검사하기도 하고 심지어 여러 체어에서 채수한 혼합시료 하나로 수질검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시료를 많이 만들면 정확도가 높아지고 자주 수질검사를 하면 오염된 치과진료수를 사용할 위험을 줄일수 있지만 비용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업무에 대한 부담도 고려하여야 한다. 그런 면에서 최소한의 수질검사로 적합한 치과진료수를 사용하고 있다고 인증할 수 있는 효율적이면서도 근거가 뒷받침되는 표준화된 일반세균검사 모델의 개발이 절실하다. 감염학회의 주도적인 연구와 성과를 기대해 본다.
맺음말
수술적 처치가 많은 치과진료의 특성상 치과의원일지라도 치과감염관리의 수준은 병원급 의료기관에 견주어 손색이 없다. 수술적 처치가 아닌 일상의 진료에 쓰이는 버나 파일 뿐 아니라 핸드피스, 스케일러 등 대부분의 치과 기구를 멸균 처리 후 사용하고 있으며 그 범위는 점점 확장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염된 치과진료수를 사용한다면 감염관리를 위한 모든 노력이 헛수고가 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런면에서 일상적 진료 영역에서는 치과감염관리의 시작과 끝이 치과진료수의 수질관리 즉 치과수관관리라고 생각한다.
깨끗하고 안전한 진료수를 사용하기 위한 수관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해 본다.
코로나19 시대에 대처하는 치과의사의 자세 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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