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계도 “사실상 의사 직종 징벌적 규제 법안” 반발
정부와 의료계 사이의 갈등이 또 한 번 시작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2월 19일 전체회의를 열고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더해 실형을 받은 경우 형 집행 종료 후 5년, 집행유예 종료부터 2년간 면허 재교부가 금지된다는 안도 의결했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2000년 국회가 의료법 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때만 의사면허가 취소되도록 한다는 내용에서 다시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현행법에서는 의료인이 의료관계법령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 등에 한해 그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면허가 취소되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재교부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이번 개정안은 ‘의료관계법령 위반’으로 제한했던 면허 취소 사유를 살인, 강도, 성폭행 등 모든 강력범죄로 확대했다. 다만 의료행위 특수성을 고려해 의사가 의료과실로 법적 처벌을 받은 경우인 ‘업무상 과실치사상 죄’는 면허취소 사유에서 예외다.
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은 “대다수 전문직종은 모든 금고형에 대해 면허취소를 3~5년간 하고 있다”면서 “의료계만 예외적으로 적용했던 것을 정상화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의료계에서는 지속적으로 관련 법안을 반대하고 있었기에 이번 의료법 개정안은 더 파장이 크다. 일부 의료계에서는 반대 목소리를 높이며 ‘파업’까지 불사하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회장 이상훈, 이하 치협)도 “정부의 의료인 면허관리강화 법률개정안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성토했다.
치협은 성명서를 통해 “이번 개정안은 의료행위와 무관한 모든 형사처벌을 결격사유로 규정한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해 헌법상 기본권인 직업수행의 자유 침해 및 적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면서 “범죄의 종류나 유형을 한정하지 않고 모든 범죄를 결격사유로 하면 의료업의 수행 또는 자격의 행사와 관련 없는 범죄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는 의료인까지 해당 사업이나 자격에서 배제돼 헌법상 직업수행의 자유를 현저하게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과실로 인한 교통사고, 단순 폭행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의료인까지 의사면허가 박탈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국지부장협의회(회장 박현수, 이하 지부장협)도 무리한 의료법 개정이라고 반대 입장을 내놨다. 지부장협은 “의료인이 ‘의료관계법령’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 등에 한해 그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면허가 취소되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재교부할 수 있도록 하는’ 기존 법안을 수정·보완해 효율적 의료인 면허 관리를 할 수 있음에도 타 전문직과 형평성의 이유로 추진된 이번 개정안은 사실상 의사 직종에 대한 징벌적 규제 법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개정안의 또 하나 문제는 의사면허 취소에 대한 애매모호한 기준이다. 예를 들어 일반 교통사고는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기에 의사면허가 유지되지만,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를 내 형사처벌까지 받았다면 의사면허가 취소된다.
또한 의사면허를 갖고 있지만 의료와 전혀 다른 사업을 하면서 부도, 파산으로 인해 금고 이상 형을 받는 경우에는 면허 취소에 해당 사항이 없지만 고의적 파산, 사기성 파산 등은 면허가 취소된다.
이 같은 법안에 의료계에서는 수정 보완 없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무고한 피해자가 속출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의료계의 반발과 부작용 우려 속에서 의료인 면허 강화를 강행하려는 정부와의 입장차를 과연 좁힐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