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은 어떤 리더입니까?
치과개원을 하게 되었을 때 가장 안 좋은 것은 리더십에 대해 전혀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회사에서는 대리-과장-부장-이사로 이어지는 직급 때문에 그 직급에 알맞은 리더십을 순차적으로 배우게 됩니다. 그래서 나중에 CEO가 되어도 사람을 다루는 데 경험이 미숙해서 실수하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그렇지만 치과를 개원하는 경우에는 처음부터 CEO로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황당한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다들 몇 명 안 되는 위생사, 조무사 다루는 데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만만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남자 원장님이 여자 직원을 이끌어 가야 한다는 것은 말 같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원장님들끼리 얘기를 하다 보면 직원 ‘관리’에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저는 이 ‘관리’라는 단어 자체에 거부감을 느낍니다. 어차피 같이 일하는 것인데 ‘관리’라는 단어가 필요할까 의문이 들기 때문입니다. 왠지 권위주의적인 냄새가 나는 것 같습니다.
누구나 어떤 조직의 리더가 되면 조직원들이 자기 일을 알아서 하길 바랍니다. 저도 학교 다닐 때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각자 알아서 일하길 원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너희들이 알아서 하지 않기 때문에 엉망이 되었다’면서 우리를 질책했던 경험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과연 선생님은 우리가 각자 알아서 하도록 무슨 일을 했는지 생각해 보면 거의 한 일이 없습니다. 그냥 방목을 한 것이지요. 자신은 하나도 일하지 않고 학생들만 잘 하길 바라는 선생님은 여전히 학교에 많습니다.
그런데 조직원이 자기 일을 알아서 하기 위해서는 리더가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서점에 나와 있는 리더십에 관한 많은 책들이 얘기하는 것을 여기서 얘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런 것들은 대개 책의 분량을 늘리기 위해서 필요 이상으로 내용을 세분화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너무 세분화된 내용을 읽다가 보면 전체를 통합해서 보는 시각을 갖기도 힘듭니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 두 가지만 얘기 드리겠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원장님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원장님이 정말로 병원 일에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한다면 직원들은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리더십은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오래 된 직원에게 매너리즘에 빠졌다고 할 것이 아니라 원장님이 그 직원을 매너리즘에 빠뜨린 것은 아닌지 되물어야 합니다. 사람은 서로 모여 있으면 서로의 행동을 따라하게 됩니다. ‘명장 밑에 약졸 없다’고 같은 직원이라 하더라도 어떤 원장님을 만나느냐에 따라서 그 직원이 내는 성과가 달라지게 됩니다.
두 번째는 직원들이 원하는 대로 하라는 것입니다. 돈은 원장님이 버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버는 것입니다. 시스템을 잘 갖추면 그것이 가능합니다. 큰 기업들을 보세요. 사장님이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버나요? 사장님은 그냥 가야 할 길과 비전만 제시하고 직원들이 그것을 실행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수익을 창출하는 직원들이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치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원들이 일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줘야 하는 것이 원장님의 역할입니다. 그것이 잘 된다면 직원들이 원장님을 믿고 열심히 일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어떤 일을 시킬 때 그것이 치과 전체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그 일이 자신의 편익만을 추구하고, 치과 전체의 발전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치과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는 직원들이 하는 직언을 잘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것이 비록 당장은 원장님 귀에는 거슬릴지 모르지만 조직 전체를 위해서 어렵게 말한 직원의 심정을 헤아려야 합니다. 자신의 권위에 도전한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무시하게 되면 그 치과의 발전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입니다.
모든 원장님들이 훌륭한 리더가 되길 원하지만 그것은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자기 반성을 해야 조금씩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치과에 가보면 직원들의 표정이 밝습니다. 서로 도와주고, 서로에게 일을 미루지 않습니다.
원장님이 미처 신경쓰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직원들이 먼저 의견을 개진합니다. 한 마디로 말해 분위기가 좋은 것입니다. 일단 이런 것이 한번 형성되면 웬만해서는 무너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런 치과들은 대개 경영 실적도 좋습니다. 서로 상승 작용을 하는 것이지요.
자기가 밑에 있을 때 부당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리더가 되었을 때 아랫사람에게 시키지 않기만 해도 리더십의 반은 형성된 것이고, 그 다음은 직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할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하는 것입니다. 리더는 조직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자리가 아니라 이끌어가는 자리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