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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경 원장의 감성충만] 벚꽃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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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경 원장의 감성충만] 벚꽃유감
  • 조선경 원장
  • 승인 2015.05.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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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경(서울여자치과의사회) 회장

 


주말에 여의도를 지나다가 길을 가득 메운 사람들을 보고서 벚꽃축제가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벚꽃감상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봄의 통과의례인양 여의도를 가득 메운 사람들 사이로 시야를 어지럽히며 눈보라처럼 떨어지는 벚꽃 잎은 한 겨울을 연상시키기까지 했다.

매년 4월 따뜻한 봄기운이 살포시 느껴질 때 벚꽃이 만발한 차창 밖의 광경을 바라보다가 문득 어릴 적에 엄마말씀이 생각났다. 엄마는 일제강점기에 고등학교를 다니시다가 해방을 맞이하셨는데 벚꽃을 보시면 일본을 상징하는 꽃이라고 하시며 지금은 없지만 창경원에 피어있는 벚꽃을 보시고 민족혼을 말살하는 일제의 잔재라며 분개하시곤 했다. 2년 뒤에 100세가 되시는 시어머님도 여의도를 지나실 때면 “사람들이 한국 꽃도 아닌 일본 꽃을 보며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모르겠네”하시곤 한다.

벚꽃은 일본국민 사이에서 가장 사랑을 받는 꽃이긴 하지만 법으로 인정된 국화(國花)는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일본사람들이 벚꽃을 좋아하는 이유는 벚꽃의 아름다움 때문이기도 하나 그것보다는 한꺼번에 확 피었다가 한꺼번에 확 지는 화끈하고 깨끗한 모습이 일본인들의 성격에 맞기 때문이라고 했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왕벚나무의 원산지는 일본이 아니라 제주도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다시 벚나무 살리기 운동에 힘입어 현재까지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얼마 전에 딸아이가 그토록 원하던 영국산 브랜드의 티셔츠를 구입한 적이 있다. 옷을 받아들고 좋아하던 아이가 “엄마, 이건 made in china야 중국제야”하기에 “중국에서 만들었을 뿐이고 브랜드가 영국제니 이건 분명 영국제야”라고 한 적이 있다. 이렇듯 생산지보다는 브랜드가 만들어진 나라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게 따져보다면 벚꽃의 원산지가 한국일지는 모르지만 벚꽃이 일본을 상징하는 꽃이라고 것은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는 부분이다.

지금 한국은 일본과 독도문제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태이며 얼마 전 보도에 의하면 6월 일본정부가 추진하는 조선인 강제징용시설의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등재를 코앞에 두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고, 동해를 일본해라 주장하고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일본영토라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우리들이 그렇게 가슴아파하는 종군위안부문제도 역사왜곡을 서슴없이 행하며 없던 일로 부인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일본 내 여론조사에 의하면 70% 정도가 한국에 친밀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전해진다. 일본은 최근 3~4년간 급격히 반한감정이 늘어나서 약간의 한국에 대한 기사만 나와도 극도로 분노와 불편한 감정을 쏟아낸다. 일부에서는 한류라며 한국 연예인에게 우호적이기도 하지만 극우단체는 한인타운에서 “조선인은 일본을 떠나라! 더러운 조선인들은 다 매춘부다!”와 같은 민족, 인종차별 구호를 외치며 일본의 땅인 다케시마에 조선인이 불법 거주하고 있고 위안부는 자발적인 매춘 활동이라는 입장을 펼치며 협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전해진다.

2009년 11월 8일에 온 국민의 염원이던 친일인명사전이 일부의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편찬됐다. 매국 행위에 직접 가담한 민족반역자와 부일협력자 두 가지로 구분해 총 5,207면이 수록됐는데, 일본의 극우단체가 보이는 행태에 비하면 사전이 만들어지고 지금까지 큰 파장이나 개혁의 칼바람은 없었고 모두가 원하던 친일청산은 답보 상태인 듯하다.

이번 비가 내리고 나면 벚꽃은 흔적도 없이 모두 없어지겠지만 내년에 어김없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벚꽃은 다시 필 것이고 올해와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들은 예외없이 열광할 것이다.

하지만 벚꽃을 바라보시는 고령의 종군위안부할머니들이 벚꽃의 원산지가 우리나라 제주도니까 보존하고 가꾸어야 하는 아름다운 우리의 꽃이라고 여기실까. 아니면 원망과 회한으로 가슴을 치고 피눈물을 흘리며 일본을 생각하실까를 생각하니 마음 한켠이 아릿하게 아파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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