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의 극한 추구
건강보험진료가 호응을 얻는 것을 보면서, 건강보험의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의 진료를 하게 된다. 예를 들어 치석제거를 하고 치근활택술을 할 때 거의 모든 환자를 반드시 6회 내원하게 한다든가 하는 것이다.
필자는 이런 스타일의 진료를 6개월 정도 하다가 진료패턴을 바꾸었다. 건강보험 진료를 하면서 정신적으로 성숙해지기 전에 겪는 사춘기와 같은 통과의례랄까? 물론 더욱 성숙한 분들은 사춘기를 겪지 않는다.
또한 경계해야 할 점은 지나치게 과소진료를 해서도 안 된다는 점이다. 지금 정부에서 이야기하는 적정진료라는 것은 항상 평균만을 계산하고 평균 이상의 진료를 하는 의료인들에게만 경고하고 규제를 가하는 방식으로, 이런 방식대로 하면 모든 진료는 최소한의 진료만을 하는 방향으로 수렴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그동안 건강보험료를 성실히 납부한 국민들이 정당한 진료를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보험을 모르는 원장님들이 가장 많이 실수하는 항목
1. 보철물 제거(건강보험 적용)의 누락
우식/파절 등으로 보철물 제거 -> 후속으로 금인레이 급관 등
비급여 치료를 하더라도 보철물제거는 급여 적용
2. 비급여를 급여로 착각
구강검진 -> 비급여진료만 한 날 -> 보험진찰료 별도 징수불가
균형진료를 생각하다
역시 환자분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일 수밖에 없다. 치석제거 1회, 치근활택술 6회를 내원한다고 하면 환자의 입장에서는 정말 힘든 일이다. 필자가 환자 입장이 된다면 충분히 이해가 되는 일이다. 건강보험에 관심을 가졌던 초창기에는 그 정도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필자의 딸이 아기 때 많이 아파서 소아과에 자주 다녔는데 항상 약을 하루치만 처방해줬다. 당시 소아과 원장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아이는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진찰을 자주 해야 한다”였다. 물론 당시 소아과 원장님의 말씀은 거짓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상 저수가로 인한 문제가 전혀 영향을 안 주었다고 볼 수도 없다. 필자는 지금도 치근활택술 1/3악을 6회 시행하는 것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원가도 안 되는 저수가 상황에서 환자분 자주 오게 해서 열심히 진료해 주겠다는 게 뭐가 잘못이겠는가. 잘못이 있다면 건강보험 보조금 지급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정부나 방만한 운영으로 재정 누수를 일으키고 있는 공단이 더 큰 문제일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 이 글을 읽고 정말로 치근활택술을 상시적으로 6회씩 시행하면 복지부/공단/심사평가원이 매우 싫어하며, 원장님의 치과에 현지조사 등의 비상사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잘 생각해보고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필자가 갖게 된 치과진료의 원칙은 2가지다.
첫째는 환자에 따라 맞춤진료를 하자는 것이다. 같은 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라도 충분한 시간과 치과방문을 할 수 있는 경우는 최대한 보존적 치료를 할 수 있지만, 빠른 치료가 요구되는 환자도 있을 것이다. 또한 질환의 경중에 따라 어떤 환자는 여러 번 방문이 요구되는 경우도 있고, 1~2회의 방문으로 치료가 종결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즉, 환자마다 치료방법이나 치료횟수가 일률적일 수가 없고 다양한 경우가 존재하게 된다.
둘째는 환자의 선택권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치료 방법에 급여와 비급여가 모두 있을 경우 각자의 장단점을 설명을 해주고 최종적인 선택은 환자가 하도록 한다(지금 환자의 상태에 가장 적합한 치료를 권하되 차선책을 선택할 기회를 준다). 그래서 자연히 보험진료나 비보험 진료가 아닌 보험과 비보험진료가 동시에 일어나는 혼합진료를 하게 된다.
치과의사 스스로 행복한 진료
치과의사는 항상 환자를 위한 삶을 살도록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에 지나치게 본인을 혹사시키는 경우가 많다. 적정한 진료시간을 지켜야 하며, 점심시간을 잘 지키고 규칙적인 식사와 수면 운동을 해야 한다. 치과의사 스스로가 건강하지 못하고 너무 지쳐 있으면, 최선의 진료가 나오지 못할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치과의사가 저수가에 시달리고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면 불행해진다. 치과의사가 불행하고 기분이 좋지 않은데, 그런 치과의사에게 진료 받는 환자들이 좋은 진료 행복한 진료를 받을 수 있을까? 왜 진료수가의 정상화가 필요할까? 그것은 바로 환자들을 위해서다.
필자도 초창기에는 환자가 내원하면 다 받아주고 점심도 안 먹고 진료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는다. 접수시간도 진료시간 20분 전에 마감하도록 하고 점심시간엔 전화를 받지 않고 자동응답기를 틀어둔다. 하루에 8시간은 환자를 위해 할애하지만 그 이외의 시간은 충분한 휴식과 여가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하고도 충분히 여유있는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수가가 뒷받침 돼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