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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인망식 직원 빼가기에 동네치과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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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인망식 직원 빼가기에 동네치과 울상
  • 정동훈기자
  • 승인 2017.07.13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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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치과 무너지는 생태계 악순환 우려

디지털 장비를 도입하고 있는 A원장은 “CAD/CAM을 담당하던 기공실 직원이 이달 대형치과로 이직했다”며 “비싼 장비를 사놓고도 제대로 운용이 되지 않고 있다”면서 한숨을 쉬었다.

그는 “우리만 그런 게 아니다. 치과 간 과다 경쟁과 구인난이 심해지면서 동네치과들은 다들 울상”이라면서 “직원을 구하지 못해 치과 문을 닫아야 할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동네치과들이 일부  대형치과의 직원 빼가기에 허덕이고 있다. 무차별적인 직원 빼가기로 진료에 차질을 빚는 동네치과들은 치과 존폐를 걱정하는 신세가 됐다.

의료기관 종사자들의 명찰 패용과 만 20세 이상이었던 치석제거 급여 대상이 이달 1일부터 만 19세 이상으로 확대, 디지털 덴티스트리의 저변 확대 등 급격한 환경 변화로 인해 치과 내 전반적인 인력 확보가 시급하지만 고용은커녕 대형치과에 인력을 빼앗기고 있다. 

인천의 B치과 원장은 “최근 새롭게 문을 여는 대형치과들이 탐내는 인력들은 기존 치과의 핵심인력이 대부분”이라며 “치과기공실 및 진료실 실장급 직원 한두 명만 빠져나가도 진료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C 치과 원장은 “상담실장이 개인 사정으로 일을 그만두겠다고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인근의 대형치과로 취직했다”면서 “주위에 한 명씩, 한 명씩 이탈해 그 곳으로 옮긴 숫자를 세어보면 4~6명 가까이 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특히 본격적인 디지털 덴티스트리 경쟁에 불이 붙은 치과계는 CAD/CAM이 가능한 치과기공사를 원하는 치과나 치과기자재업체, 치과기공소의 수요도 날로 증가하고 있으나 강남을 중심으로 한 대형치과들은 핵심 인력들을 저인망으로 끌어 모으고 있다. 

A 원장은 “일부 대형치과들이 CAD/CAM 사용 경험자뿐만 아니라 진료실장 등을 경력자들을 전방위에 걸쳐 빼가고 있다”며 “소규모 치과에서만 데려간 게 아니겠지만, 늘어난 인력의 절대 다수는 주변 치과에서 확보한 인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통 연봉이나 조건을 파격적으로 제시하니까 직원들도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거기에다 별도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본인으로서는 ‘커리어’에도 도움이 되니 막을 수도 없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최근 규모를 확장하고 있는 대형치과들은 직원 모집란에 ‘최고 대우, 환자 컴플레인 해결 포상, 영양사가 상주하고 있는 구내식당, 근속 시 현금 및 휴가비 지원, 픽업 셔틀, 기숙사 지원’ 등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저인망식 직원 빼가기는 동네치과에서는 생존의 문제로 직결되지만, 개별 직원의 입장에서 보면 능력을 인정받아 스카우트 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만 볼 수 없는 측면이 있다.

문제는 생태계 순환의 기본이 되는 동네치과에 인력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못하는데 있다. 구인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동네치과로 뛰어드는 직원들까지 대형치과에서 저인망식으로 빼가면서 생태계 구조가 제대로 굴러가지 못한다.

생태계의 순환구조를 깨는 쳇바퀴가 계속 돌다보면 치과 간 소득 양극화는 갈수록 커져 많은 동네치과들이 무너지는 악순환의 생태계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

많은 이들이 재능 있는 직원들이 포진하고 있는 튼튼한 치과계 생태계를 바란다. 그러나 지금의 ‘직원 빼가기’ 현실은 튼튼한 치과계 생태계와는 아직도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을 잘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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