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으로 잔뜩 움츠러든 2020년이 어느새 저물고 있다. 마스크를 쓴 채 공원을 산책하고, 투명 칸막이를 세운 식당에서 밥을 먹고, 화상으로 회의를 하고, 학술대회도 하는 감염 도시의 풍경이 익숙해진 지금이다. 한 해를 돌아보면 코로나, 감염, 마스크,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단어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치과계에는 많은 일이 있었다. 그것은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이기도 하고, 이미 오래전부터 차곡차곡 일구어낸 결실이기도 하다. 막막하고 답답하게 보낸 2020년에도 어김없이 치과계를 들썩이게 만든 올해 주요 이슈를 정리했다<편집자주>.
01 코로나19 직격탄 … 치과계도 대전환 시대
코로나19 여파는 치과계도 피하지 못했다. 올해 초 시작된 코로나19로 환자들이 치과방문을 기피하면서 개원가 평균 수입과 내원 환자 수는 반토막이 났다. 또한 치과업체들도 매출 하락을 겪었다. 국내는 물론 해외의 수출시장까지 꽉 막힌 상황에 업계의 매출이 평균 전년 대비 60~70% 떨어져 업체들의 한숨은 날이 갈수록 쌓여만 갔다.
학술대회 및 세미나는 상반기에는 줄줄이 취소됐으나 하반기 들어 온라인 강연이 활성화되면서 기지개를 켰다. 코로나19에 따라 비대면이 일상화 되면서 세미나 및 각종 비즈니스, 교육 등 각종 영역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이 가속화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코로나 이후에도 하이브리드 형식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02 7년 만에 일단락 … 유디치과 1심 유죄 판결
유디치과 고 모 대표 등이 의료인 1인이 2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도록 한 의료법 제33조제8항, 이른바 ‘1인1개소법’을 위반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2013년 보건복지부의 유디치과 수사 의뢰와 대한치과의사협회의 고발로 시작된 기나긴 공방이 7년 만에 일단락 됐다.
03 1인1개소법 보완입법 통과 … 사무장병원 처벌 강화
치과계 숙원 과제 중 하나였던 1인1개소법 보완입법이 드디어 지난 12월 2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로써 1인1개소법을 위반한 의료기관이 적발되면 개설허가를 취소할 수 있는 법적 근거(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가 생겼으며, 요양급여비용의 지급 보류 및 부당이득을 환수할 수 있는 법률적 장치가 마련됐다.
04 대한치과의사협회 선거 이상훈 회장 당선
올 3월 박영섭·장영준·김철수·이상훈(기호 순) 후보가 출마하며 4파전으로 치러진 제31대 대한치과의사협회장 선거에서 박영섭 후보와 결선투표에 가는 접전 끝에 이상훈 후보가 제31대 치협 회장으로 당선됐다. 이상훈 회장은 개혁과 소통, 화합과 비전을 주요 키워드로 내세우고, 치과계 개혁의 시대적 소명을 완수하겠다는 각오를 밝히며 출범했다.
05 SIDEX 개최 둘러싸고 서울지부-치산협 갈등
코로나19 상황에서 지부 학술대회의 시작을 알린 ‘SIDEX 2020’가 시작도 전에 개최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에 휩싸였다. 서울시치과의사회와 한국치과의료기기산업협회가 갈등을 빚으며 초유의 긴장감이 조성됐다.
서울지부는 최고 수준의 방역 대책을 마련해 예정대로 안전하게 SIDEX 2020을 개최하겠다는 입장이던 반면 치산협은 코로나19가 안심할 단계가 아닌만큼 행사를 연기 또는 취소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대립했지만 결국 ‘SIDEX 2020’은 개최됐다. 다만 업체들의 참여가 줄어 전년보다 축소된 규모에서 진행됐다. 당시 ‘SIDEX 2020’은 보건복지부와 치협의 자제 요청을 비롯해 매스컴의 뭇매를 맞았으나 안전하게 행사를 종료하며 학술 및 전시회의 새로운 방역 기준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06 선거 소송전으로 몸살
치과계 곳곳이 선거 후 법적 공방으로 몸살을 앓았다. 직선제로 치러진 곳에서는 직선제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 정도로 후유증을 겪었다. 경기도치과의사회와 대한치과기공사협회는 한지붕 두 살림으로 혼란을 거듭하며 법정 공방을 이어가다 경기지부는 최유성 집행부가, 치기협은 주희중 집행부가 당선자 자격을 인정 받으며 회무를 이끌어가게 됐다. 대한치과의사협회 선거 후 박영섭 전 후보 측은 치협 이상훈 회장 및 선출직 부회장 당선자 3인을 대상으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박 전 후보 측은 즉각 항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07 치주질환, 다빈도 질환 1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올 초 발표한 ‘2019년 다빈도 상병 통계’에서 ‘치은염 및 치주질환’이 1위를 차지했다. 다빈도 상병 통계는 줄곧 급성기관지염 즉, 감기가 1위를 차지해왔으나 치은염과 치주질환이 처음으로 우위를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이 같은 결과는 연 1회 이상 정기적인 스케일링을 통해 충치 및 치주질환을 예방하고, 구강위생 관리를 함으로써 환자가 치과를 찾게 한 홍보효과가 결실을 맺은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08 비급여 진료비 설명 추진
2021년부터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도 비급여 진료비용을 공개토록 하는 제도가 추진돼 논란이 일었다. 이미 의료법 제45조에 따라 모든 의료기관이 비급여 항목과 비용을 고지하고 있는 가운데 비급여 진료비용 조사와 공개 대상을 의원급으로 확대하는 것은 비급여 항목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간섭과 통제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비급여 진료비 공개는 환자들의 의료기관 선택 기준을 단순히 가격으로 접근토록 하고, 의료계를 향한 불신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09 마스크 수급 대란
코로나19로 올해 초 전례없는 마스크 대란이 치과계를 덮쳤다. 치과는 비말감염 위험성이 높아 마스크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비축해둔 개인방호 물품이 바닥나고, 의료용 마스크 가격이 폭등하는 상황에서 공급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많은 치과가 진료에 난항을 겪었다. 마스크 품귀 현상으로 시민들이 줄을 지어 하루에 2개씩만 마스크를 살 수 있던 때가 불과 몇 개월 전이다.
10 근관치료분야 급여 확대
올해도 치과요양급여 기준이 개선된 희소식이 개원가에 울려 퍼졌다. 11월부터 근관장 측정 검사 및 근관성형 급여적용 횟수가 확대되고, 재근관치료 시 근관와동형성에도 급여가 적용됐다. 정부는 이 같은 급여 확대에 따른 건강보험공단 부담금을 약 400억 원으로 추계했다. 이를 환산지수 조정 및 종별가산으로 반영하면 약 600여억 원의 치과 급여의 파이 확대효과와 같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