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누수로 인해 아래층과 분쟁으로 조언을 구하는 원장들이 부쩍 늘었다. 치과는 의료기관 중 유일하게 물을 많이 사용한다. 따라서 인테리어 시공부터 배관에 신경 써야하는데 병원전문업체가 아닌 곳에 의뢰하거나 무조건 저렴한 공사비를 제시하는 업체에 인테리어를 맡기다 보면 몇 백 만원 아끼려다 몇 천 만원 손해배상을 물을 수 있다.
일반 치과에서 하수를 처리하는 방법은 건물의 벽을 따라 배관박스를 짜고 그 내부에 PVC관을 연결해 체어나 세면대에서 나오는 물을 내려보낸다. 그럼 벽 배관의 가장 큰 단점은 무엇일까?
1. 공간손실- 치과 벽을 따라 배관박스를 만들다 보니 공간손실이 많고 동선에 걸리지 않게 설계 하다보면 공간배치에 문제가 생긴다.
2. 하수배관 내 슬러지- 물 흐름을 위해 하수관을 설치할 때 구배(배관 기울기)를 준다고는 하나 실제로는 하수관이 수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내부에 슬러지가 많이 쌓인다.
바닥 배관은 대부분 신축건물에서 시행하는데 아래층이 입점 되지 않았을 경우 체어 바로 아래를 드릴로 타공해 아래층 하수관에 바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길이가 짧아 배관 내 슬러지도 적게 차고, 인테리어 미관상 좋다. 하지만 건물주가 반대하거나 아래층이 입점 돼 있을 경우 설치하기 어렵다.
벽 배관을 할 것인지, 바닥배관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많지만 10여 년 이상 치과인테리어만 전공한 필자의 경험으로 본다면 할 수만 있다면 바닥 배관을 추천한다. 단, 설계단계부터 정확한 바닥 타공을 위해 세면대와 체어의 위치를 정확하게 계산해야 하고, 숙련된 설비업자가 아니라면 쉽게 누수가 발생해 아래층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위험도 높은 방식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필자가 주로 사용하는 방법은 벽 배관과 바닥 배관을 혼용하는 방식이다. 처음부터 바닥으로 내려가는 하수구를 서너 개 만들어 전체 하수관 길이를 줄여주는 공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글을 쓰고 있는 오늘도 누수로 고통 받고 있는 모 원장의 긴급한 전화를 받고 치과를 방문했다. 진료가 끝난 야간에 아래층으로 다량의 물이 흘러 분쟁을 겪고 있었다. 아래층 업주와 만난 결과 영업 손실과 인테리어 배상으로 1억 원 이상 지출될 것으로 예상돼 원만한 타협이 어려울 경우 소송을 권유했다.
벽 배관이든 바닥 배관이든 어디서든 물이 샐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인테리어를 할 경우 병원전문업체를 선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저렴한 가격을 장점으로 내세우는 업체는 인건비가 높은 숙련된 인부를 사용할 가능성이 거의 없으므로 피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어떤 배관이든 진료가 끝나면 메인 수도밸브를 반드시 잠그고 퇴근하는 매뉴얼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누수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