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걸 어떻게 다 먹지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먹기 시작하는데, 정말 맛이 기가 막히다. 마침 오늘은 포르투갈 일행 세 명과 중국인 세 명이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날이다. 두 주 동안 친해져서 그런지 모두들 서운해한다. 그동안 서로 몰래 찍은 사진을 감춰놓고 안보여 주다가 마음이 풀어져서인지 한 사람씩 꺼내놓고 보여주니 차 안에서 자는 모습에 우걱우걱 먹는 모습 등 정말 재미있고 우스운 사진들이 많았다. 나중에 SNS 계정을 열어 서로 교환하기로 했다. 헤어질 때가 되어 서로 악수를 하기도 하고 허그를 하기도 하는데, 포르투갈 그룹이 지은을 보더니, “bye, grand daughter” 하더니 깔깔 거린다. ‘grand daughter?’ 가만 있자 그럼…. 내가 “지은이 grand daughter면 grand father는 누구야?” 했더니, 네놈이 한결 같이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면서 “It’s you!” 한다. 내가 “고연 놈들” 했더니 크리스틴이 웃으면서 부연을 해준다. 트럭 좌석 맨 앞자리 네 개를 늘 우리 부부와 지은이 함께 앉아서 갔는데, 항상 집사람이 좁은 앞 좌석 두개에 비스듬히 누워가고 나는 앞 좌석에 지은과 같이 앉아서 갔다. 우리 옆에 포르투갈 그룹이 앉았는데, 한국 이름 부르기가 어려우니까 자기네들끼리 우리 별명을 하나씩 지었는데, 나하고 우리 부부가 함께 앉아있는 모습이 꼭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녀를 데리고 여행하는 것 같이 보였다고, 절대 나쁜 뜻이 아니었다고 극구 변명을 한다. 하긴 지은이는 늘 이번 여행 끝나고 다음에 갈 여행 스케쥴링 때문에 정신이 팔려서 말라리아 약 먹는 것도 자꾸 잊어버려서 아침마다 집사람이 약 먹었냐, 사탕 먹어라, 과일 먹어라, 챙겨 주니 손녀는 좀 그렇지만 딸 하나는 데리고 다니는 기분이었다. 어쨌든 사람 사는 것과 느끼는 것은 어디나 다 똑같다. 우리도 걔네들 이야기할 때 이름을 말하면 금방 눈치챌 테니까 크리스틴은 K, 조안나는 J, 하는 식으로 불렀으니 피장파장이다.
오랜만의 침대에서의 휴식과 맛잇는 저녁을 먹고 아침까지 롯지 레스토랑에서 우아하게 먹고나니 새 힘이 솟는다. 오늘도 540km로 만만치 않은 거리지만 그래도 포장된 도로라니 다행이다.
오늘은 보츠와나 국경을 넘는 날이다. 보츠와나는 66년까지 영국 식민지였고 전세계에서 제일 못 사는 최빈국 중 하나였으나, 남쪽에서 다이아몬드 광산이 발견되고 관광산업이 발전하면서 지금은 국민소득 만 불이 넘는 아프리카에서 잘 사는 나라 중 하나가 되었다. 주 산업은 다이아몬드, 농/축산업 그리고 관광이고 영어와 츠와나어를 같이 사용한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은 관광업이나 마트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영어소통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북동쪽에 맥가딕가디 염호, 북서쪽에 엔가미 호와 오카방고 습지대가 있는데, 오카방고 습지는 규모가 업청 나서 일년 내내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다. 오카방고 지대는 앙골라 쪽에서 흘러내리는 오카방고 강이 고여서 만든 습지인데, 물의 출구가 없고 건기가 되면서 마르면 다시 사막이 되는 특이한 지역이다. 우리도 오카방고 습지를 보기 위해 먼 길을 가는 것이다.
가는 길은 여태까지 온 길 중에서는 가장 좋은데 가도 가도 끝이 없다. 가는 길가에 일정한 간격으로 흙무더기 탑 같은 것들이 있어 큐한테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흰개미집(Termite) 이란다.
우기가 되면 많은 양의 비가 내리는데, 개미집을 편편하게 지으면 침수가 되어서 개미들이 몰살을 당하기 때문에 물이 흘러 내려갈 수 있도록 뾰족하고 높게 짓는다고 한다. 어떤 것들은 내 키보다도 훨씬 크니 그 작은 개미들이 얼마나 많은 수고를 해야 집 하나를 완성하겠는지 경탄스럽기만 하다.
오늘부터는 두 명의 영국 할머니들이 조인했다. 지난 주부터 젊은 축들은 새로 조인하는 영국 할머니들에 대해 궁금해 했는데, 그녀들의 나이가 46년생, 70살이기 때문이었다. 레이오니아는 초등학교 선생을 했다는데 70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체구도 당당하고 열정도 많다. 반면 진은 같은 나이인데도 허리가 구부정하게 굽은데다 머리는 하얗고 얼굴은 쭈글쭈글해서 모두들 이거 큰일났구나 하는 표정들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까 이 사람들 모두 여행 10단 짜리들이다. 텐트 치는 것부터 모든 일하는 폼이 보통내기들이 아니다.
프란지는 그동안 페드로와 가깝게 다니다가 페드로 일행이 떠나 적적한 듯 싶었는데, 금방 영국할머니들과 죽이 맞아 친구가 된다. 우리도 여행을 다니다보면 아무래도 동양사람을 만나면 마음이 편해서 금방 친해지게 되는데, 이들도 같은 유럽권이라는 것이 마음을 편하게 하는 것 같다. 아마, 꼭 영어권 비영어권을 떠나서 서로 문화의 뿌리가 같은 데서 오는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외국을, 특히 서구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눈길이 마주치는 사람들이 있는데, 모르는 사이라도 대개 서로 눈인사를 교환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혹시 이 사람이 나한테 뭐라도 물어보면 어떻게 하나 눈길을 마주치지 않으려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람이 드문 여행지에서는 눈길을 피하는 것이 오히려 힘들 때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