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색 셔츠와 흰색 셔츠를 입은 두 팀의 농구 경기 영상을 보여주며 실험 대상자에게 흰 셔츠 팀이 몇 번 패스를 하는지 세어보라고 주문한다.
그런데 이 영상에는 실험 대상자에게 알려주지 않은 내용이 있었다. 영상 중간에 고릴라 분장을 한 학생이 천천히 무대를 가로질러 나가며 심지어 무대 중간에서 가슴을 두드리고 머물다가 나간다.
그러나 실험 대상자들은 흰 셔츠팀의 패스 횟수를 세는데 집중 하느라 실험 대상자들의 절반 정도는 고릴라가 무대에 있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였다.
심리학자 크리스토퍼 차브리스와 대니얼 사이먼스의 유명한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이다. 이 실험은 ‘무주의 맹시(inattentional blindness)’ 혹은 ‘주의력 착각’을 잘 설명해 준다. 실험 대상자들이 모두 동일한 환경과 상황 속에 있지만 인지한 사실은 다를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우리 생활 곳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차량 접촉 사고가 났을 때 접촉 사고 당사자와 사고의 목격자는 모두 같은 상황을 눈으로 보고 겪었다. 하지만 서로 다른 상황인 것처럼 이야기 한다. 사실은 객관적이지만 해석은 주관적이다.
우리의 일터인 치과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들이 꽤 있다. 그 중에서도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 ‘보이지 않는 고릴라’가 존재하고 있을 수 있다. 바로 ‘조용한 불만 고객’이다. 병원에 컴플레인을 제기한 고객은 오히려 ‘보이는 고릴라’이다.
이들은 불만이 생겼을 때 적극적으로 불만 상황을 해결하기를 원한다. 강하게 자신의 입장을 제기하면서 불만 상황의 조치를 병원에 요구한다. 우리는 이들에게 진상이라는 딱지를 붙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조용한 불만 고객’은 자신들의 불만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드러난 불만 표현이 없기 때문에 병원은 그들의 마음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우리 병원에 대해 어떤 기대를 하는지 오히려 무관심하게 된다. 조용한 불만 고객은 그 병원을 재방문 하지 않거나 주위 사람들에게 병원 소개를 하지 않음으로써 그들의 마음을 표현한다.
특히 굿 애티튜드(good attitude)를 가진 환자일수록 불만 표현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음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 병원의 충성고객으로 생각하지만 어쩌면 그 반대인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보이지 않는 고릴라’는 우리의 주의력을 끌지 않는다. 분명 존재하지만 드러내지 않는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우리가 ‘보이지 않는 고릴라’의 존재를 인지하고 관심을 가지고 주의력을 돌린다면 얼마든지 ‘보이지 않는 고릴라’는 그 존재를 드러낸다는 것이다.
예상치 못한 곳에 고릴라가 있다. 정글 어느 곳에 고릴라가 있다는 생각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안테나를 세우고 주의를 기울인다면 ‘보이지 않는 고릴라’를 발견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박종석 코치의 ‘성장하는 병원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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