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동수, 이하 공정위)가 사업자단체금지행위 위반 혐의로 대한치과의사협회(회장 김세영, 이하 치협)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 5억 원을 부과한 것과 관련해 이후 치협의 대처에 치과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게다가 공정위의 결정에 이어 곧바로 유디치과가 치협을 상대로 10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 청구에 나서면서 본격 외부로 표출된 법적 공방에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개원가에서는 앞으로의 결과가 치과의료 전반 및 개원환경 변화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필승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우선 치협은 공정위의 판결 직후 불복을 공식 선언하고, 법원에 시정명령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공정위 판결이 1심의 성격에 불과한 만큼 고등법원·대법원을 거치며 정확한 판단을 얻어내겠다는 각오다. 실제로 최근 공정위 판결에 불복해 진행된 소송비율 중 공정위가 승소하거나 소취하·각하된 비율은 57.6%로 절반 정도며, 패소한 경우도 12.3%에 이를 뿐만 아니라 최근 G마켓, SK텔레콤 등과의 굵직한 소송에서 공정위가 잇달아 패소해 정확한 사실관계에 기반해 충분히 해볼 만한 싸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철신(대한치과의사협회) 정책이사는 “의료행위를 의료법과 관계없이 단순 시장논리에 따른 것으로 삼은 공정위의 근거 자체가 말이 안된다”면서 “더구나 공정위가 제시한 4가지 이유도 확실한 근거가 없거나 논리가 굉장히 빈약할뿐더러 유디의 일방적인 진술에만 의존하고 있어 앞으로 공정한 조사가 이뤄진다면 당연히 공정위 결정이 철회될 것이며, 발표의 담당자는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의 이번 판결로 치과의료를 포함한 한국 의료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한 쪽으로는 영리병원을 추진하며 의료상업화를 부채질하고, 다른 한 쪽으로는 1인 1개소법안을 통과시키며 의료기관의 편법적인 운영에 급제동을 건 정부의 이중적인 행보가 ‘판결’을 앞둔 기로에 선 것과 다름없게 된 상황이다.
△의료인의 의료기관 중복 개설 금지 △환자 유인알선 △과잉진료 등으로 불법행위가 드러난 치과의 숨통을 틔워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정부기관의 이번 결정이 승소한다면 이후 의료영리화 가속화에 따라 개원가가 어떤 파국을 맞이하게 될지 예측조차 힘든 만큼 치협은 반드시 첫 관문에서 승리를 거둬야 할 막중한 책임을 지게 됐다.
공정위가 ‘의료’의 특수한 성격을 배제하고, 의료를 일반 제화와 동일시 한 판단을 내림에 따라 1인1개소법안을 추진하며 의료의 건전성을 꾀하려고 했던 보건복지부의 의지 여부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복지부 관계자는 “공정위가 밝혔다시피 해당 사안은 공정위 소관이고, 법안 자체도 유디의 법적 성격을 문제 삼았다기보다 네트워크병원 전반과 관련됐던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김철신 이사는 “지금의 사태는 복지부가 조기에 잘못된 의료행위를 적극 단속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한 것으로 공정위가 복지부를 단속한 상황”이라면서 “복지부는 공정위에 엄중하게 항의하고, 앞으로 개정되는 의료법을 엄격한 잣대로 적용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치협은 전방위적으로 공정위 및 정부기관을 압박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길고 긴 법정공방으로 지루한 싸움이 예상되는데다 불법성 피라미드형 네트워크의 폐해에 대한 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대국민 설득에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치과계 일각에서 ‘과연 이길 수 있겠냐’는 자조 섞인 우려가 나오는 것도 여론전에서의 승부를 염려한 경우가 대부분.
이에 따라 시민사회와의 폭넓은 연대를 통해 공동전선을 형성하는 데도 힘을 쏟아야 할 필요가 있다.
정성준(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은 “이번 판결은 공정위가 의료를 공공재가 아닌, 시장논리에 따른 사적재로 인식하고 있다는 천박한 사고를 보여준 것”이라면서 “복지부는 이것이 국민건강과 직결된 문제이고, 공정위가 관여할 부분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치협에 힘을 실어줬다.
또한 그는 “의료의 기본적인 성격을 인식하지 못한 공정위의 판결에 국민들이 충분히 공감할 것”이라며 “치과의 적정진료뿐만 아니라 치과의료의 공공성 확대등을 함께 고민하며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공정위는 치협이 △세미나리뷰 구인광고 방해 △덴탈잡 이용금지 △치과기자재 공급업체, 기공사협회 거래 중단 요구 등으로 유디의 사업활동을 방해했다며, 지난 8일 시정명령 및 과징금 5억원 처분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