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의 시간은 겹겹이 쌓인 세월의 나이이며, 31년의 노력은 전문가 혹은 베테랑이란 수식어의 바탕이 된다. 그리고 31년의 시간과 노력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작용했을 땐 고유의 시너지 효과가 발휘된다. 대표적인 예로 국내 치과기자재 제조 시장 발전의 한 획을 그은 한일치과산업㈜(이하 한일치과산업)이 있다.
한일치과산업은 임양래 대표가 이끄는 치과기자재 제조업체로 1980년 4월 한일치과상사로 출범했다. 임 대표는 최초의 제조 제품인 METAL Bite 생산을 시작으로 치과에서 필요한 다양한 기자재를 발명하며 한일치과산업을 이끌었고 현재도 그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중요한 것은 한일치과산업의 31년은 멈춰 있는 성장이 아닌 지금도 꿈틀대는 도전의 의지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덴포라인은 임양래 대표를 만나 국내 치과기자재 제조업체로서 치과계에서 필요로 하는 한일치과산업의 역할을 들어본다.
안정적인 기반을 위한 준비, 작은 아이템으로 시작하다
치과기자재의 대부분이 수입품으로 유통되던 1980년대, 임 대표가 치과기자재를 제조하기 시작한 것은 단순한 시각의 전환에서였다. 치과에서 가장 비싼 품목, 가장 많이 쓰이는 품목을 놓고 고민을 하던 보통의 제조업체와 임 대표는 생각을 달리했다.
“그 당시 기본적인 투자를 위한 자본력, 능력, 기술력 중 어느 것 하나 갖추고 있지 않았다”는 임 대표는 “작은 것부터 시작해보자”는 생각으로 아이템을 하나씩 개발하기 시작한다.
METAL Bite가 생산되고, 판매되는 것에 즐거움을 느낀 임 대표는 본격적으로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각종 특허를 획득한다. 그러나 국산품에 대한 확신이 없던 시절, 같은 제품이면서 가격까지 저렴한 국산품을 놓고도 소비자는 수입품을 선택한다.
“예상대로 큰 이익을 얻지는 못했지만 아이템 하나하나 덕분에 오히려 안정적으로 갈 수 있었다”는 임 대표는 “작은 아이템들이 모여 평균매출을 끌고 나간다”며 모든 제품이 주축이 된다고 설명했다.
위기를 기회로, 다시 새롭게 나아가다
임 대표의 인생에 있어 가장 큰 고비는 1996년에 발생한 화재가 결정적이었다. 화재로 인해 사무실은 물론 내부에 있던 기자재는 모두 불에 타버렸다.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잃은 임 대표는 그 당시를 인생 최대의 위기로 꼽았다.
그러나 불행도 잠시, 임 대표는 그동안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한 주변의 도움으로 한 달도 채 되지 않는 기간에 사무실을 다시 얻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게 된다.
“그때 불로 인해 인생이 끝날 줄 알았다. 그러나 그 뒤로 사업이 더욱 번창했다”는 그는 화재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었다고 전했다.
한번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난 임 대표는 그 후 제품 개발에 더욱 전력투구해 신제품을 생산해 내고 해외 수출을 위한 기반도 본격적으로 잡아나간다.
HANIL의 브랜드 네임, 세계 시장에 각인시키다한일치과산업은 1995년 해외 전시회를 시작하면서 세계 치과기자재 시장에 이름을 알린다. 임 대표는 그 당시 수출 형태에 대해 “대부분 대량구매를 통해 거래가 이루어졌다. 공급자는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유통시키고, 수입업자는 재고에 대한 부담을 안아야 하는 단점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현재는 수출의 개념이 변화하면서 체계적인 유통이 가능하다. 정확한 가격으로 필요한 양을 공급하기 때문에 안정적이고 깨끗한 거래가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현재 한일치과산업과 거래하는 수출 국가는 약 45개국이다. 임 대표는 “해외 전시회를 자주 다니다 보니 인지도가 높아졌다”며 “단지 제품에 대한 믿음으로 소비자가 한일치과산업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으로 ‘신뢰’를 강조했다. 그는 “해외 시장처럼 뚫기 어려운 곳이 없다. 아무리 영어를 잘 해도 현실적으로 비주얼적인 부분에서 상대방을 압도할 수 없다”며 “어떻게 믿음을 줄 것인가에서 나오는 것이 바로 브랜드 가치”라고 강조했다.
잦은 해외 전시회를 통해 임 대표가 말하고 싶은 것은 바로 ‘한일치과산업’이라는 브랜드의 각인이다. 거래를 하지 않더라도 10년 전, 15년 전부터 같은 부스에 같은 얼굴을 보며 치과업자들을 세뇌시킨다는 것이 임 대표의 영업 전략인 것이다.
임 대표는 “믿음이 가는 회사라는 인식이 바로 해외 시장 진출의 첫 걸음이 된다”고 전했다.
안정적인 품질의 제품 공급 통해 신뢰를 견고히 쌓다
현재 중국과 대만 등의 나라는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유럽, 미국, 일본 등에 수출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제품임에도 그들은 왜 한일치과산업을 선택할까?
임 대표는 “안정적인 품질의 제품 공급”에서 그 차이를 설명했다. 예를 들어 중국제의 경우 가격은 저렴하지만 대량으로 구매해야 하며, 제품 품질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다. 그리고 외국 딜러들은 항상 같은 질의 결과물을 원한다. 그렇다면 이들을 만족시키는 것은?
임 대표는 자신 있게 “한일치과산업의 제품”이라 말한다.
치과업계 최초 국민포장 수상 영광, 신뢰도 입지 굳혀
지난 5월 27일 열린 제4회 의료기기의 날 기념식에서 임 대표는 이날 포상 중 최고의 영예인 ‘국민포장’을 수상했다. 포장은 훈장 다음으로 높은 상으로 신원조회를 통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하며, 업적에 대한 서류 심사를 통과해야만 그 자격을 가질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은 지난 30년간 치과재료의 국산화를 모토로 신제품 개발에 주력했고, 대한치과산업협의회(이하 치산협)을 이끌며 국산 치과기자재를 수출해 치과산업 발전 및 국제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해 시상함을 밝혔다.
임 대표는 “서류 심사를 통과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일이다. 기업인으로서 최고의 영예”라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또한 “포장 수상을 통해 한일치과산업의 대내외적인 입지가 높아졌고 신뢰도도 상승했다”며 “해외 영업 시에도 제품에 대한 믿음을 포장으로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일의 즐거움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 샘솟아
임 대표가 마라톤을 시작한 지 벌써 7년이 지났다. 일 년 평균 3번은 풀코스를 완주할 정도로 마라톤을 사랑하는 그는 “힘들지만 재밌다.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한다”며 “의욕적인 삶을 제시해 주는 것도 바로 마라톤”이라 언급했다.
수족관의 물고기보다는 막 잡아 올린 물고기의 생동감이 좋다는 임 대표는 “역동적으로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살고 싶다”고 말한다.
마라톤 외에도 15년째 산을 타고 있는 임 대표는 등산 마니아이기도 하다. 이미 해외 원정을 통해 많은 산을 접한 그는 현재 에베레스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인 K2 원정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베이스캠프까지긴 하지만 트랙킹으로만 나흘을 가야 하는 체력이 필요하다”며 “준비 과정과 여행을 가는 것 자체에서 삶의 의욕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많은 아이디어를 필요로 하는 한일치과산업의 제품이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처럼 보통의 시각이 아닌 임 대표만의 살아 있는 생각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듯하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지겹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만들고, 개발하고, 실험하는 것이 재밌다”는 임 대표를 통해 앞으로도 생동감 있는 제품의 탄생을 기대해 본다.
한일치과산업 고유의 콘셉트 바탕으로 안정적 마케팅 유지
앞으로 한일치과산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임 대표는 “신제품의 탄생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기존 아이템의 품질을 높이는 것, 퀄리티의 관리”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아이템의 수를 늘리는 것은 쉽지만 하나하나의 질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죽을 때까지 현업에 종사하고 싶다는 임 대표는 “제조회사인 만큼 주획이 되는 파주 공장으로 들어가서 조만간 내 방을 꾸릴 예정”이라며 제품에 대한 책임감과 목표의식을 가지고 국내외 치과기자재 시장의 안정적인 마케팅을 이끌 것을 다짐했다.
국내 치과기자재 제조사들의 모임, 치산협
수장으로서 회원사를 위해 활동 영역을 넓히다
국내에서 치과기자재를 생산하는 제조사는 몇이나 될까?
현재 대한치과기재협회 산하 치산협의 정식 회원사는 총 88곳이며, 미 가입 제조사는 60여 곳이다.
치산협은 수입 유통 업체가 주류를 이루던 1997년, 10여 곳의 국내 제조회사들이 모여 만든 작은 모임으로 시작됐다. 한국 시장에 맞는 치과용품을 만들겠다는 사명감으로 뭉친 국산 제조업체들은 세계 시장에서도 통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많은 정보와 기술을 교환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 필요성과 맞물려 국내 전시회와 해외 전시회가 활성화되면서 치과계 자체가 급성장하기 시작한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약 150여 곳의 회원사를 주도하는 단체로 성장하며, 치산협의 역할을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고 있다.
그 중심에 11명의 이사들과 함께 치산협 회장직을 연임하고 있는 임양래 회장이 있다. 임 회장은 한일치과산업㈜과 치산협을 동시에 이끄는 수장이다.
임 회장은 “회장직을 연임할 수 있게 해준 회원들에게 감사하다. 누구에게 욕먹는 것이 아니라 인정받는 것이 기쁘다”며 치과산업발전을 위해 좀 더 큰 목표를 세우고 진로를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치산협의 역할에 대해 임 회장은 “ISO/TC 106 규격표준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규격표준화는 세계 시장에서 한국 치과기자재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무역 분쟁 발생 시 공동대응 문제와 국외에서의 특허 침해 등에 대한 교육과 홍보 과정도 필요하다”며 국내 치과기자재 제조업체가 필요로 하는 사업에 역점을 두려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치산협 홈페이지 활성화를 위해서 외국 유통회사와 링크가 가능하도록 일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 회장은 “치산협의 위상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고,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이사들 덕분에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며 모든 공을 협회 관계자들에게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