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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 교수의 아프리카 여행기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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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 교수의 아프리카 여행기 30
  • 이승종 교수
  • 승인 2018.04.0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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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 꽃을 지나면서

물을 따라 동물들도 함께 내려오는데, 지금 이 습지에는 코끼리, 하마, 얼룩말 등의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물이 말라가면 오카방고 델타의 중심부로 모두 모이기 때문에 동물 사파리의 절정을 이룬단다.

오늘은 가까운데 가서 하마를 보고 낙조를 구경하기로 했다.

물이 낮고 수련이 많아서 동력을 사용할 수가 없고 사공이 긴 삿대를 밀어서 배를 움직인다. 그래서 수련 꽃을 헤집고 아무데나 막 다니는데, 다른 데서는 좀처럼 가질 수 없는 경험이다. 

운하 가운데로는 수련이 없는 길이 있는데 현지민들은 Hippo Highway라고 부른다. 설명은 하마가 다녀서 그렇게 되었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하마가 그렇게 인가 가까이에 올리는 없고 아마 가운데 물이 깊어서 수련이 자라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짐작되었다. 30여 분을 가니 커다란 물 웅덩이가 나오는데 수심이 꽤 깊은 것 같이 보였다. 사공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하마 가족이 있었다. 엄청나게 큰 하마 두세 마리와 새끼 하마도 보인다. 모두들 눈과 귀만 내놓고 몸은 보이지 않는다. 

하마는 위험하기 때문에 가까이 가지는 않고 수련밭이 끝나는 50미터 지점 정도까지 접근을 한다. 하마도 사람들이 오는 것을 일상으로 여기는지 별로 경계하는 모습이 아니다. 

여름철에는 이곳에서 체험 삼아 수영도 하게 한단다. 하마와 함께 수영을…. 그거 괜찮을 것 같다. 

리더가 배를 섬에 대라고 하더니 모두 내리라고 한다. 리더를 따라 일렬로 서서 숲 속을 걷는 부시워크다. 이곳은 하마가 밤을 보내는 곳인데, 하마나 사자를 만나도 도망가지 말고 가만히 있으란다. 사자가 나올 법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긴장한다. 부시맨들의 모든 관심은 물과 음식을 얻는 데에 있다. 한참을 가니 동물 똥이 보이는데, 덥썩 손으로 집어보더니, 하마가 한 시간 쯤 전에 이곳을 지나갔다고 한다. 아프리카는 공기가 워낙 건조해서 동물의 배설물들이 금방 마르기 때문에 건조 정도를 보고 동물이 지나간 시간을 가늠한다. 또 한참을 가니 풀들이 전부 뭉그러진 나무 밑 장소가 나오는데, 어제 하마가족이 잠을 잔 곳이라고 설명한다. 하마들은 밤이면 뭍으로 올라와서 잠을 자는데, 한 놈이 누우면 다른 놈이 엉덩이를 베고 눕는 식으로 둥그렇게 원을 그리며 잔단다. 하마는 한 번 잠이 들면 좀처럼 깨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언젠가 탐험가가 하마가 잠자는데 왔는데, 아무리 흔들어도 꼼짝도 안 해서 칼로 엉덩이 살을 도려서 바비큐를 해먹었는데, 고기 타는 냄새에 하마가 잠이 깨어 그만 잡아 먹혔다고 한다. 정말 믿거나 말거나이다. 

해가 떨어지면서 사방이 붉은색으로 변하는데, 여태까지 아프리카에서 봤던 노을 중에 가장 아름답다. 

캠핑장에 돌아오니 멘지가 오릭스(영양의 일종) 바비큐와 비프소시지, 통감자구이에 코울슬로를 준비해 놓았다. 오늘은 점심을 먹은 후에 시간이 많았고, 캠핑장 주방까지 사용할 수 있으니까 나름 특식을 준비한 모양이었다. 델타의 습지를 내려다보며 어둑해진 하늘 아래 먹는 캠핑장의 저녁은 아무리 고급스러운 호텔 레스토랑이라 할지라도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로 환상적이다. 멘지가 지펴놓은 모닥불 앞에 모여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오늘이 보름인지 그림같이 동그란 달이 떠오른다. 독일친구인 얀은 심리학도로 Human Relation 석사과정 중이라고 하는데, 좀 엉뚱한 데가 많다. 보름달을 보더니 지금 독일이나 한국은 그뭄이라고 한다. 다들 그런가 했는데, 크리스틴이 그럴 리가 없다고 제동을 건다. 지구가 남반부나 북반부나 태양을 향해서 똑같이 자전을 하는데, 겨울과 여름이 바뀔 수는 있어도 어떻게 달 모양이 다를 수 있느냐고…. 사람들도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이슈라 설왕설래를 하는데, 인터넷으로 확인하고 싶어도 통신이 안 되는 지역이라 확인할 수도 없다. 이런 것도 캠핑여행의 재미다. 말도 안 되는 이슈가 여기에서는 중요한 얘깃거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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