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에도 뜻이 있으니
사체 냄새를 풍기는 시체꽃(Corpse flower)은 동남아 열대우림의 라플레시아(Rafflesia)로 최대 지름 1m와 무게 10㎏에 이르는 기생식물의 꽃은 파리를 유인해 가루받이를 하고, 지구에서 가장 큰 꽃(2~3m)인 타이탄 아룸(Titan arum)은 7~9년 동안 에너지를 알뿌리에 보관, 꽃은 하루나 이틀만 피는데 이때 꽃은 36° 정도의 열로 상승기류를 만들고 기둥을 발판 삼아 정글에서 1km까지 악취가 퍼져 파리들을 부르며, 진한 버건디(Burgundy) 색상은 동물 사체를 모방하고 있다.
스타펠리아(Stapelia)가 사는 건조한 지역에는 벌이 드물어 검붉은 꽃에 동물 사체의 털까지 있고, 썩은 냄새를 풍겨 파리를 유혹한다.
꽃피는 이른 봄엔 벌과 나비보다는 파리를 유인해 수분(受粉)하는 화환을 만들 때 사용하는 사스레피(Eurya japonica)의 꽃도 구린내를 풍긴다.
족자카르타에서 처음 만나(2002) 먹지도 못했던 과일의 황제는 ‘천국의 맛과 지옥의 냄새’를 가진 두리안(두리는 말레이어로 뾰족한 가시)이고 과일의 여왕은 새콤한 맛의 망고스틴인데, 높은(25~40m)데서 3~4kg의 뾰족한 과일에 맞아 매년 6명이 사망한다니... ‘두리안 나무 아래에서 연애하지 말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이고, 과육은 부드럽고 기름져서 질감은 아보카도와 비슷하지만 그 기괴한 화장실 냄새는... 무미(無味)의 LNG에 넣는 에탄티올이 내는 것이다.
이 또한 삭힌 홍어처럼 중독성을 지녀 빽빽한 정글 속에서 호랑이, 오랑우탄, 코끼리들이 좋아해 씨들을 멀리 퍼트리는데 다음엔 코를 막고 시도해 볼까요?
예쁜 꽃들이
달콤한 과일들이
지독한 냄새를 선택한 것도
생육하고 번성하라(Be fruitful and increase in number)는
지상명령 때문으로
비록 내편이 아니더라도
삶의 최우선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