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술이 발달하고 고령화 사회가 진행됨에 따라 치과 시술 시 출혈에 관계되는 약물을 복용 중인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본 연재에서는 출혈성 약물을 복용 중인 환자의 치과치료 시 고려할 사항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은 환자가 항혈소판제제(antiplate-let agent)를 복용 중인지, 항응고제 (anticoagulant)를 복용 중인지 감별하는 것이다. 두 약물 모두 thrombus 형성을 막는 기능을 하지만, 약물의 대사 기간, 효능, 임상에서의 주의점이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지혈의 기전을 살펴보면 vascular phase, platelet aggregation, coagulation 순으로 진행된다.
이러한 순서대로 진행되게 되므로 항혈소판제제를 복용 중인 환자와 항응고제를 복용 중인 환자에서 출혈양상은 임상적으로 매우 다르다. 항혈소판제제를 복용 중인 경우 platelet disorder를 가진 환자와 비슷하게 외상이 가해진 이후 즉시 출혈이 시작되지만 적절하게 국소 지혈처치를 시행하게 되면 어느 정도는 지혈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에 비해 항응고제를 복용 중인 환자에서는 외상이 가해진 직후에는 그다지 출혈양상이 심하게 보이지 않지만 혈병을 안정시키는 coagulation factor가 제 기능을 못하게 되므로 지연출혈이 되는 경향도 있고, 약 3~5일 후에도 후출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또한 심부에서의 출혈도 항응고제를 복용중인 환자에서는 특징적인 소견이기 때문에 매우 주의깊게 관찰해야 한다. 그러므로 항혈소판제제 환자에서는 지혈재료 사용, 봉합, 압박 등 국소적인 방법을 이용하면 큰 문제없이 치과 수술을 진행할 수 있지만 항응고제 복용 중인 경우 조기에 지혈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안심할 수 없으므로 상급의료기관으로 전원이 추천된다.
각 약물종류에 따라서 참고할 혈액검사 수치도 다른데, 쿠마딘을 복용 중인 환자는 PT(INR), 헤파린을 투여 중인 환자는(헤파린은 정주제제나 피하투여이기 때문에 복용하는 환자는 없다) PTT, 항혈소판제제를 복용 중인 환자는 혈소판의 숫자가 아닌 혈소판기능검사 (PFA-100) 수치를 참고한다.
두 번째 지식은 항응고제나 항혈소판제제를 끊을지 말지에 대한 것이다. 기존의 연구들에서는 치과치료 후 출혈 등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아서 가급적이면 약물을 조절하고, 즉 며칠 끊은 뒤 시술하는 것을 추천하는 문헌들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연구결과들을 살펴보면 약물을 복용 중인 상태에서 시술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논문들도 발표되고 있다. 임상가가 출혈성 약물을 조절하려고 할 때 중요한 것은 크게 두 가지인데, 1)약물을 예방적으로 복용 중인지, 치료목적으로 복용 중인지 2)항응고제인지 항혈소판제제인지 이다.
이미 기술한대로 항혈소판제제는 초기대응이 잘 진행되면 지혈에 큰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항응고제는 그렇지 않다. 출혈성 약물을 복용하면서 발치 등 치과 시술을 시행하여 안전한 결과를 얻었다는 대부분의 논문은 항혈소판제제인 경우가 많다. 또한 이러한 논문들은 아직 임상증례들을 후향적으로 평가한 retrospective study들이 대부분이며, prospective study나 systematic review는 아직까지 보고되지 않았다.
또한 논문의 특성상 출혈이 얼마나 발생했다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이 적고, 시술종류, 특히 시술부위의 염증상태에 따른 출혈과 관련된 합병증에 대한 연구는 진행된 바가 없다. 정리하자면 2012년 현재의 약물을 중단하지 않고 시술해도 괜찮은 경우들도 있었다는 논문들이 다수 발표되는 추세이긴 하지만 시술내용, 염증존재 여부, 국소지혈법 종류, 약물의 종류 등 조금 더 객관적인 관점의 논문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내용은 환자가 출혈과 관련된 약물을 왜 복용하는지를 정확히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끊어도 된다, 안된다를 논쟁하는 것은 어찌 보면 소모적인 주제이다. 끊을 수 있는 환자면 끊고 하는 것이 유리하고, 끊으면 생명에 지장을 줄 정도로 위험한 환자라면 출혈을 감수하고 끊지 않고 시술하는 것이 적절한 접근일 것이다. 그러므로 예방적(prophylactic use)으로 복용하는지, 치료목적으로 복용 중인지(therapeutic use)를 감별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환자의 정확한 병명, 치료경과 등을 주치의와 consultation을 통해 파악한 후 출혈을 유발하는 약물을 중단하였을 때 risk and benefit을 환자에 맞게 판단하고 시술하는 것이 추천된다.
예방적으로 복용하는 경우는 항혈소판제제인 경우 고혈압 환자, 당뇨 환자, 초기 관상동맥질환 환자, 대사성증후군 환자들이고, 항응고제인 경우 부정맥의 일종인 fibrillation 환자인 경우가 많다. 이 환자들에게는 출혈성 약물을 치과 시술 전에 일시적으로 중단하고 시술 후 다시 복용시키는 것이 이로울 것이다. 약물 중단기간 복용 중인 약물에 따라 다른데, 항혈소판제제는 3~7일, 항응고제인 쿠마딘은 2~3일 중단한다. 재복용 시기 역시 약물의 종류에 따라 다른데, 항혈소판제제는 복용 즉시 효과가 나타나므로 시술 다음날 드레싱 때 지혈이 확인된 후 복용하도록 하고, 쿠마딘은 약 효과가 2~3일 후에 나타나게 되므로 시술 당일부터 복용하게 한다.
치료목적으로 복용 중인 환자는 관상동맥 스텐트 삽입수술을 받은 환자(PTCA, percutaneous transluminal coronary angioplasty) 등 스텐트를 받은 환자나 심장판막에 prosthetic valve replacement를 받은 환자들이다. 이런 환자들에서는 약물을 중단하지 않고 시술해야 하므로 출혈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시술하거나 입원 하에 약물을 조절하여 시술하는 방법을 택한다. 심장판막수술을 시행한 환자에서는 쿠마딘을 끊고, 동일한 효과를 나타내는 헤파린을 정주한 상태로 유지하다가 시술 4~8시간 전에 반감기가 짧은 헤파린을 끊고 치과 시술을 한 후 창상이 안정되면 다시 헤파린을 정주하고 관찰하면서 출혈이 없으면 다시 쿠마딘을 투여하는 방법을 사용하지만, 치과치료를 위해 짧게는 3~5일간의 입원이 필요하므로 매우 번거롭다. 최근 Low molecular weight heparin을 이용하여 입원을 하지 않은 상태로 환자가 복부 피하주사를 이용하여 치과시술을 진행하는 경우도 시도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evidence는 부족한 상태이므로 치료목적으로 복용 중인 환자의 관혈적 시술은 상급의료기관으로 의뢰하는 것이 추천된다.
시술 전 출혈을 줄이기 위해 항생제 투약, 출혈을 유발하지 않는 수준에서의 부분적인 치태조절, 항생제 연고 도포 등 염증조절을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며, 비침습적인 시술이 추천된다. 이러한 전신질환을 가진 환자에서 임플란트 식립을 고려한다면 골이식 등을 이용한 시술보다는 보철적으로 불리할지라도 골조직이 있는 부위에 식립하는 것이 좋고, computer guided stent 등을 사용하여 flapless surgery를 진행하는 것도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심장혈관우회술(CABG, coronary artery bypass graft)나 심장판막에 조직판막(tissue valve)을 시술받은 사람들은 시술결과에 따라 약물을 일시적으로 중단해도 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주치의와 상의해서 약물 중단 여부를 결정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국소적인 인자 중 창상의 종류와 염증상태일 것이다. 창상의 종류는 창상의 형태가 어떠한지, 국소적인 지혈방법이 가능한지 이다. 단순발치로 인한 상처는 collagen matrix 등을 이용하여 압박하고 8자 봉합 등을 이용하면 지혈이 가능한 경우가 있다. 발치만큼 출혈조절이 어려운 경우는 심한 치주염이 있는 환자의 치주 술식 후에 발생하는 출혈이다. 지혈제의 적용도 쉽지 않고, 거즈압박, 봉합 등 국소적인 압박법을 적용하기 어렵고, 치주질환의 특성상 치아의 동요도가 있는 상태에서 압박을 가하면 통증이 유발되기 때문에 지혈이 쉽지 않다. 그러므로 특히 치주염이 심한 환자에서는 시술 전에 어느 정도 염증상태를 조절하고 시술하는 것이 추천된다.
마지막으로 흔히 만날 수 있는 항혈소판제제와 항응고제를 정리한 표이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최근 복합제제 약물이 많이 보급되면서 항혈소판제제 2개의 성분을 합한 약물도 속속 발매되고 있으므로 이 표에 언급되지 않았다고 해서 안전한 것은 아니므로 복용 중인 약물은 약전에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클라빅신 듀오, 클로스원등이 아스피린과 클로피도그렐을 합한 약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