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고요한데 파워보트를 타고 달리니 그렇게 평화로울 수가 없고 옛날에 한강에서 수상스키를 하던 때가 생각난다. 이런 물이면 몸이 수면에 닿을 정도로 슬라롬(수상스키 때 좌우로 물을 차면서 회전하는 기술)을 마음껏 치고 나갈 수 있을 텐데…. 악어가 우글거리는 물 위에서 수상스키를 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상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한 시간 반 정도를 달려 목적지 Sepopa 선착장에 도착했다. 여기부터는 다시 4×4에 나누어 타고 이동을 한단다. 오지 중에 오지인데도 드문 드문 마을이 보인다. 아프리카 농촌가옥은 둥그런 흙 벽에 풀로 엮은 둥그런 뾰족 지붕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원래는 그냥 흙바닥에서 먹고 자고 했지만 지금은 거의가 침대생활을 한단다.
가는 도중에 만나는 마을 사람들 나귀 타고 다니는 모습들이 옛날 우리나라 시골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정겹다.
그런데 마을이 있으면 밭이라도 보여야 하는데, 아무리 봐도 작물이 자라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알고보니 올해는 우기에 비가 안 와서 농사를 지을 수가 없었단다. 가엾은 사람들…. 그래도 보츠와나는 다이아몬드 광산이 많아서 아프리카에서는 손에 꼽을 정도로 잘 살기 때문에 국민들 먹여살리는 데는 어려움이 없다지만 그것은 일부 특권층 이야기 일거고 대다수 흑인들의 생활은 이래저래 고달파 보인다.
한 시간 정도 비포장길을 달려 도착한 곳은 Jumbo Junction이다.
캠프장에 도착하니 예닐곱 명의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우리를 환영한다. ‘전기나 있으면 다행이다’ 하고 왔던 우리는 어안이 벙벙하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곳은 작년에 만들어져서 올해부터 운영을 시작한 곳이란다. 그러니 큐도 이곳 사정을 잘 모를 수밖에….
이 마을에는 이곳 말고도 두세 개의 다른 캠핑장이 보였는데, 이곳은 더구나 노마드 화사와 전속계약을 맺고 노마드 그룹만 받는단다. 노마드는 아프리카에서는 큰 손이기 때문에 나름 융숭한 환대를 하는 모양이었다.
메인 리셉션은 멋들어진 초가지붕이 Dali 그림에서나 볼 듯 하게 축축 늘어진 버섯 모양인데, 뜨거운 태양도 가리고 최대한 서늘하도록 설계되었다. 나무로 된 멋진 식탁도 있고 군데군데 해먹도 설치되어 있어서 여자들은 모두 가서 한 번씩 누워본다. 물가라서 그런지 나무도 제법 커서 시원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