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계, 덴탈 플랫폼 ‘빅뱅’ 돌입? 

유저·데이터 풍부한 ‘구강스캐너’ 업체 우세 속 첨단 IT기술 무기로 ‘스타트업’ 바짝 추격 중

2022-06-30     이상연 기자

치과 산업계서 덴탈 플랫폼 ‘빅뱅’이 시작되려는 것일까.

최근 4차 산업 혁명시대를 맞아 대다수 산업분야에서 ‘플랫폼 전쟁’이 가열중인 가운데, 치과계도 이러한 시류의 전초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디지털 치과 시장을 뜨겁게 달구는 아이템으로, ‘데이터 관리 시스템 플랫폼’이 급부상중인 것.

하지만 관심도에 비해, 진척도는 아직 태동 단계에서 조금 진보한 상태라고 치과계는 보고 있다. 이 가운데 해당 분야의 큰 줄기는 △구강스캐너 업체 △CAD/CAM 업체 △스타트업 등 3가지 노선으로 나뉘는 모습이다.

국내 시장 지형도는 일부 구강스캐너 업체의 주도 속에, 후발주자로 스타트업들이 가열하게 따라붙는 형국이다. CAD/CAM 업체들은 이제 막 서비스를 출발했거나, 자체 툴(소프트웨어)을 활용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유저‧데이터多’ 구강스캐너 업체
덴탈 플랫폼 시장을 선점한 쪽은 구강스캐너 업체들이다. 전 세계에 퍼진 수많은 유저, 대량의 임상 데이터 등 플랫폼 구축용 재료가 충만했기에 가능했다.

덴탈 플랫폼은 ‘소통’에 중점을 둔다. 앞서 언급된 수많은 유저(치과‧기공소‧환자)가 플랫폼을 통해 클라우드에 접속, 서로 공유한 대량의 임상 케이스를 살피고 정보‧의견을 공유하는 형태가 기본 틀인 셈.

이 부분에서는 2018년부터 자체 플랫폼 ‘메딧링크(Medit Link)’를 가동중인 메디트(대표 고규범)가 독보적인 위치로 꼽힌다. 메디트에 따르면, ‘메딧링크’ 제공 국가는 120개국, 유저는 무려 5만 명 이상에 육박한다. 해당 유저들은 ‘메딧링크’의 기본 앱(어플리케이션) ‘Case Talk(케이스톡)’으로 글로벌 히트상품 ‘i500’ 등을 비롯한 제품의 임상 케이스 등을 소통한다.

메디트 남재용 팀장은 ‘케이스톡’에 대해 “소아교정환자처럼 보호자에게 현재 진행 상황을 안내할 경우 효과적이다. 해외의 여러 ‘텔레덴티스트리(정보통신기술로 환자와 소통하는 방식)’ 사례처럼 환자의 치료 적응도를 높여준다”고 설명했다.

덴탈 플랫폼을 관통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확장성’이다. 이를 업계에서는 “문호 개방”이라 표현한다. 자사 제품 데이터뿐만 아니라 타 업체 데이터‧서비스도 플랫폼 상에 구현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

3Shape은 이를 자체 플랫폼 ‘3Shape Unite(유나이트)’로 제공한다. 해당 플랫폼으로 ‘유나이트 스토어’에 접속하면, 3Shape의 앱뿐만 아니라 스트라우만, 헨리샤인 등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의 서비스를 직접 다운받아 이용할 수 있다. 이에 현재 국내외 1만여 유저가 ‘Unite’를 통해 한데 묶이고 있다.

이와 관련, 3Shape 전유정 대리는 “스마트폰 다운로드 앱인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메신저인 ‘카카오톡’의 장점이 합쳐진 형태의 플랫폼이 바로 ‘Unite’다. 3shape의 글로벌 베스트셀러 제품 ‘TRIOS®(트리오스)’의 스캔데이터 관리 시스템이 보완돼 출시(지난해 10월)된 것”이라며 “스캔 파일은 물론이고 환자의 전자 차트와 연동되는 동시에 CT데이터, 사진 등 다양한 데이터를 한 곳에서 통합 관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덴탈 플랫폼의 마켓플레이스화 작업도 추진 중이다. 주인공은 치과용 X-ray 진단 장비 영역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 중인 ‘레이’.

레이는 최근 3차원 안면스캐너 ‘RAY face’와 함께 구강스캐너 ‘RAYiOS’를 출시, 치과진단 전부문의 포트폴리오 구축에 성공했다. 이러한 기술과 관련된 기능을 그간 얼라이너 유저용으로 한시적 사용하던 플랫폼 ‘마이랩(MyLab)’에 추가, 새로운 버전의 ‘마이랩’을 9월 경 공식 선보일 계획이다.

레이 이용규 본부장은 “뉴 버전 ‘마이랩’은 디자인을 컨펌하는 웹상의 뷰어정도로 가동되는 협소한 의미의 플랫폼 형태를 벗어나, 아마존‧알리바바 등 치과계 마켓플레이스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이를 위해 앞으로 치과계 빅 파트너들과 손잡는 등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AI 등 첨단 IT 기술, 플랫폼 적용 시대

글로벌 ‘CAD/CAM’ 업체 태동·기존 소프트웨어 활용
개원가 ‘확장성’ 주목, “마다할 이유 없다” 환영

‘IT기술+치과인’ 스타트업 업체 
최근 몇 년간 디지털 덴티스트리 소프트웨어 분야는 비(非) 치과인 주도 스타트업들의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본 분야에서 쌓아온 IT기술을 토대로 투자자를 섭외하거나, 정부 사업 지원을 유치하는 등 형태로 치과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의 레이더에 4차산업 핵심 아이템 중 하나인 플랫폼도 진작 포착됐다. 이에 전문적인 IT기술과 치과계 전문인력의 노하우가 함께 담긴 소프트웨어가 올해 ‘SIDEX 2022’에서 속속 공개됐다.

AI(인공지능) 기반 디지털 치과 CAD 솔루션 기업 ‘이마고웍스(대표 김영준)는 치과용 CAD 솔루션인 ‘3Dme(쓰리디미) Crown’을 선보였다.

‘3Dme Crown’은 3Dme Solutions의 치아 보철물 자동 디자인 모듈로, 의료 영상 분야에서 10년 이상 축적한 이마고웍스의 3차원 형상 모델 처리, 인공지능 기반 자동화, SaaS(Software as a Service) 기술 등이 바탕이 돼 탄생됐다.

데이터 관리 플랫폼인 ‘3Dme Cloud’에 접속해 별도의 프로그램 설치 없이 언제, 어디서나 웹에서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다. 또 환자의 3D 스캔 데이터를 업로드하면 웹상에서 즉시 싱글 크라운 디자인 작업이 가능하다.

의료‧치과 최첨단 3D 렌더링 소프트웨어 개발사 ‘오스티오이드’도 디지털 덴티스트리 소프트웨어 ‘Invivo’ 플랫폼을 내놨다. 그중 클라우드 기반의 메디컬 이미지 공유 플랫폼인 ‘Invivo Workspace’ 베타버전(공식출시 6월 중순)을 소개하며 이목을 끌었다. 치과 이미징 소프트웨어가 나갈 로드맵을 전달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오스티오이드는 가상 해부 테이블 솔루션을 개발하는 아나토마지로부터 덴탈 솔루션을 독립 분사한 덴탈 이미징 소프트웨어 업체다.

CAD/CAM 업체, 플랫폼 중요성 인지
초국가적인 덴탈 CAD/CAM 선도기업들도 플랫폼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중 명품 세라밀 제조사로 명성이 높은 암만길바흐(Amann Girrbach)는 지난해 말부터 유럽 지역에 ‘AG.Live’라는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AG.Live’는 치과기공사가 나라별로 모든 디지털 활동을 관리하고, 치과계 전문가 사이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확장 및 연결되도록 해준다. CAD/CAM 교육용 플랫폼 ‘AG.Academy’도 가동 중이다. 라이브 및 주문형 웨비나, 비디오 및 맞춤형 학습 프로그램을 갖췄다.

글로벌 덴탈 소프트웨어 기업 ‘엑소캐드(Exocad)’는 현재 새로운 플랫폼 론칭 계획은 없다는 것이 한국지사의 전언이다. 하지만 그 자리를 ‘덴탈쉐어 웹뷰(dentalshare webview)’가 대신하고 있다. 웹 브라우저와 개인 모바일 기기에서 작동하는 3D프리뷰 링크로 이미지를 주고받거나 확인할 수 있는 툴이다.

이 같은 시류가 개원가, 특히 디지털 진료를 표방하는 치과 입장에서는 반가운 눈치다.

나기원(연수서울치과) 원장은 현재 구강스캐너 등 디지털 관련 활발한 강연활동중이다.

이런 그는 특히 플랫폼의 ‘확장성’에 주목하며 “시장 점유를 위한 업체들의 전략 차원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다양한 업체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기존에 사용하던 플랫폼을 통해 접하는 경우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긍정적인 입장을 전했다.