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안티바이오틱스에서 프로바이오틱스로

내 안의 우주, 안티바이오틱스에서 프로바이오틱스로 치과의사이자 미생물 연구가 김혜성 원장의 신간 최신 과학적 발견을 쉽고 설득력있게 풀어간 역작

2023-05-22     최윤주 기자

 

 

치과의사이자 미생물 연구가인 김혜성 박사가 3권 모두 우수과학도서로 선정된 ‘내 안의 우주’ 시리즈 네 번째 책을 내놓았다. 책 제목은 "안티바이오틱스에서 프로바이오틱스로"로 인식의 전환을 이야기하는 저술서이다.

저자는 미생물 관련 책을 꾸준히 써오면서 쌓은 내공으로 “복잡하고 난해한 최신 과학적 발견을 각고의 숙성과 발효과정을 거쳐 일반인들도 편하게 섭취할 수 있도록” 특유의 쉽고 유머러스한 필체로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다. 


프로바이오틱스 발상법 
저자는 고혈압·당뇨·고지혈증 같은 여러 현대병의 원인을 찾는 데 유전자나 가족력 등을 끌고 오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과거엔 매우 드물던 이런 병들이 현대에 전염병처럼 퍼지는 원인은 매우 심플합니다. 생활습관이죠.”

하지만 실제로는 어떤가?

“만성질환 관리에 어마어마한 약들이 처방되고 복용 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렇게 약에 의존해서 건강문제를 해결하려는 사고방식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면서 그에 대한 답을 생활습관과 프로바이오틱스에서 찾는다. 

최근 프로바이오틱스에 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커지며 프로바이오틱스 제품 관련 시장 규모도 1조 원 정도에 이를 정도로 성장중이다.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은 이미 복용해 봤거나 또 복용을 고려해 보았을 정도로 일반 대중들에게도 저변확대가 이루어지고 있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유산균 증식과 유해균 억제, 배변 활동 원활, 장 건강 도움이라는 일반적 효능 외에도 면역증진, 여성건강, 잇몸 건강, 심지어 피부미용에까지 효과가 있다는 수많은 광고를 보게 된다. 도대체 프로바이오틱스가 뭐길래 이런 효과가 있다는 걸까.

저자는 프로바이오틱스의 학술적 정의는 ‘적절하게 먹었을 때 숙주(인간·동물)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미생물’이지만, 저자는 “프로바이오틱스란 말의 진정한 의미는 항생제를 의미하는 안티바이오틱스와 대비시켜야 제대로 음미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는 “세균을 죽여(anti) 내 몸을 보호하겠다는 20세기 안티바이오틱스(antibiotics)와는 정반대로, 내 몸의 유익한(pro) 생명(biotics)을 보살펴 나의 건강을 지키겠다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 부분이 저자가 『안티바이오틱스에서 프로바이오틱스로』에서 강조하는 ‘인식의 전환’의 출발점이다. 우리 몸에 유익한 세균이 있다는 것은 세균을 감염과 질병의 원인으로만 생각했던 20세기 사고를 넘어서는 발상의 전환이다. 우리는 이미 세균 박멸을 기치로 내건 20세기를 지나 공생과 화합의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여전히 '약(藥)'에 의존해서 살고 있는 '약(弱)'한 존재임을 부인할 수 없다. 바로 그러한 현실의 모순을 극복해야만 우리 몸이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김혜성 박사는 “내 몸은 호모사피엔스일 뿐만 아니라 내 몸을 서식처 삼아 살아가는 수많은 미생물과의 공동체, 즉 통생명체(holobiont)”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더욱 생명 친화적인 건강관리가 필요하다고 역설해 왔다. 안티바이오틱스에서 프로바이오틱스로의 인식의 전환이 일상생활에서 위생이나 음식을 바꾸게 하고, 더 나아가 이런 인식이 산업과 의료에까지 확장된다면 “약 위주의 우리 시대를 되돌아보는 데 힌트와 대안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바이오틱스라는 개념은 이렇게 탄생했고, 저자는 이것을 “프로바이오틱스 발상법”이라고 했다. 


안티바이오틱스에서 프로바이오틱스로 

산업혁명 이후 도시의 발달과 함께 밀집된 환경에 살게 된 인류는 과거에 비해 콜레라나 폐렴 등 많은 감염병에 훨씬 더 많이 노출됐고, 안티바이오틱스(항생제)는 인류를 수많은 감염병으로부터 지켜왔다. 하지만 항생제의 원조 페니실린을 발견한 영국의 미생물학자 플레밍이 정확히 예측한 것처럼 항생제의 한계는 처음부터 분명했다. 

“미생물은 스스로를 교육할 것입니다. 그래서 페니실린에 저항을 보일 것입니다. 이런 경우 페니실린 저항성 세균의 감염에 의해 죽어가는 사람들이 속출할 것이고, 그때는 생각 없이 페니실린을 다룬 사람들이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러한 플레밍의 경고는 곧 현실이 됐고, 이제 의료현장에서는 플레밍의 페니실린을 더는 쓰지 않는다. 세균들이 이미 내성을 획득해 약발이 먹히지 않기 때문이다. 더 강력한 항생제가 개발되고 있지만, 생각 없이 남용한다면 이런 일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항생제 내성균이 만든 감염병으로 미국에서만 수만 명이 사망하면서 다시 항생제 이전 시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을 정도다.

프로바이오틱스 발상법은 이런 위기감에서 비롯됐지만, 사실 전혀 새로운 방법은 아니다. 발효음식을 늘 가까이 한 선조들의 지혜를 재발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19세기 냉장고의 발명 전까지 발효음식은 인간에게 가장 대표적인 음식이었고, 미생물과 공존하는 우리 인간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었으며 그 자체가 자연의 한 부분이었다. 김치 유산균인 류코노스톡(leuconostoc)이나 된장 속의 고초균(Bacillus subtilis)은 인간 스스로는 자각하지 못했지만, 알게 모르게 많은 감염병으로부터 인간을 구했을 것이다. 우리 전통음식 김치 유산균과 된장 고초균이 코로나19를 포함한 여러 병원성 미생물에 항미생물 효과가 있다는 것을 최근 과학이 밝혀주고 있으니까 말이다.


프로바이오틱스의 효과와 선택

프로바이오틱스의 궁극적 목표는 몸에 좋은 미생물이 우리 몸에 더 많아지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장, 구강, 피부, 호흡기, 여성 생식기, 심지어 마음 건강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우리 몸에 사는 미생물 가운데 세균만 따져도 우리 몸의 세포보다 1.3배나 많다. 이렇게 많은 미생물을 우리 건강의 아군으로 만든다면 그 영향이 우리 몸 곳곳에 미칠 것이라는 건 자명하다. 또 고혈압·당뇨·고지혈증 같은 대사증후군이나 만성질환의 관리를 돕고, 생명이 가장 위태로운 공간인 중환자실과 수술 후 감염 예방, 심지어 암 치료와 예방까지 돕는다. 

그럼 수많은 프로바이오틱스 제품 가운데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까. 상품으로 개발돼 시장에 나온 수많은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의 선택기준을 제시하는 연구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저자는 지난 수년간 우리 인간의 건강과 미생물의 관련성을 연구하면서 나름의 선택기준을 마련했고, 주의사항과 더불어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이 모든 것을 현실과 괴리된 난해한 과학적 이론에만 함몰되지 않고 구체적이고 흥미로운 근거들을 제시하면서 유쾌하게 설명한다. 저자의 깊은 내공으로 숙성된 발효지식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일상이 바뀌면서 어느 순간부턴가 보이지 않는 미생물과 손을 잡고 건강한 장수 생활의 길로 자연스럽게 들어선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지은이 김혜성 원장은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후 사과나무의료재단(치과병원·건강증진센터)을 운영하며 진료와 연구를 함께 하고 있다. 미생물을 연구하며 세 권의 책을 썼는데, 모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증 우수과학도서’로 선정된 바 있다. 《미생물과의 공존》, 《입속에서 시작하는 미생물 이야기》, 《미생물과 공존하는 나는 통생명체다》가 바로 그 책들이다. 또한 건강한 장수를 꿈꾸는 《건강수명 100세》, 어린이를 위한 만화책 《와글와글 인체미생물 대탐험》, 구강미생물와 구강관리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입속세균에 대한 17가지 질문》을 썼다.

저자는 미생물을 연구하면서 SCI급 학술논문도 여러 편을 저술했으며 현재 인문, 사회, 역사, 철학, 문학 등 다양한 과학적 탐구와 인문학적 통찰력을 담은 글을 ‘우주의 순환’이라는 블로그를 통해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