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풀 잔치인 산야초(山野草) 식당들은 도회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양념만 없다면 내가 소인가? 착각이 들 정도의 나물밥상이다.
소화가 잘 되고 통쾌한 아침을 맞이할지는 몰라도 중년의 밥상엔 양질의 단백질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을 난 믿는다.
르 꼬르동 블루(Le Cordon Bleu) 런던에 초청되는 스님의 사찰요리가 떴다.
태화산 적묵당(寂默堂)의 그 여승은 “나물은 손맛여!”라고 한다.
이른 봄 연초록 ‘머구’, 표준어인 머위 꽃이 피었다.
겨울잠을 잔 곰도 제일 먼저 입맛을 다시며 찾는 상큼한 향기와 잔잔하게 느껴지는 쓴 맛의 머위 이파리는 쌈이나, 들깨볶음을 하지만 갓 자라난 꽃은 된장 속에 박아서 장아찌를 만든다.
장수 프로그램인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머위 김치를 소개하면서 나물들은 살려고 독성이 있으니 데쳐야 한다고 자막을 넣는다.
그리고 가능하면 양달보다도 응달에서 자란 부드러운 것을 추천했다.
한국기행의 일본, 눈 축제로 유명한 아키타현에서도 머위(후키, フキ) 꽃봉오리를 튀겨 먹는데, ‘봄을 먹는’ 예절 같았다.
이 칼칼한 날에 삼척 친구는 바쁜지 산나물 한소쿠리 보낸다는 기별도 없다.
이름에 ‘취’나 ‘나물’이 들어가면 먹을 수 있는데(동의나물...은 예외)
맛도 순한 나물중의 진짜 나물인 참나물이나
곰이 좋아해 곰취가 된 ‘산나물의 제왕’도 좋지만
내년엔 참취인 ‘취나물’도 좀 보내 줄겨?
그런데 내가 가끔 갔었던 자유대반점의 아내는 머위와 비슷한 독초인 털머위였는지 봄나물을 먹고 저세상으로 갔다.
나도 노포에서 두릅인줄 알고 먹었던 옻순 때문에 보름 동안 항히스타민 주사의 도움을 받았었다.
조심!
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