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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 옥죄는 ‘양심’ 프레임 확산에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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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 옥죄는 ‘양심’ 프레임 확산에 골머리
  • 구교윤 기자
  • 승인 2020.11.19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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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상 이른바 양심치과리스트 유행
진료비 중심 ‘양심치과’ 프레임 부작용 낳아

“○○치과 양심치과 맞나요? ○○역 근처 과잉진료 없는 양심치과 추천해주세요”

하루에도 수십건 씩 양심치과를 찾는 환자의 문의글이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해당 게시글에는 ‘○○치과 추천드려요’, ‘○○치과 가니 과잉진료 없고 좋더라고요’ 등 양심치과를 추천하는 댓글이 이어진다.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플랫폼에는 과잉진료를 피하기 위한 노하우가 인기 콘텐츠로 등극되고 있다. 치과의사의 양심이 치과를 선택하는 결정적인 요소로 자리잡은 것이다.

실제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양심치과의 월간 키워드 검색량을 조회한 결과 18일 기준 5690건에 달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양심치과를 타이틀로 내세우는 치과가 우후죽순 늘어나는가 하면 과잉진료를 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양심치과리스트가 환자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양심치과리스트는 지난 2016년부터 양심병원협회가 지정, 공개하고 있는 치과 명단이다. 환자의 추천을 받으면 해당 치과를 방문하고 관계자 및 의사 면담을 거쳐 선정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선정 기준으로는 과잉진료를 하지 않는 병원, 일회용 의료기구를 재사용하지 않는 병원, 항생제 사용에 신중한 병원 등 총 10가지가 있지만 이를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선정 기준이 구체적이지 않을뿐더러 과거 명단에 등록하는 조건으로 협회 가입비, 홍보비, 광고비를 요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을 샀기 때문이다. 

양심병원협회 블로그에 명시돼 있는 양심치과 선정 기준

이에 이성헌(양심병원협회) 회장은 “지난 5년간 각종 의혹에 휘말리면서 경찰과 검찰 조사를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의혹을 해명했다.

이 회장은 특히 “돈을 받았다면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올 수 없었다”면서 “양심치과리스트는 치과를 폄훼하는 것이 아니라 양심껏 진료하는 치과를 칭찬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심치과 논란은 치과계 양날의 검으로 작용했다. 비윤리적인 치과의사를 징벌하는 자정작용 역할을 했지만 치과의사를 불신의 대상으로 만드는 부작용을 낳았다.

실제 지난 2017년 이진용(보라매병원) 교수가 발표한 ‘국민이 바라보는 의사 그리고 일차의료'에 따르면 치과의사를 비롯해 의사, 간호사, 한의사, 약사 등 보건의료인 중 치과의사의 신뢰도는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이유에서 치과 치료를 받으려면 최소 3곳 이상을 방문하는 것이 환자들에겐 관례처럼 여겨지고 있다. 

특히 지나친 양심프레임이 개원가에 주는 타격은 적지않아 환자에게 충치 개수를 사실대로 말하면 안 된다는 성토 섞인 불만도 나온다. 그러나 단순히 충치를 적게 판단하고 진료비가 저렴하다는 이유로 양심치과라 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한 개원의는 “치과의사마다 환자 상태를 바라보는 소견이 다르고 이에 치료계획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면서 “충치 개수를 많이 판단하고 진료비가 비싸다는 이유로 비양심치과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불법의료광고나 각종 이벤트로 환자를 유인하고 과잉진료를 하는 치과의사도 분명 있다”면서 “단순히 양심치과를 찾는 것보다 치과가 오랜 기간 운영되고, 믿을만한 곳인지를 따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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