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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T] 나는 치과위생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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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T] 나는 치과위생사다
  • 유은미 교수
  • 승인 2017.04.20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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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설레임과 기대감으로 시작한 2017년도 어느새 네 달을 넘기고 있다. 새해를 시작하며 많은 계획들을 세웠지만 일주일에 세 번 운동하기로 한 결심은 시작조차 안했고 중국어를 마스터하기로 한 계획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새해 계획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일주일에 세 번 운동하는 건 역시 무리야’, ‘중국어는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아니니까’라고 게으른 나를 합리화하며 멀어져 간다.

어쩌면 나는 실패할까봐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시작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새로운 것을 하려면 닥쳐올 미래에 대해 두려움을 갖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무언가를 시작해야만 할 때 다가오는 두려움은 어쩌면 완벽히 해내고자 함이 만들어낸 강박관념 때문일 지도 모른다. 이것저것 따지다 보면 결국 시작을 할 수가 없다. 우리는 늘 시간이 없고 준비가 덜 되어 있으며 복잡한 문제 속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을 계획하고 시도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은 치과위생사로서도 마찬가지다. 학교에서 치과위생사의 중요한 업무가 예방치주관리와 구강보건교육이라고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졸업후 10년이 넘도록 임플란트 어시스트를 하고 임시치아를 만들고 인상채득을 잘하는 것이 치과위생사의 실력을 키우는 것이라 믿어왔다. 그래서 임플란트 보철 전문 치과위생사임에 자부심을 느끼며 살아왔던 것 같다. 물론 예방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바쁜 진료스케줄 안에서 구강보건교육이나 예방치주관리는 병원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등한시 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진료보조업무가 80% 이상을 차지하는 임상 치과위생사로서 평생을 살아간다는 것이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았고 더 이상 전문가로서 성장할 수 없음에 회의를 느꼈다.

미국의 경우, 치과위생사 선호도는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치과위생사가 감정노동자, 건강이 안 좋은 직업의 1~2위를 다투고 있다.

미국은 치과위생사가 시간의 여유를 가지고 환자의 전신건강 및 구강상태, 예방처치, 구강보건교육까지 꼼꼼하게 체크하고 예방 및 치주관리를 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여전히 어렵고, 수익창출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예방치주관리는 다른 진료보다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예방치주관리의 인식 부족 그리고 국내 치과위생사에 대한 일부 직업적 한계와 전문성의 결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많은 치과위생사들이 졸업 후 바로 취업하지 않고 대학원을 진학하거나 해외 유학을 꿈꾸는 경우도 자부심과 전문성 결여로 인해 임상치과위생사로서의 비전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며 물론 그중에는 나도 포함돼 있었다. 그러면서 외국의 치과위생사와 우리나라의 치과위생사의 가장 큰 차이점이 무엇일까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2007년 어느 날, 그렇게 치과위생사로서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나에게 원장님께서 강의와 진료를 병행하기 힘들면 병원 내에서 파트타임으로 예방관리업무를 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말씀을 하셨다. 한국의 진료시스템에 길들여진 나에게 외국의 치과위생사처럼 예방관리를 한다는 것은 너무 어렵게 느껴졌고 새롭게 무엇인가를 시작한다는 두려움 때문에 선뜻 대답을 못했다. 하지만 작은 것부터 하나씩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서 예방관리를 시작했다. 그때부터 본격적인 예방치주관리는 시작됐던 것 같다. 처음에는 차별화된 스케일링과 대상자별 구강보건교육으로 시작해서 차츰 임플란트, 교정, 노인 환자에게 맞는 단계별 치주관리와 잇솔질 교육, 구강관리용품 설명으로 체계적인 예방치주관리를 하기 시작했는데 환자에게 알려준 대로 잇솔질을 잘 할 수 있도록 개별구강관리용품과 함께 사용법도 인쇄해서 전달했더니 감동했고 특히 치료 전후 달라진 모습을 사진으로 보 고는 무척 만족했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예방관리를 하고 구강보건교육에 힘쓰면서 비로소 나는 치과위생사로서의 전문성을 찾은 것 같아 뿌듯함을 느꼈다.

예방관리를 하는 동안 바이오필름을 주제로 한 박사논문을 쓰면서 치주질환의 특징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배울 수 있었고 채명애 교수님의 포괄치위생세미나에 4차까지 참여하면서 예방관리를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무엇보다 학교에서의 포괄치위생관리 수업과 임상에서의 현실에 차이가 너무나 많은 것이 안타까워서 임상에 맞게 제대로 적용해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2015년 P치과의 스케일링 센터에서 일한 것은 나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안겨준 계기가 됐다. 전문적인 치주관리를 시도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처음에는 학교수업과 똑같이 포괄치위생관리를 임상에 적용해 보았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치위생사정, 분석 수행, 평가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차트도 여러 장 만들고 꼼꼼하게 관리했지만 환자들의 만족도는 오히려 떨어졌다. 바쁜 현대인에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번거롭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래서 과감하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만 남기고 번거로운 절차는 줄여갔다.

스케일링센터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뤘던 예방치주관리는 치과위생사가 전문가라는 것을 환자에게 인식시키고 치주관리의 필요성과 함께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양한 구강관리용품과 함께 치과위생사로서 나의 프로필과 면허증도 게시하고 구강보건교육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교육자료를 환자들이 볼 수 있도록 대기실에 비치했다. 진료실에서 대기하고 있는 환자에게는 치주질환에 대한 동영상이나 교육자료를 보여주고 치면세균막 착색 후 전문가세정술을 무료로 해주면서 올바른 잇솔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처음부터 예방관리 프로그램을 적용하기보다 치주관리의 필요성을 말해주면서 단계별로 환자들에게 시도했더니 환자의 치아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다루고 과잉진료를 하지 않는다는 입소문이 빠르게 퍼져 이로 인해 소개환자와 병원수익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원장님과 스탭들도 가족과 주위사람들에게 치과의 스케일링 센터를 자랑하기 시작했고 신환, 임플란트, 보철, 교정 환자들이 오면 반드시 제일 먼저 스케일링 센터를 거쳐야 한다고 환자들을 안내했다. 30년 동안 이런 스케일링을 처음 받아본다며 가족들을 모두 데리고 오신 아주머니와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잇몸마사지를 받으러 오는 할아버지를 보면서 스케일링센터 활성화와 치과위생사에 의한 예방치주관리가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먼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실감했다.

현재 나는 예방치주관리를 진행하면서 터득한 여러 가지 노하우들을 많은 치과위생사들과 공유하고 싶어 예방관리 컨설팅과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예방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거나 자신이 없는 주변의 많은 치과의사나 치과위생사들은 이렇게 말한다. 예방이 좋은 것도 알고 필요한 것도 알지만 실패할까봐 두렵고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를 모르겠다고….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자신있게 얘기하고 싶다. 지금 바로 시작하고 실패하는 것을 계속하라. 실패할 때마다 당신은 무언가 성취할 것이다. 그리고 원하던 것에 조금 더 가까워져 있을 것이다.

‘성공의 비결은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말한 마크트웨인의 말처럼 변화를 위해 무엇인가를 시작한 사람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영원히 이룰 수 없지만 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걸음을 내딛는다면 설령 그 길을 가다 넘어지더라도 그 첫걸음으로 인해 우리는 성공을 향해 더 다가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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