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석 원장의 치과 이모저모] ‘의대생 증원 사태’에 대한 치과의사의 소회(1)
서울S치과 서준석 원장
필자는, 의사들의 파업에 대해 이 글을 읽는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적어도 스스로는 자부한다.
아버지가 정형외과 의사이셨기 때문에 필자가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 1학년인, 2000년, 소위 말하는 ‘의약분업사태’로 인해 역사상 최장기간의 의사 파업 사태를 당시 정형외과 개업의인 아버지가 참여하면서, 그 파업의 당위성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모습을 가정내에서 강하게 목격했고, 당시 서울과학고 동기들 중 서울대 의대와 연대 의대 등에 진학해서 갓 의예과 1학년이었던 죽마고우 친구들이, 영문도 제대로 모른 채, 선배들과 교수님들에게 등 떠밀려(?!) 대학로로, 여의도로 시위 현장에 반강제로 나가는 모습 역시 바로 옆에서 지켜봤었다.
당시, 의대생도 아니었고, 의사의 길보다는 수학, 물리를 좋아해서 선택한 전기공학부라는 길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벤처 열풍 등에 힘입어 내가 좋아하는 수학과 물리를 열심히 공부하면, 그게 돈이든 명예든, 학문적 성취든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던 장밋빛 희망에 벅차던 갓 20살 된, 나의 눈에는 그러한 의약분업 사태와 그에 따른 의사들의 파업이, 아무리 아버지가 정형외과 의사이더라도 그리고 아버지가 적극적으로 의사들의 입장에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휴진에 동참하는 과정에서 나에게 의사 파업의 정당성에 대해 열변을 토하셨어도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금 의대생 증원에 대해 ‘결사반대’ 하는 의사들을 바라보는 일반 국민들의 입장처럼, 아무리 생각해도 ‘밥그릇 싸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이, ‘의약분업사태’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마냥 제3자일수만은 없었던 당시 20살의 어린 내 머릿속을 지배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서, 공대를 졸업하고, 진로를 180도 변경하여 서울대 의예과에 다시 입학하여 의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전문적으로 하게 되면서, ‘의약분업’이라는 것이 정확히 대한민국에서 의료 활동을 하는 의사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정확하게 자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20살 당시의 내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에 대해서도 깨닫게 되었고 말이다. 단순히, 나의 직업이 의사가 되었기 때문에, ‘의약분업’으로 인해 의사의 경제적 이득이 줄어들었다고 판단해서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치과의사 중 아마도 ‘의약분업’으로 인해 의사가 어떤 이득을 얻고, 어떤 피해를 받았는지에 대해 정확히 아는 분들은, 거의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2000년 ‘의약분업사태’ 당시 대다수의 국민들은, 마치 지금 ‘의대생 증원 반대’를 외치는 의사들에 대해 부정적인 대다수의 국민들처럼, ‘의약분업’이 시행되면, 의사들이 가진 약의 처방권이 제한되어, 직간접적으로 의사들의 경제적 소득이 줄어들 것을 염려해서 의사들이 ‘의약분업’에 대해 반대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2012년 포괄수가제도 도입, 그리고 2014년의 비대면진료에 대해 의사들이 파업을 통해 반대했을 때도 마찬가지였고 말이다.
그렇다면 과연, 20여년의 세월동안, 4번이나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전 국민의 관심을 끈 의사의 파업은 소위 말하는 의사들의 ‘밥그릇싸움’이었을까?
그리고 그러한 정부의 의료 정책이 결과적으로 의사들의 경제적 소득을 줄어들게 만들고, 국민 건강을 증진시켰을까?
그것에 대해 내부자이자, 외부자인 필자의 고견을, 최대한 자세하게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동료 치과의사 여러분이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보고자 한다.
그리고 그 설명은 꽤나 객관적일 것이라고 자부한다. 필자는 전적으로 의사의 편도, 전적으로 비의료인인 국민의 편도 아닌, 소위 말해 ‘박쥐(?)’와도 같은 위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