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로 뼈를 자른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초음파로 경조직을 자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면 많은 임상의들은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국내 초음파 수술의 1인자로 손꼽히는 손동석 교수(대구가톨릭대학교 병원 치과 구강악안면외과)조차 반신반의했으니 그 분위기를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저 역시 처음엔 초음파로 어떻게 뼈를 자르지? 하고 의심을 했어요. 그런데 고정관념을 벗어나자 새로운 영역이 보이는 거예요. 치과의 파이도 고정관념을 벗어나면 키울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덴포라인은 초음파 수술기를 최초로 국산화시킨 손 교수를 만나 그의 대표 저서 ‘초음파 수술기의 다양한 임상적 적용(Clinical Applications of Piezoelectric Bone Surgery)’을 중심으로 그의 진료철학을 살펴본다.
20여 년 넘게 치과의사로 살아왔다.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교육철학은 무엇인가?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다. 그렇다 해도 나는 치과의사로서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술은 못해도 의술은 할 수 있는 치과의사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리고 요즘 같은 시대엔 모든 것이 빨리 변한다. 그 변화의 속도를 앞서갈 필요는 없다 하더라도 그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이것은 어려운 현실을 슬기롭게 이겨내는 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초음파 수술기를 대중화시키는 데 중심 역할을 했다. 초음파 수술기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2000년도에 초음파 수술기가 뼈와 같은 경조직을 자를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그러다가 2002년도에 이탈리아에서 초음파 수술기를 접하고, 아시아지역 처음으로 초음파 수술기의 올바른 적용법과 장단점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초음파 수술기가 경조직을 자를 수 있느냐며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우리는 고정관념을 벗어났을 때 비로소 새로운 영역을 발견할 수 있다. 오픈 마인드의 중요성을 직접 체득한 계기였던 셈이다.
초음파 수술기에 대한 교수님의 관심은 장비의 국산화로 이어졌다. 특히 수압을 이용해 상악동막을 거상할 수 있는 방법을 전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40여 개의 키트로 구성된 벨사루트의 초음파 수술기는 잘 부러지고 고가여서 부담이 컸다. 무엇보다 실제 임상에서 사용해보면 설명과 달리 쉽게 사용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중복되는 팁을 모두 줄이고 5~7개의 팁만으로 모든 술식이 가능하게끔 간소화시켜 제품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즉, 벨사루트의 초음파 수술기를 몇 단계 향상시킨 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초음파 수술기의 다양한 임상적 적용’은 저렴한 비용으로 쉽게 초음파 수술에 접근하는 방법, 그리고 초음파 수술기를 효좌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소개한 책이다.
일부에서는 초음파 수술을 두고 테크닉적으로 느리다는 편견을 갖고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어느 영역이듯 터닝 포인트가 있기 마련인데, 초음파 수술 역시 손에 익숙해지면 환자의 외상을 줄이면서 적은 비용으로 신속하게 수술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기 바란다.
ICOI World congress가 10월 6~9일 한국에서 개최된다. 초대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공동준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어 그 감회가 남다를 텐데?
ICOI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02년이었다. ICOI 이사들이 내 강의를 듣고 ICOI에서 함께 활동할 것을 제안했다. 그 후 ICOI Korea를 창립, 오늘에 이르렀다.
ICOI World congress는 임플란트 학술대회의 하계 올림픽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전세계에서 그 규모를 인정받고 있다. 특히 이번 한국 개최는 아시아 국가 중 대만에 이어 두 번째이고 그 규모 역시 역대 최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개최되기 때문에 보다 편리하게 ICOI 인정의를 취득할 수 있다. ICOI는 이제까지 Fellow를 획득한 다음 ICOI 주관 해외 월드학회에 참석한 후 Diplomate 응시가 가능했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한국 개최로 그 취득이 보다 손쉬워졌으므로 국내의 많은 임상의들이 관심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유명한 해외 연자들은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초음파수술기를 이용한 치조골 신장술에 대한 임상 및 조직재생 결과’가 ICOI 공식학술지인 ‘Implant Dentistry’의 2007년 최우수 논문으로 선정된 바 있다.
국제 학술지에서 최우수 논문상을 받는 것은 개인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영광스러운 일이다. 특히 세계적인 임플란트 학술단체인 ICOI의 학술지여서 그 기쁨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더욱더 열심히 연구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치과계가 보다 발전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한국의 치과산업은 과장을 조금 보태 카피 문화라고 할 수 있다. 내가 개발한 초음파 수술기도 여러 군데서 카피를 해 개발 의지를 꺾은 바 있다. 카피가 긍정적인 측면의 경쟁을 유도하기도 하지만 많은 부분에 있어 생산적인 연구활동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되기 쉽다.
또한 국내의 인용 문화 역시 바람직한 방향은 아닌 듯하다. 일부 치과의사들의 경우 인용한 문헌을 밝히지 않고 논문에 사용하기도 한다. 세계적인 위치에 오르기 위해서는 이 같은 인용 및 카피 문화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향후 계획에 대해 말해달라.
현재 초음파 수술기를 이용한 임상적 활용법과 상악동에 골이식 없이 신생골을 형성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후자의 경우 200케이스 이상 임상에서 실시했지만 감염 등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 향후 치과계의 한 경향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ICOI Korea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미국과 일본을 넘어 유럽에서도 국내 임플란트의 수준을 알리는 기회를 갖고 싶다.
아울러 초음파 수술기에 대한 업그레이드판을 영문으로 선보일 예정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