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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철 교수의 기묘한이야기] Duncker의 양초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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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철 교수의 기묘한이야기] Duncker의 양초 문제
  • 박정철 교수
  • 승인 2015.08.27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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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철(단국대학교치과대학 치주과학교실) 교수

 

창의성은 원래의 사물이 가진 의미와 기능을 벗어나 새로운 의미와 기능을 부여하는 정신적 과정이다.

오무려 잘라야 제 기능을 하는 가위를 수술 중에는 정반대로 벌려서 연조직을 박리하기도 하고, 드라마 속의 맥가이버는 초콜렛을 뭉쳐 덩어리로 만든 뒤 물이 새는 통을 막기도 한다.

독일의 심리학자 Dr. Karl Duncker는 이와 같은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 평가를 위해 양초 문제를 제시했다. 양초, 상자, 압정, 그리고 성냥을 준 뒤 양초 촛농이 바닥에 떨어지지 않도록 양초를 벽에 고정하라는 과제를 주면 사람들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까?

아래 그림 1, 2를 보면 아주 간단한 문제 같아 보이지만 의외로 답을 찾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한다. 핵심은 상자를 기존의 의미인 저장을 위한 ‘용기’가 아닌 ‘받침대’의 기능으로 부여함으로써 재해석하여 기능적 고착화(Functional fixedness)를 벗어나야 한다는 점이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상자를 비워둔 경우보다 가득 채워둔 경우에 이러한 발상을 하기가 어려웠다는 점이다. 그만큼 상자의 기능이 ‘용기’로 강하게 고착화시킨 경우에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가 더욱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mental set에서 어떻게 빠져나와 창의성을 발휘 할 수 있을까?

2012년『Psychological Science』에 발표된 McCaffrey의 논문에 따르면 ‘Generic-part technique’이라는 방법으로 쉽게 탈피할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실험자들에게 두 개의 반지를 양초, 성냥, 작은 쇠덩어리를 이용하여 서로 강하게 고정시키라는 과제를 주면 대부분 촛농을 이용해 반지를 고정시키다가 포기한다고 한다.

하지만 실험자가 의도한 창의적인 해결방법은 ‘양초에서 심지를 분리한 뒤, 심지를 노끈처럼 이용해 반지들을 서로 묶는 방법’이라고 한다.

즉, 대상을 기본 단위로 분해하고 그 성질들을 나열하고 서술하다 보면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이 보인다는 기법이다. 양초를 양초가 아닌 심지와 파라핀으로 분리해서 인식하는 것이 핵심이다.

최근 환자들 중에는 임플란트 수술 시 꼭 골이식을 같이 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스위스 베른대학의 Buser 교수는 Contour augmentation 개념에 근거해 임플란트 식립 시 GBR을 90% 이상의 경우에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환자들이 이러한 치료 경향을 어떻게 알았는지 먼저 요구한다는 사실은 참으로 의아한 일이었다. 정말 기묘한 일이었다.

원인은 한참 뒤에 알게 되었다. 바로 사보험에서 제공하는 임플란트 수술비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치조골이식을 동반’했다는 진단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가장 놀라운 사실은 환자들 스스로 기능적 고착화를 탈피하여 ‘치조골이식술’의 새로운 용도를 발견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은 참으로 흥미로운 사회학적 현상이기는 하지만, 치과체어에서 올바른 결정은 임상적 상황과 장기적 예후에 기초한 의학적 판단을 근거로 이루어져야하며 이 결정의 주체는 술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Beauchamp 등이 제시한 의료 윤리 4대 원칙 중 자율성 (Autonomy) 관점에서 의사는 검증된 의학적 타당성과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모든 외부 영향으로부터 독립적이고 자유로워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이 점에서만큼은 ‘기능적 고착화’가 잘 유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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